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특집] “연어 1200톤 떼죽음” 하지만 위기를기회로…

310

지난여름 유례없이 뉴질랜드 주변 바다의 수온이 치솟으면서 말버러의 연어 양식장에서는 1200톤이 넘는 연어가 떼죽음을 당했고 양식장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그 배경에는 라니냐(La Niña)처럼 특수한 기상 현상도 있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주된 이유인데, 국내 연어 양식 산업의 실태와 함께 위기를 맞은 업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본다.

1985년 알라스카에서 잡힌 길이 1.5m의 초대형 킹 연어


<북미에서 1901년에 도입한 ‘킹 연어’>
연어는 1901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낚시용으로 ‘킹 연어(King salmon)’가 뉴질랜드 남섬에 처음 도입됐는데, 현재 국내의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로 잡히는 어종 중 가장 커 무게가 15kg이나 나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 절반 수준이며 호수에서만 평생 사는 것은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것보다는 작다.
국내에서는 킹 연어만 기르며 양식이 본격 시작된 것은 1980년대로 ‘뉴질랜드 연어 양식업자 협회(NZ Salmon Farmers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수확량 기준으로 연간 1만 5500톤이 수확됐고 그 중 5000톤가량이 한국과 중국 등 세계 30여 국에 수출돼 1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렸으며 나머지는 국내에서 소비됐다.
킹 연어의 학명은 ‘Oncorhynchus tshawytscha’로 일명 ‘치누크(Chinook) 연어’라고도 불리는데, 치누크는 미국 북서부에서 치누크어를 사용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칭한다.
킹 연어는 오랜 남획으로 지금은 보기 드물지만, 과거에는 현지에서는 길이 2m짜리가 바다에서 낚시로 잡힐 정도로 연어 중에서도 가장 크고 맛도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면 양식도 가장 까다롭다.
킹 연어는 민물과 바닷물에 적응하는 이른바 ‘난해성 어류(anadromous fish)’인데 시장에 나오는 크기까지 자라려면 약 17개월이 걸리며 이때 평균 무게는 약 4.0~5.0kg 정도이다.
국내 연어 양식 산업은 연간 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수백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섬나라인 뉴질랜드로서는 앞으로도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큰 분야이다.
더욱이 갈수록 어족 자원이 고갈되고 각국이 철저한 어장 관리에 나서는 가운데 식량 확보 차원에서 양식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특히 넓은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로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 분야로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더해 연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특히 ‘오메가3’와 ‘비타민E·D’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에도 좋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스테이크, 초밥, 덮밥, 샐러드 등 손쉽게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횟감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뉴질랜드의 연어 양식 지역
뉴질랜드의 연어 양식 지역


<국내 연어 생산 절반 이상은 말버러 사운즈에서>
현재 국내 연어 양식은 위에 첨부된 도표처럼 지역을 크게 구분하면 남섬의 바다와 내륙 3곳에서 이뤄지는데 그중 전체 생산량 중 절반이 넘는 56%가량이 말버러 사운즈(Marlborough Sounds)에서 생산된다.
그다음으로 최남단 스튜어트(Stewart)섬의 ‘빅 글로리 베이(Big Glory Bay)’에서 29%가량이 생산되며, 캔터베리에서도 아카로아(Akaroa) 앞바다를 비롯해 중부 내륙 매켄지 컨트리(McKenzie Country)에서 댐 수로에 설치된 양식장에서 나머지 15% 정도가 생산된다.
연어는 양식 장소가 매우 중요해 ‘격리(isolation)’와 ‘수질(water quality)’ 및 ‘물 흐름(flow)’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하므로 연안 바다 중에서도 몇몇 지역만이 양식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한다.
킹 연어는 민물 부화장에서 일단 자라다가 8~18개월 뒤 바다 양식장으로 옮겨지는데, 바다 양식장은 뉴질랜드의 양식 환경에 맞춰 깊이가 최대 17m인 이른바 가두리 방식(pen)이다.
여기에 해저 바닥까지 10m 깊이가 더해지면 이상적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 깊이를 유지해야 연어가 온도 변화로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더운 ‘표층수(surface water)’에서 좀 더 시원한 수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편 양식장 가두리는 98%가 바닷물이고 연어는 2%인 서식 밀도를 가지며 또한 국내에서는 ‘성장 촉진제(growth promotants)’가 포함되지 않은 특별히 제조된 ‘사료(food pellets)’를 공급하는데, 사료의 모든 재료는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연어 양식업자 협회는 세계적 수준의 어류 양식 환경 실행 규범을 따르고 있으며 또한 양식장은 엄격한 자원동의 조건을 충족하도록 관리된다고 밝히는데, 세계 킹 연어의 85%를 뉴질랜드에서 생산되고 이 연어는 다른 연어에 비해 값도 비싸다.
실제로 작년 초 서울 모 백화점에서는 스튜어트섬의 ‘빅 글로리베이 킹 연어’를 판매하면서, 남극해산 킹 연어는 항생제와 백신,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연어 어종 중 최상위 1%의 최고급 식자재라고 홍보했으며 가격 역시 노르웨이산 대서양 연어에 비해 한결 비싼 값으로 판매한 바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NZ산 킹 연어 판촉 행사

