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이슈] “2000년 이후 최악의 교통사고 발생”

373

(사진) 크게 부서진 사고 차량

남섬 북부에서 화물 트럭과 밴이 충돌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7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은 이번 사고는 최근 20년 이래 남섬에서 발생한 최악의 교통사고로 기록됐다.

<페리 터미널 향하던 밴과 남행하던 트럭 정면충돌>

최악의 사고는 지난 6월 19일(일) 오전 7시 30분경 말버러 지역 중심 도시인 블레넘(Blenheim)과 픽턴(Picton) 사이 국도 1호선 중 코로미코(Koromiko)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9명이 탄 밴이 북쪽으로 향하던 중 중앙선을 넘으면서 맞은편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던 ‘빅 칠 디스트리뷰션(Big Chill Distribution)’ 소속의 대형 ‘냉장트럭(refrigerated goods truck)’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밴은 가드레일을 부수고 도로를 완전히 벗어나면서 차체 대부분이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부서졌으며 트럭도 도로를 벗어나 옆으로 전복되며 철도 위로 차체 일부가 올라탔다.

밴에 탔던 9명 중 폴 브라운(Paul Brown, 61)과 부인인 필리핀 출신의 디제리 브라운(Diseree Brown, 46), 그리고 디제리의 아들인 마크 브라운(Mark Brown, 14)이 숨졌다.

또한 며느리와 돌이 채 안 된 손녀가 사망했고 디제리의 언니인 디바인 돌라(Divine Dolar, 56)와 그녀의 딸인 플로델리자 돌라(Flordeliza Dolar, 19) 등 모두 7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남은 탑승객 2명은 디제리의 아들로 루이 라구드(Luie Lagud,16)는 척추와 뇌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페드로 클라리맨(Pedro Clariman, 26)은 중상을 입고 구조 헬리콥터 편으로 웰링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트럭 운전자는 경미한 부상만 입고 병원에 갔다가 당일 저녁에 퇴원했다.

사고 이튿날 병원 측에 따르면 부상자 중 라구두는 집중치료실에서 혼수상태로 20일 수술을 받았으며 클라리맨은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상태가 안정됐다고 전해졌다.

한편 디제리 브라운의 또 다른 자녀 3명은 일이 있어 이번 여행에 동행하지 않아 화를 면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디제리와 자녀들은 필리핀 케손 시티에 살다가 7년 전에 뉴질랜드로 왔다.

디제리와 몇 년 전에 재혼한 폴 브라운은 더니든 교육대학을 나와 푸케코헤에 있는 파크사이드 특수학교(Parkside Specialist School)에서 일했으며 디제리는 지난 8년간 농업 회사인 ‘Turners & Growers’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 참석 후 귀가하던 일가족 참변>

3대에 걸친 일가족과 친척인 이들은 당시 하루 전날 남섬 사우스랜드의 고어(Gore)에서 열린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거주지인 사우스 오클랜드의 푸케코헤(Pukekohe)로 돌아가고자 남북섬을 연결하는 페리를 타려고 픽턴 항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16일(목) 아침에 남섬에 도착해 사고 전까지 72시간을 남섬 지역에 머물렀는데 픽턴에서 고어까지는 왕복 1700km의 장거리로 이들은 사고 전날 오후에 더니든을 떠나 그날 밤을 크라이스트처치의 친구 집에서 몇 시간을 보낸 후 사고 당일 새벽 2시 30분경에 북쪽으로 출발했다.

당시 운전은 폴이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고 직후 부상자를 돕기 위해 달려갔던 목격자는 당시 2차례에 걸쳐 큰 충돌음이 났다고 전했으며 사고 현장은 부서진 차체 잔해와 소지품들이 여기저기 나뒹굴면서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로 구간은 당일 밤까지도 완전히 통제됐다가 나중에 다시 개통되기는 했지만 잠정적으로 시속 50km로 최고속도가 제한되고 있다.

태즈먼 지역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순식간에 7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정말로 엄청난 참극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모의 사고는 유족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조대원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는데, 현장에 나갔던 한 소방관 역시 30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한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사고 현장보다도 처참했다고 말했다.

