
나의 이름은 joy. 아니 유지희이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간지 15년 만에, 나의 모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나는 주민등록증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서류상 뉴질랜드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이나 2가 아닌 6으로 시작하는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산다. F-4라 이름하는 교포 비자를 받아서…
그렇다. 나는 교포이다. 어디서든 사람들은 나를 뉴질랜드 사람, 외국인 혹은 교포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난 완벽한 한국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말을 너무나도 잘 구사하는 뉴질랜드인이다.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어머. 한국말 너무 잘 하시네요.”, “쟤는 한국말보다 영어가 편해.”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속으로 참 재미있다. 내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난 한국말이 더 편한데…그러나 여기와서는 또 그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그저 영어가 고프고, 영어의 표현이 더욱 간단하고 정확하다고 느끼니 말이다.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나는 흔히 1.5들이 겪는다는 정체성의 혼란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I am Korean.”이라고 답하게 되는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 있었고, 한국 역사나 고사성어도 잘 알고 있었으며, 한국 문화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난 내 자신이 한국 사람에 가깝다고 확신했었다. 1.5보다는 1.2나 1.3 정도 되지 않을까 하고 농담할 정도로, 나는 내가 한국 사람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모국인 한국에 15년만에 돌아와서 그 생각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진정한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문서상도 그렇고, 생각하는 방식도 이미 너무 뉴질랜드식으로 바뀌어 버린 외국인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도 나를 보고 보통의 한국 사람들과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외국인이라고 말하기에는 한국말, 문화를 너무나 잘 알고, 영어가 완전히 편하지도 않았다. 길거리에서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는 외국인들이나, 미국인에 가깝게 볼 수 있는 Korean American들 하고는 또 다른 나…‘나는 누구인가?’
사춘기 때도 안 하던 고민을 잠시나마 깊게 해 보았었다. 이 쪽 저 쪽도 속하지 않은, 이 쪽도 저 쪽도 속해 있는 한국계 뉴질랜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과는 달리 나는 뉴질랜드화 된 뉴질랜드인은 아니다. 작은 한인사회에서 생활한 나는 한국인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교포들 사이에서 생활해 왔다. 언어나 문화면에서 그 부분이 가장 내 교포로서의 정체성에서 혼란을 주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니라고 생각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난 내 자신에 대해, 한국에 사는 뉴질랜드인으로서의 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비록 미국교포들 같이 영어도 잘하고, 거의 미국 사람에 가까운 그런 교포는 아닐지 모른다. 영어가 원어민 같지 않지만, 뉴질랜드의 문화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경험한 나…한국에 있는 한국인들과는 다르지만 좁은 교포사회에서 관계의 소중함과 인생에 대해 배우고 체험한 나(이 것이 그저 외국인들 속에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 보다 더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뉴질랜드의 평화로움이 몸에 배어 있으면서도 한국인의 바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나, 한국 사람들보다 여유롭고, 미국 교포들보다는 매우 한국적이고, 뉴질랜드인들의 소박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경관을 사랑하는 나는, 나는 한국에 사는 뉴질랜드인 Joy (지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