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특집] “요소수 대란 발생한 한국, NZ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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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요소수 대란’이라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져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공군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호주에서 요소수를 긴급히 수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사태가 조금 진정되는 모습인데 우리에게 다소 낯선 물건인 요소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몇 년 전 남섬에서 발생했던 한 황당한 사고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도 요소수 이용 시 주의할 점 등을 <코리 특집>으로 소개한다.


<13달러짜리 용액이 불러온 재앙>
5년 전 남섬 북부 모투에카(Motueka)의 한 나이 든 운전자가 차에 연료를 잘못 넣어 2만5000달러에 달하는 승용차를 아예 폐차까지 시키는 봉변을 당했다.
이유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단순했는데, 차에 연료 아닌 디젤엔진 차량에 쓰이는 이른바 ‘요소수(Diesel exhaust fluid, DEF)’를 연료탱크에 넣었기 때문.
당시 문제의 주유소는 ‘넬슨 페트롤륨 디스트리부션(Nelson Petroleum Distribution, NPD)’의 이른바 ‘트럭스톱스(truckstops)’라고도 불리는 대형 차량 전용 주유소로 운전자가 직접 주유를 하는 곳이었다.
노인은 그 해 초에 문을 열었던 이곳에서 자신의 홀덴 크루즈(Holden Cruze) 승용차에 13달러어치 휘발유를 보충한 후 엔진을 켜고 출발하려 했지만 이내 차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주유소에 달린 전화로 NPD 측과 통화한 결과 엉뚱한 물체를 차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차는 결국 정비소까지 견인됐고 3시간 뒤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엔진은 물론 연료공급 계통 등이 모두 파손돼 차라리 폐차하고 새차를 사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을 듣는 황당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당시 주행거리가 2만7000km밖에 안 된 차는 수리비만 1만2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다행히 보험사고로 인정받아 노인은 다른 차를 살 수 있었지만 주유소에서는 단 13달러만 배상을 받았다.

노인이 당시 연료탱크에 잘못 넣은 이른바 ‘요소수(DEF)’는 쉽게 설명하자면, 대기 환경에 유해한 배기가스 중 특히 질소산화물(NOx)를 제거하고자 경유(디젤) 엔진이 달린 차량들에서 사용하는 용액이다.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진과 함께 발암 물질로 분류됐으며, 광학 스모그와 산성비의 주범이라 오래 전부터 각국 환경 당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아온 환경 유해 물질이다.
이 용액은 이른바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선택적 촉매환원)’이라는 장치를 부착한 차의 전용 저장탱크에 연료와 따로 보관되다가 배기관을 통해 분사돼 엔진 배출가스와 반응하면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켜 없앤다.
이는 지난 1992년부터 유럽연합이 이른바 ‘유로(EURO)’라고 불리는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적용하기 시작해 점차 규제를 강화해 나가던 중 지난 2013년 1월에 ‘EURO 6’이 도입되면서 당시 생산하기 시작한 차량들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EURO 6’은 종전의 ‘EURO 5’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이 5배나 강화됐는데, 이에 따라 자동차 제작사들은 신형 엔진을 만들거나 별도의 공해저감장치를 부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도입한 것이 바로 SCR이라는 장치이다.
여기에 쓰이는 요소수는 흔히 비료로 많이 쓰이는 ‘요소(Urea)’를 순수한 물에 녹여 만든 것으로, 32.5%의 요소 성분과 67.5%의 이온이 제거된 물(Deionized water)로 만들어지는 무독, 무색, 무취의 수용성 물질이다.
유럽에서는 보통 요소수가 ‘AdBlue’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며, 이외에도 국내서는 ‘GoClear’라는 다른 상품명도 있는데 모투에카 운전자가 넣은 요소수도 이 상품이었다.


<별도로 설치된 DEF 전용 탱크>
요소수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연료, 또는 여기에 섞는 일반적 연료 첨가제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예 해당 차에는 이를 담는 탱크 자체가 연료탱크와는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연료탱크와는 주입구도 다른데, 보통은 기본 연료 주입구 옆에 달린 또 다른 주입구를 이용하지만 일부 디젤엔진이 달린 승용차나 4WD차량은 본네트를 연 후 전용 탱크에 따로 주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는 탱크가 트렁크 밑에 설치되기도 한다.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에는 이것이 부족할 때 경고등이 뜨는데, 통상 경고등은 요소수 잔량으로 운행 가능한 거리가 2,400km 이하 정도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차량 출력이 떨어지고 끝내는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입해야 하며 이를 방지하고자 요소수가 떨어지면 해당 차량은 아예 시동이 안 걸린다.
또한 요소수 주입 시는 정품을 써야 하며 만약 불량품을 썼다가 가는 관으로 된 장치의 센서 등이 망가지면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이 이른바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인데, 이는 제대로 연소 안 된 오염물질을 필터로 걸러낸 뒤 400~600℃ 고온으로 다시 한번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법으로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거나 교체해주어야 한다.


<혼동하기 쉬운 주유장치도 문제>
문제는 SCR 장치가 부착된 엔진 차량들이 많아져 특히 디젤(경유)엔진을 주로 쓰는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대형 차량이 많이 이용하는 트럭 전용 주유소에서는 일반적인 연료 주입기와 더불어 이 DEF 공급기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요소수 펌프 주둥이가 일반 차 연료 탱크 주입구에도 쉽게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이며 당연히 공급업체는 경고 문구를 부착해 놓았지만 시력이 좋지 못한 노인이나 연료 지식이 없는 운전자들이 실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 용액이 연료 탱크에 들어가 기존 연료와 섞이면 시동을 거는 순간 엔진은 물론이거니와 연료 공급 계통이 모두 망가져 해당 차량은 큰 피해를 입는다.
당시 봉변을 당했던 노인 운전자는 경고 문구가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NPD에서는 부착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는데, 비록 문구가 있었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노인은 나이 많은 운전자들은 꼭 안경을 가지고 다니라고 조언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당시 ‘자동차협회(Automobile Association)’에서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국내에서 간간히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인 2019년 말에 보험협회(ICNZ)는, 그 당시까지 3년간 같은 사고가 130건 이상 접수됐고 평균 청구비도 1만4000달러에 달했으며 일부 보험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고가 보상되지 않으므로 실제 사고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AA에서는 경고 문구와 안내판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그네틱 주유기(magnetic nozzles)를 설치하는 등 아예 처음부터 DEF 주입을 막을 수 있는 주유 회사가 근본적인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또한 운전자들의 주의도 당부하면서, 걱정되는 운전자들은 낯선 곳보다는 평소 이용하던 주유소를 가고 휴가 등으로 장거리 여행에 나설 때는 이른바 ‘트럭스톱스’ 같은 특정 주유소가 아닌 일반 주유소를 이용하는 게 작은 실수로 ‘재앙적 수준의 손해(catastrophic damage)’를 입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통상 ‘트럭스톱스’는 도시나 마을의 외곽에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되고 휘발유도 판매하는데, 가격이 일반 주유소보다 조금 더 싼 경우가 많다고 AA측은 덧붙여 설명했다. [코리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