트럭 회사 관계자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회사 측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경찰 조사에 계속 협조하는 한편 지금은 운전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클랜드의 푸케코헤 하이스쿨 교장은 20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통신을 통해, 이번 사고로 Y10 재학생 한 명이 숨지고 그의 형제인 Y11 재학생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면서 유족과 지인들에게 조의를 전하며 교육부 지원을 받아 큰 충격을 받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클랜드 필리핀 커뮤니티 관계자는 아이들이 사고에 관련돼 더 충격적이라면서 커뮤니티의 각계각층이 유족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미 성당을 중심으로 모금하고 있고 웰링턴에서도 2명의 부상자를 돕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현장은 사고 다발 구간?>

약간 구부러진 해당 도로의 똑같은 장소에서는 지난 2020년 3월에도 트럭과 SUV가 충돌해 픽턴 출신의 저명한 사업가인 개리 케니(Gary Kenny, 당시 71세)가 사고 직후 웰링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뒤 숨진 바 있다.

당시 트럭 운전자였던 조지 데니스 로날드 개퍼(Gregory Dennis Ronald Gapper, 44)는 중앙선을 침범하는 충돌 사고를 내기 이틀 전에 다량의 메스암페타민을 복용했던 사실이 병원 이송 뒤 실시한 혈액 검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사고 발생 직전에 운전하면서 눈을 감은 모습이 대시 카메라에 의해 확인됐으며 이 사고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범죄 혐의가 그에게 추가됐다.

한편 사고 현장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 몇 년간 사고가 났던 이곳에서 언젠가는 또 다른 인명사고가 날 거라고 걱정했는데 결국 끔찍한 사고가 났다면서, 픽턴에서 오르막을 올라온 뒤 50km 제한시속 구간의 마을을 벗어나고 100km로 바뀌면서 모든 차량들이 가속한다면서 이곳의 노폭을 넓히고 제한속도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교통 문제를 담당하는 나딘 테일러(Nadine Taylor) 말버러 부시장은, 이번 사고가 난 지역의 사고 보고서를 받은 뒤 그동안 발생한 사고에 공통점이 있는지 조사하고 만약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도로관리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0년 들어 가장 많은 인명사고 발생>

이번 사고는 지난 2019년 4월에 북섬 중부 타우포 북쪽의 아티아무리(Atiamuri)를 지나는 국도 1호선에서 밴과 SUV가 충돌해 8명이 숨진 이래 국내에서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고이다.

한편 남섬에서는 지난 2000년 6월에 사우스 오타고의 와이루나(Wairuna)에서 밴과 육류 수송 트럭(meat truck)이 충돌해 일가족 6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바 있다.

또한 작년 8월에는 사우스 캔테베리의 티마루 외곽에서 15~16세의 청소년 6명이 주말 밤에 전봇대를 들이받는 바람에 10대 운전자 한 명만 남기고 5명이 모두 숨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교통사고 중 최대 희생자가 난 것은 지난 1963년 2월에 북섬 노스랜드의 황가레이 남쪽 브린더윈(Brynderwyn)을 지나는 국도 1호선 내리막 구간에서 브레이크 고장으로 버스가 30m 절벽 아래로 추락하면서 운전사 포함 36명의 탑승객 중 15명이 숨진 사고이다.

이들은 당시 뉴질랜드를 방문해 와이탕기 데이 행사에 참석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앞에서 공연했던 카파 하카 공연팀의 일원이었는데 당시 와이탕기에는 2만여 명의 군중이 몰렸다.

한편 이번에 픽턴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고 단 하루 뒤인 20일(월) 오후 1시 40분경에도 이보다 남서쪽 내륙인 말버러의 카이투나(Kaituna) 인근에서 또 사망사고가 났다.

사고는 국도 6호선 중 램버츠(Lamberts)와 캐머런스(Camerons) 로드 사이 구간에서 트럭과 밴이 충돌해 혼자서 밴을 운전하던 사람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트럭 운전자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구조 헬기로 웰링턴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 이틀 동안 발생한 이들 2건의 사고를 포함하면 금년 들어 6월 20일까지 전국에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명이나 많은 186명이 각종 교통사고로 숨진 상황이다.

경찰과 도로관리 당국은 특히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이해 블랙 아이스를 포함한 도로 결빙과 악천후가 자주 닥치고 있다면서, 운전자들이 평소보다 더욱 안전 운전에 유의하도록 당부하면서 과속과 중앙선 침범 및 음주와 약물, 졸음운전을 하지 말도록 다시 강조하고 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