<말버러 양식장 연어, 5마리 중 2마리 죽어>
그런데 이처럼 앞날이 밝게만 보이던 국내 연어 양식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는데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여름은 평년보다 수온이 1.5C나 크게 높았던 데다가 기간도 여름 일찍부터 시작돼 평소보다 늦게 이어지면서 피해를 더욱 크게 했다.
이 바람에 말버러 사운즈에 있는 ‘NZ King Salmon’의 양식장에서 5마리 중 2마리가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로 죽어 무려 1300여 톤 가까운 연어가 폐기물 매립지로 보내졌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해보다도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면서 수온도 높았지만 그 기간도 길었으며 양식장이 위치한 펄로러스(Pelorus)와 퀸 샬럿(Queen Charlotte)에서 18C 이상에 달하는 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1 규모의 연어 양식업체인 이 회사는 1월까지 연간 기준으로 7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해 주가가 연간 73%나 떨어지고 한때 거래까지 중단되기도 했으며 이후 손실금을 보충하고자 추가 투자를 받는 중인데, 회사는 현재 펄로러스의 양식장 3곳을 휴업하고 한 곳만 시험 운영 중이다.
연어는 통상 수온이 14C 정도 되는 비교적 차가운 바다에서 잘 자라는데 자연에서는 더우면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수온이 낮은 깊은 바다로 내려가지만 양식장 연어들은 꼼짝도 못 하고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수온이 18C가 되면 연어 몸에서는 먹이를 소화하도록 돕는 효소(enzymes)가 죽기 시작하고 수온이 몇 주 동안 18C를 유지하면 면역 체계가 무너지면서 결국 죽게 되며, 또 만약 기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더 높은 온도에서는 열기만으로도 죽는다.

말버러 사운즈의 연어 양식장 모습


<앞으로 말버러 사운즈에서는 연어 살기 힘들다?>
태평양에서 ‘라니냐’가 발생하면 해수 온도가 최소 5일간 ‘90백분위수(90th percentile)’ 이상되는 이른바 ‘해양 열파 현상(marine heatwave conditions)’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데 하지만 지난여름은 그 정도를 넘어섰다.
양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지구 환경 변화를 마주하고 있고 불행히도 킹 연어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가 국내 양식업계를 강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속도가 더 빨라졌으며 해수 온도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일하기 시작한 첫 7년간은 해양 열파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2년마다 겪고 기상 당국으로부터 자주 해양 열파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양식업체 관계자도 말버러 사운즈 양식장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면서 이는 결국 더 수온이 낮은 지역으로 연어 양식장을 이동시키거나 또는 이곳에서는 다른 어종을 기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대학의 한 전문가는 남섬 북부는 조만간 연어가 살기 힘든 곳이 될 수 있지만 반면 이곳은 이전까지는 ‘스내퍼(snapper)’를 비롯한 여러 물고기의 남쪽 한계선이었으며 현재는 이들의 서식지가 남쪽으로 더 확대됐다면서, 말버러 사운즈에서 다른 어종의 양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기후 변화로 사람들은 항상 승자와 패자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국내에서 연어 양식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회사들은 더 남쪽에서 양식 중이라면서, ‘NZ King Salmon’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킹 연어 생산자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살마르(SalMar)사의 ‘외해 양식장’의 설치 전 이동 모습


