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교민 일가 한국에서 산사태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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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에서 30대 엄마와 2살배기 아들, 그리고 친정 엄마 등 3명 사망

한국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뉴질랜드 국적의 30대 여성과 어린 아들, 그리고 친정 어머니 등 한국계 교민 3대가 산사태로 모두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8월 3일(월) 오전 10시 28분경,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호명산 자락에 위치한 ‘호명산 스카이 라운지 펜션’에서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가 관리동인 목조 건물을 덮치면서 벌어졌다.
이 사고로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안나 송(Anna Song, 36)씨와 생후 26개월이 된 송씨의 아들인 태양 리키티(Taeyang Rikiti)군, 그리고 송씨의 모친인 로즈 김(Rose Kim, 65)씨 등 3명이 모두 숨졌다.
숨진 3명의 시신은 굴삭기가 동원되고 소방관들이 발굴 작업에 나서서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인 오후 3시경부터 송씨를 시작으로 해 진흙더미 밑에서 차례로 발견됐다.
수습된 시신들 중 송씨는 춘천의 강원대 병원에, 그리고 송군은 외할머니와 함께 춘천의 한림대 병원에 각각 나뉘어 안치됐다.

현재까지 나온 한국과 뉴질랜드 양국의 언론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송씨는 12살때 부모와 함께 이민와 크라이스트처치와 더니든, 그리고 웰링턴에서 성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대 중반이던 지난 2011년에 송씨는 문화적인 뿌리를 찾고자 고향인 제주를 찾았으며, 이후 2015년에 로토루아의 ANZ 은행에 비즈니스 매니저로 취업하면서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송씨는 그 이듬해에 로토루아 지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는 동안 향수병을 앓을 정도로 뉴질랜드가 그리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특히 스테이크-치즈 파이와 크림 도너츠 등 뉴질랜드 음식이 그리웠다면서 로토루아를 뉴질랜드의 다른 어느 곳보다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녀는 이곳에서 남편인 루크 리키티(Luke Rikiti)씨를 만났다.
지인들에 따르면 송씨는 대단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지난 2018년에 출산을 위해 은행을 휴직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최근까지 모친을 도와 펜션을 운영하는 한편 주한 뉴질랜드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양국 간 교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에 빠진 유가족과 지인들>

한편 송씨의 남편인 루크 리키티씨는, 아내는 한국이나 뉴질랜드 어디서건 삶이 가능했던 강한 여성이었으며 아들에게도 훌륭한 엄마였다면서, 모든 일에 자부심을 가졌던 그녀와 아들 등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을 억누르기가 너무도 어렵다고 비통한 심정을 언론에 전했다.
그는 지금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번 일에 위로와 사랑, 지지를 보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는데 그는 현재 한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뉴질랜드에는 송씨의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현지 언론은, 그가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해 큰 충격에 빠져 현재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NZ 은행에서 같이 근무했었다는 한 동료도, 그녀가 일도 열심히 했지만 다른 사람도 잘 챙기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자 훌륭한 엄마였다면서 자신의 인생 중 가장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면서 역시 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송씨는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이사로도 있으면서 양국 간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사고를 당하기 9일 전인 지난 7월 25일(토)에도 상공회의소 유튜브에 등장했다.
영상에서 송씨는 “뉴질랜드는 마오리 하카, 청정 녹지, 관광, 반지의 제왕 촬영지만 있는 나라가 아닌 테크놀로지가 무척 발달한 나라이며, 한국이 강조하는 청렴과 투명성 등의 가치와 잘 맞는 나라이다”고 뉴질랜드를 소개했다.
또한 당시 영상에는 토니 개럿(Tony Garrett) 주한 뉴질랜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출연해 뉴질랜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국이 교류를 강화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고펀드미(Gofundme)’ 웹사이트에 페이지를 개설하고 유족들이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에 가서 무사히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7000달러를 목표로 모금을 진행했는데 하루도 안 지나 4000달러가 모이는 등 목표액이 바로 채워졌다.

<사고가 난 펜션은 어디에?>

이번에 사고가 난 ‘호명산 스카이 라운지 펜션’은 북한강이 보이고 뒤에는 양수식 발전소용의 산정호수가 있는 호명산 자락이 감싼 경치가 좋은 곳이라 평소에도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이 펜션과 거래를 했다는 한 지인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주인인 송씨의 모친이 펜션을 처분하려다가 딸이 입국해 최근 홈페이지도 다시 만드는 엄마를 돕던 중이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사고 당일인 이날도 펜션에는 7~8명의 손님들이 투숙했었는데 산사태는 관리동만 덮쳤으며 이후 투숙객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해 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이후 주로 펜션을 이용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에는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며, 또한 한국에 거주 중인 뉴질랜드인들 역시 대부분 친밀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 큰 충격 속에 안타까운 마음들을 토로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들 역시 뜻밖의 비보를 접한 뒤 안타까운 심정들을 나타내면서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명복을 비는 한편 슬픔에 빠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다.
한편 최근 한국의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4일까지 전국에서 1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으며 1000여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