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취약성을 드러낸 호흡기바이러스 사태 (RSV reveals stressed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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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힘들어하는 어린이나 젖먹이 아기를 보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 감염사태로 중환자실과 GP에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부모와 의료진의 마음고생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난 금요일 전국 20개 지역 가운데 11곳에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된 어린이 22명이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수술을 연기하고 어린이 환자를 위한 추가병상을 확보해야 했는데 어떤 부모는 아이의 응급실 진료를 위해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병원 간호책임자에 따르면 응급실과 소아과 병동에서 진료 중인 RSV 감염자수가 크게 늘면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의료진과 이례적으로 많은 응급실 의료진이 이직하고 있는 현 상황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2020년의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공공병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작년에 뉴질랜드의 봉쇄조치가 시작되었을 때 중환자실(ICU) 부족이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전국 중환자 병상 수는 200개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5백만 인구를 가진 나라로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인구당 중환자 병상수가 호주의 절반이었음).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뉴질랜드의 중환자 병상수가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감소한 사실이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까지 보건부(Ministry of Health)가 중환자 병상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 병상수는 358개로 늘어났고 보건부는 552개까지 늘이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부는 지금도 긴급상황이 되면 최대 552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오늘을 기준으로 볼 때 총 중환자 병상 수는 겨우 284개에 지나지 않는다.
봉직의협회(Association of Salaried Medical Specialists, 봉직의: 고용형태로 진료하는 의사. 역자 주) 정보에 따르면 (보건부의) 목표 달성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2020년 기준, 113 명이던 중환자실 의료진은 올 3월에도 그대로인데 의료진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은 채 중환자실 의료진의 수를 두 배로 늘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다.
전문의 외에도 마찬가지로 전문영역을 맡고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 부족도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약 2,500명의 간호사들이 중환자실과 심장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중환자 병상을 50% 증가할 경우 추가로 필요한 간호사 숫자는 엄청나다.
알다시피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을 닫으면서 초래된 의료진 부족과 호주 병원들이 높은 급여와 저렴한 주거비를 미끼로 뉴질랜드 간호사와 병원인력을 공격적으로 빼가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경고신호라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우리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볼 수 있다. 다행히 감염된 어린이 가운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히 배제하는 전략을 지속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음에도 백신 접종율은 인구의 10% 수준이다보니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발생한다면 공공병원은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RSV 감염사태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산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더라면 사태는 매우 심각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경고가 필요할까? (The Press, 15 July 2021).

번역: 김 유한, NZ 통번역사협회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