<좀 더 깊은 바다로 진출한다>
양식(養殖)의 사전적 의미는 ‘물고기나 미역, 김과 같은 수산 동식물을 인공적으로 기르고 번식시키는 일’이다.
인구 증가 속에 남획으로 수산자원이 부족해지자 ‘필요할 때 잡던 어업’을 ‘아무 때나 공급이 가능한 기르는 어업’으로 진화시킨 것인데, 하지만 이런 방식도 현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양식장 대부분이 육지와 붙은 바다, 또는 육지에 있어 적조나 전염병에 취약하고 수질 유지용 산소 공급으로 전력비가 만만치 않으며 또한 좁은 공간에서 많은 고기를 키우다 보니 오염 물질을 제대로 처리 못해 최악의 수질을 보이는 곳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을 찾는 가운데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항상 좋은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외해 양식(Open Ocean Aquaculture)’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외해 양식은 수심 40m 이상 해역에 거대한 양식장을 설치하고 어류를 키우는 환경친화적 기술인데, 수심이 깊은 만큼 언제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며 수심이 깊어 적조나 태풍이 발생하면 양식장을 물밑으로 가라앉혀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기관이 외해 양식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어종을 찾은 결과 연어와 날새기, 그리고 도미 등 3종이 선정됐는데, 특히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연어는 비교적 수온이 낮은 외해 양식장에서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어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미는 비교적 따뜻한 아열대성 수온을 선호하고 날새기는 전형적인 아열대성 바다에서 자라는 어류이다.
또한 외해 양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현재 각국은 각종 첨단 장비로 관리하는 양식장 플랫폼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세계 최대 연어 양식 국가인 노르웨이가 지난해 중국에 발주한 최첨단 양식장은 직경과 높이가 각각 110m와 70m에 중량이 무려 7700톤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반잠수식으로 이루어진 이 스마트 해상 플랫폼은 모든 운영과 관리 시스템이 자동화돼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외해 지역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데 별다른 문제점이 없도록 설계됐다.
한국에서도 외해 양식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 중인데, 한 예로 수심 45m인 외해 양식장에서 멍게를 양식한 결과 폐사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는데 반면 연안에서 멍게를 줄에 매다는 방식에서는 지역별 폐사율이 50∼70%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폐사 문제에서도 외해 양식에 쏠리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NZ King Salmon’의 ‘Blue Endeavour’ 외해 양식장


<외해 양식장 속속 준비하는 연어 양식업계>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어 양식업계도 외해 양식으로 진작부터 눈을 돌렸는데 ‘NZ King Salmon’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규모의 양식업을 실현할 수도 있어 외해 양식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 회사는 쿡 해협에 육지에서 7km 떨어진 바다에 ‘Blue Endeavour’라고 불리는 12헥타르 규모의 외해 양식장 설치에 대한 자원동의서를 2019년에 신청했으며 공청회를 거친 뒤 올해 말 이전에는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허가가 나면 회사 측은 현재 펄로러스의 휴업 중인 기존 양식장 3곳을 연중 9개월 동안은 ‘사육장(nursery site)’으로 사용해, 여기서 키운 연어를 외해 양식장으로 옮겨 오는 2027년부터는 이곳에서 연간 1만 톤을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외해 양식장은 수온이 낮아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수온이 크게 변하는 ‘수온약층(thermocline)’도 있어 해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수온이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더욱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어종을 양식해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도 있는데, 새로 설치되는 외해 양식장은 기르는 물고기에 알맞은 최적의 수온을 찾아 양식장을 언제나 이동시킬 수도 있는데, 양식장이 이동하는 만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다.
연어 양식장 몇 곳을 운영 중인 ‘Sanford’ 역시 2020년에 사우스랜드 당국에 외해 양식장 자원동의서를 제출했으며 남섬 마오리 기업인 ‘나이 타후(Ngāi Tahu)’도 ‘Hananui Aquaculture’라는 이름으로 역시 사우스랜드에서 외해 연어 양식장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정부 역시 이러한 기업들 움직임에 발맞춰 어업부(Fisheries NZ)가 신속하게 승인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재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는 국내 양식 산업 규모를 30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해 양식장을 준비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젖소 농장은 1헥타르 공간에서 1만1000달러 수익이 창출되지만 외해 양식장은 3000만 달러나 되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량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산업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국가의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외해 양식 산업이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