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유입은 막을 수 없다(Migrant tap hard to turn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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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Wellington) 의사당 건물 앞 인도에 귀를 대 보면 희미하지만 흥미로운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한때 효율적이라거나 혹은 생산적이라고 여겨졌던 체계가 붕괴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궤도이탈을 위협하는 기차소리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근래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의장이 의회에서 발생한 소동을 묻어두는 척 하다 다시 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일이 있었는가 하면 사전에 의견교환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공부문 임금동결을 결정함으로써 많은 전통적 동지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워크비자 소지자나 기술이민 영주권자의 숫자를 줄여 이민자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모호한 비전제시로 다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뉴질랜드와 뉴질랜드의 기반시설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이민자 유입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외국노동자 의존은 우리의 전통적인 노동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채 취약해진 것을 의미하는데 1차산업 분야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목표달성에 필요한 입법 지원과 강력한 의지가 결여된 정부의 비전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의 뉴질랜드는 이민자들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 없이는 나라가 뒷걸음질칠 판이다. 매시 대학(Massey University) 사회학자, 폴 스푼리(Paul Spoonley)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작 전, 영구 거주를 목적으로 뉴질랜드에 입국하는 사람이 매년 15만~17만명 수준이었고 이와 별도로 임시비자로 거주하는 사람도 30만명이나 있었음을 지적한다.
뉴질랜드의 낮은 출산율은 그 동안 이민자 유입으로 상쇄되어 왔다. 통계청(StatsNZ)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출산율은 1.6으로 전문가들이 인구증가와 경제활동 유지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2.1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출산율 감소는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호주나 캐나다도 뉴질랜드와 유사한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도 향후 20년간 인구성장의 유일한 근원으로 이민자 유입을 꼽고 있다.
이민자 유입이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한 것은 맞지만 주택건설 촉진과 물가상승 억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설현장 외에 노인요양시설이나 수산업 분야 인력의 1/3은 이민자로 채워져 있으며 의료분야나 정보통신 분야, 심지어 농촌지역에서의 핵심 노동력도 이민자들이다. 뉴질랜드의 농업은 오랫동안 남의 도움 없이 운영해왔지만 지금은 과수원이나 농장도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남섬 지역 낙농분야 노동력의 거의 절반이 외국인 근로자지만 업계 대표들은 여전히 극심한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낙농분야를 비롯, 많은 산업계는 (이민자가 줄어들 경우) 모자라는 인력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를 물을 것이다. 이들 분야는 아직 충분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해당 산업의 저임금이나 노동조건 때문에 일할 사람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시골 학교나 병원, 은행, 기타 핵심 시설은 문닫은 지 오래이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그들 중 일부는 더 많은 수입을 기대하고 호주로 떠나기도 했는데 마침 호주가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양국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호주로의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노동력 부족은 훈련지원을 강화하거나 높은 임금을 통해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만 그리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명확하고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의욕만 앞세우는 목표는 아무리 그럴 듯 해 보여도 결국 헛수고일 뿐이다.
(The Press, 19 May 2021).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