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이한 코리안 헬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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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의 동반자 역할을 해온 ‘코리안 헬프라인’이 새해가 되면서 어느덧 창설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10여년 동안 지진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만든 모스크 테러 사건도 목격했던 이곳 교민들은 특히 작년 초부터는 ‘코로나19’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사태로 인해 경제적인 면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민자로서 낯선 곳에서의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 나아가 소중한 정보까지 알려준다면 이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우리 삶에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1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주요 상담 사례들을 모아 ‘2020 상담정보모음 HELP 123’을 펴낸 코리안 헬프라인의 이연수 대표와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 상황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참고로 아래 인터뷰는 이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함께 나눈 내용이지만 상담원의 신원을 비공개로 하는 헬프라인의 운영 규정상 이 대표의 신원과 사진만 공개하며 나머지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미리 독자들에게 밝힌다.

Q. 설립된 지 어느덧 10주년이 됐는데 우선 최초 설립하게 된 배경과 목적, 그리고 설립까지의 경과 과정 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한국인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의사소통, 문화나 사회제도의 이해부족 등 아주 다양합니다. 내 나라라면 문제될 것 없는 작은 일조차 힘들고 고통스러워 때론 좌절하기도 합니다.
헬프라인은 우리 교민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면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고민하면서 함께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약 15명의 상담위원들이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지난 2011년 3월 1일에 비영리기관으로 정식 출범하였습니다.

Q. 그러면 그동안 지금까지 어떻게 운영이 돼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교민 여러분이 궁금한 일이나 어려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담 외에도 그동안 청소년을 둔 가정을 위한 세미나와 어르신을 위한 정보자료집 ‘행복한 노년’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편지쓰기 행사도 주최한 바 있습니다.

한동안 필요한 경우에는 내담자를 직접 만나는 대면상담도 했었지만 인력부족과 안전상 이유로 지금은 전화와 이메일 상담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전문적 지식이나 상세한 내용이 필요해 전화로 즉시 답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보니 이메일 상담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Q. 지금 현재는 누가 어떻게, 또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요?

A. 창립 이래 지금까지 줄곧 헬프라인의 운영은 매년 선출하는 대표와 3~5인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가 맡고 있습니다.
운영위원회는 재정 등 행정적 일과 함께 상담원 선발 및 교육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의논하고 시행합니다만, 그러나 저희 헬프라인의 핵심은 모엇보다도 교민 여러분의 답답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 봉사해주시는 상담원 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상담을 해주시는 분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아는데 주로 어떤 분들이신지 그리고 상담원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또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요?

A. 헬프라인 상담원으로 봉사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봉사활동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또 내담자(도움을 요청하신 교민)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찾기 위해 타인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꼭 필요합니다.
물론 뉴질랜드 이민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공부하려는 마음도 중요합니다.
사실 이런 조건에 적합한 자원봉사자를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현재 봉사하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이십니다.

Q. 이와 같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자금도 필요할 텐데 현재 어떻게 운영자금이 조달되고 있습니까?

A. 사무실 운영과 자료 출판 등 상당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헬프라인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대부분은 한국의 재외동포재단과 뉴질랜드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지원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후원은 여러 교민업체들과 개인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사실 지원 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정부기관이나 단체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현재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교민 사업체와 개인들이 해주시는 후원은 저희에게는 한마디로 ‘돈’이라는 단어를 넘어서는 마음으로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Q. 그럼 헬프라인에 도움을 요청해오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며 또 어떤 상황에 대한 요청이 많았는지요?

A. 단순하게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요청부터 가정폭력과 같은 심각한 주제까지 다양한 내용에 대해 도움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저희가 받았던 질문과 도움 요청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복지나 비자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으며 소비자 분쟁, 시민권, 주택 등에 관련된 질문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Q. 그러면 이처럼 도움 요청이 접수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습니까?

A. 코리안 헬프라인은 전화와 이메일로 상담하는 기관으로 도움 요청이 있을 때 그 내용을 경청하여 내담자가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찾도록 안내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점에서 이른바 다른 ‘복지기관’들과는 다릅니다.

뉴질랜드는 손꼽히는 복지국가로 정부나 각종 단체가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지만 막상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이 자신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또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부족과 함께 주위의 잘못된 조언으로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헬프라인은 교민 여러분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해드리지는 않지만 조언과 정보 제공을 통해 적절한 기관으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안내하는 상담기관입니다.

