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내가 겪었던 뉴질랜드에서의 14일간의 호텔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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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제 전 한인회장이 지난 8월말에 입국하면서 겪었던 격리시설 경험담을 전해와 이를 원문 그대로 사진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한편 그의 한국에서의 격리 경험은 블로그(https://brunch.co.kr/@andrewyoon/100)에 실려 있다. [코리아리뷰]

(호텔 안 바닥에 깔린 거리두기 강조 문구)

<2020년 8월24일, 격리 첫날>


내가 탑승한 AirNZ는 기체가 온통 까만색이다. 특이하다. 세계적인 럭비팀인 All Blacks,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과 응원이 비행기에서부터 느껴진다.
뉴질랜드 초딩 남학생들의 가장 큰 미래의 꿈이 올블랙스 유니폼을 입어보는 거라던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새벽 5시 30분경.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자마자 입국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보건부 직원들 앞에 줄을 섰다.
여기를 먼저 통과해 이민국 입국 심사대를 거쳐야 한다.
공항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처럼 흰 방호복을 입지는 않았다. 흰 방호복을 안 입어도 방역이 될수도 있구나. 거리를 두고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그들은 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쓴 입국신고서에 대해 하나하나 영문명부터 재확인하며 증상 여부도 질문하면서 체온도 측정한다.
보건부 직원 뒤에는 경찰관들이 팔짱을 끼고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뭔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이 팔짱 포스. 음… 한국 경찰은 근무시 이렇게 팔짱을 끼지는 않는데…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게 이처럼 흥미롭다.
입국장으로 나오니 격리될 호텔로 가는 버스에 나오는 순서대로 태우고 가방도 다 실어준다.
큰 대형버스에 약 10명 정도만 태운다. 철저한 거리두기. 격리장소는 오클랜드 사내 ‘Grand Millennium Hotel’. 버스에는 운전사와 승객 사이에 노랑띠가 쳐있다. 거리두기를 뜻하지만 한국처럼 투명 비닐 칸막이는 아니었다.
호텔에서 체크인.
다시 보건부 직원과 인터뷰.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름, 생년월일, 어디서 왔는지, 아프거나 다른 증상은 없는지 등등. 이 직원은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대충대충 형식적 질문이 빠르고 말끝도 흐리다.
내가 영어를 아는지 테스트하는 듯한 느낌, 어딜가도 일하기 싫은 이는 있다.
언어 소통이 잘 안되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나라 별 통역이 다 있단다.
현장에는 없지만. 아마도 전화통역을 이야기하는 듯, 보건부 측에서 원하는 질문은 똑같을 꺼니깐 차라리 나라별로 번역판을 만들어 준비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나라에서 여러사람들이 계속 들어올 텐데.


오전 8시 15분.
방문 노크 2번에 문 앞에 아침식사가 배달돼 있다.갈색 종이백. 식사 후 음식 쓰레기는 다시 이 백에 담아 문 앞에 놔두면 됨. 아침 점심, 저녁식사 메뉴는 며칠 분은 미리 주문을 받는데 날자별로 정해진 메뉴에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클릭하면 되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는 각자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QR코드로 주문하도록 변경되었다.
호텔 방에는 숟가락과 포크, 접시와 그릇 그리고 티, 커피, 냉장고에는 우유도 큰통으로 4개나 들어있었다.
즉 음식만 배달되면 먹고 사는 것은 거의 완벽하다.
2주 동안 음식에 질릴 수도 있겠다 싶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것은 고추장과 볶음김치였다.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몇 개 가져왔는데 정말 유용(?)했고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오전 11시 30분.
마스크만 쓴 간호사 2명이 웃으면서 찾아오면 문을 열기 전에 나도 마스크를 쓴다 체온을 측정하면서 인후통, 기침, 발열, 두통 등 간단히 질문도 하는데 온김에 잡담들도 한다.
내 팔다리가 햇볕에 탄 것을 보고 어디서 그렇게 예쁘게 태웠냐고 농담도 한참 하다가 돌아간다.
한국에서는 격리 중 스스로 체온을 재고 휴대폰으로 하루 2번씩 보고하던 생각이 났는데 어떤 방법이 더 정확할까 잠시 생각해봤다.

낮 12시 30분.
방문 노크 2번에 문 앞에 갈색 종이백에 담긴 점심식사 도착

오후 3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 시간이다.
호텔 내 야외 테라스 같은 곳에서 45분간 산책이 가능한데 하루 전 호텔 로비에 가서 예약하면 가능하다.
하늘도 보고 햇빛도 보고 공기도 쐬고, 그런데 막 뛰고 싶은데 뛰면 안된다.
오로지 걸어야 한다. 뺑뺑 원을 만들고 교도소 죄수처럼. 하지만 이 시간은 매우 좋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변에서는 총은 안 든 뉴질랜드군인들이 우리를 에스코트해주고 또 안전하게 지켜도 주고.
저녁 6시 30분.
역시 방문 노크 2번에 문 앞에는 변함 없는 갈색 봉투에 담긴 저녁식사가 도착해있고 레드와인이 들어있다.
주류는 자비로 구입이 가능한데 호텔 리셉션에 전화로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주문하면 즉시 문 앞으로 배달되는 택배 시스템이다.
쥬류 구입에는 하루 제한 규정이 있어 흥미롭다.
하루 와인 한병 혹은 맥주 5 캔까지만 허용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 규정을 만들었을까? 국가가 개인 주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건 이 세상에 아마도 뉴질랜드 뿐일 걸.

<뉴질랜드에서의 격리 생활 소감>

해야할 회사일을 열심히 여유있게 다하고도 남아도는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많이 생각한 것은 당연하게도 나 자신에 대한 것.과거와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훨씬 가벼워진 마음에 격리가 끝날 즈음에는 2~3년 정도는 더 젊어진 것 같았다.
다들 힘들었다는데 나는 격리 체질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다음에 격리하실 분을 위한 팁>

간호사 방문 시 방문을 열기 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방을 나갈 때에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반드시 혼자만 타야 하며 누가 있을 때 같이 타면 안 된다.
혹시 내가 필요한 게 있으면 리셉션에 전화해 도움을 청하면 다 들어준다.

  • 방 안에 개미가 많다. 개미 퇴치 스프레이를 빌려준다.
  • 허리 근육 통증으로 볼타린(Voltaren)을 구입하려 했는데 도착 시 받은 안내문에 적힌 격리 호텔에서 지정된 근처 약국으로 전화해 카드로 결제하면 간호사가 찾아서 방문 앞까지 친절하게 택배로 배달해준다.
  • 내 GP로부터 약을 처방받으려면 먼저 GP에게 전화해 처방전을 격리 호텔 근처의 지정된 약국으로 보내고 약국에 전화해 결제하면 위와 같이 처리된다.
  • 격리 첫날 방이 춥거나 더우면 방 안의 온도조절기는 스스로 조작해야 한다(아무도 방에 들어와 도와주지 못하므로 첫날 확실히 연습하는 게 좋다).
  • 만약 언어 소통에 불편함이 있으면 외부의 친척, 지인과 연락해 방번호를 가르쳐주면 그분들이 리셉션에 직접 연락해 해결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 기분전환 겸 산책은 매일매일 할 것을 권한다.
    나의 독특한 격리 경험을 위해 그동안 수고해주신 NZ 보건부, 나의 산책 담당 뉴질랜드 육군, Grand Millenuim Hote,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준 주방장, 매번 따뜻한 음식을 배달해준 분들, 그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때 호텔 측에서 나에게 감사 편지와 조그만 선물이 도착했다. 와우 ‘스파클링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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