Q. 비영리기관으로써 운영에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또 현재 교민들께 바라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자원봉사 단체를 운영함에 있어서 늘 어려운 점은 예산과 인력 문제이지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여러 기관들과 사업체들, 그리고 개인 분들의 후원으로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은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봉사하는 마음과 타인의 어려움과 아픔을 듣고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남을 돕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자원봉사 상담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그 동안 광고와 추천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찾으려 노력해왔지만 좋은 봉사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접하는 교민 여러분들 가운데 헬프라인의 운영목적과 취지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상담원으로 지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헬프라인 홈페이지(www.koreanhelpline.org.nz)에서 필요한 서류를 내려 받아 이메일로 보내시면 면접과 교육을 통해 상담원으로 봉사하시게 되는데 다른 자원봉사 활동에서 얻을 수 없는 큰 보람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이번에 10주년을 기념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A. 지난 10여 년간 헬프라인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의하신 내용 가운데 빈도가 높거나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모아 교민 여러분께 안내하면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는 생각으로 ‘2020상담정보모음’을 발간하였습니다.
책자에 담긴 질문의 개수가 모두 123개여서 제목을 ‘HELP 123’으로 하게 됐는데 앞으로 내용을 추가해 ‘HELP 150’ 또는 ‘HELP 200’처럼 더 많은 내용을 담은 책자를 펴낼 계획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책자에 담긴 내용은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없게끔 수정하고 보완하여 작성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립니다만, 자신의 어려운 사정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는 만큼 저희 코리안 헬프라인이 내담자의 비밀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기관을 운영해나갈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예산과 인력이 확보된다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더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민사회에 더 큰 힘이 되고자 합니다. 지금보다 상담시간을 늘리거나 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상담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자원봉사 상담원의 부족으로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뜻이 있으시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민 여러분의 지원을 간절히 기대합니다.

<에필로그>
한편 좀더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관계자들은 또 다른 어려움 한 가지를 토로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간혹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이 즉각적인 문제 해결이나 또는 상담이나 정보 제공을 넘어서는 헬프라인 측의 직접적인 물리적 대응을 희망했다가 안 되는 경우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곤 해서 상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헬프라인 측에서는 이런 경우 기관의 목적과 운영 방침상 어쩔 수 없이 서비스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안타깝지만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상담정보 모음’은 내용이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실려 대단히 사실적이며 또한 이민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실용적인 내용들로 구성돼 교민들의 실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연수 대표는, 사례집을 충분한 숫자로 제작했으면 좋겠지만 재정 여건상 300부만 제작해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헬프라인 웹사이트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이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례집 발간 역시 자원봉사를 하는 상담원들이 따로 시간을 내 그동안 상담일지에 남겨뒀던 주요 사례들을 취합하고 또 내용을 다시 다듬는 작업을 거의 1년 여에 걸쳐 마무리한 결과 나온 귀중한 열매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헬프라인은 자체 상담원들의 신원도 일단 비밀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상담을 원하는 이들의 신분과 상담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실제로 때로는 좁은 교민사회다보니 목소리로도 서로가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절대로 상담원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담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사례 발표 등을 통해 서로 간에 교육과 함께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는 일련의 활동들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담원과 상담을 원하는 이들 및 주고 받은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것이 상담기관의 생명이라면서, 비영리기관이다보니 재정도 어렵지만 그보다는 특히 시간을 내서 봉사하는 상담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일에 나서는 이들은 헬프라인이라는 기관을 돕는 게 아니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나서는 것이라면서,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또 무엇이 우선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발간된 사례집을 읽다 보면 실생활과 밀접한 실용적인 사례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나라면 이런 경우 정말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례들도 종종 발견된다.
누구라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 때 가느다란 줄이라도 그 앞에 던져진다면 희망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타국에서 살면서 작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고 위로도 받을 수 있는, 또한 그 희망과 위로를 전해줄 수도 있는 ‘헬프라인’과 같은 기관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이자 또한 함께 불을 밝혀나가야 할 등대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어둠 속에서 등대를 찾아주기를 바라는 한편 또한 더 많은 이들이 이 등대의 불을 밝히는 데 함께 나서주기를 기대하면서 신년 첫 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코리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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