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과 한국 “성추행 혐의 현직 외교관 문제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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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 고위 외교관의 ‘성추행(sexual assault)’ 사건이 급기야는 양국 정상이 최근에 가진 전화 회담에서까지 거론되는 등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년 넘은 사건, 현지 언론 보도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라>


국제 이슈로까지 떠오른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25일(토) 뉴질랜드 언론 매체인 ‘뉴스허브(Newshub)’가 ‘뉴스허브 네이션’을 통해 해당 외교관의 사진과 함께 ‘김00’라는 이름과 현재 직책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뉴스허브는 ‘미디어워크(MediaWork)’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채널 3TV’와 ‘미디어워크 라디오 네트워크’를 통해 ‘라디오 라이브(Radio Live) 뉴스’ 등 뉴질랜드 전역에 국내외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20여분 넘게 이어졌던 이번 방송 보도를 포함해 지금까지 나왔던 언론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사건은 지난 2017년 후반에 웰링턴의 한국대사관 내에서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대사(Deputy Ambassador)’로 근무 중이던 김씨는 뉴질랜드 국적자인 직원에게 자기 사무실에서 데스크탑 컴퓨터를 고치도록 했으며 이때 피해자 뒤에서 ‘왼쪽 엉덩이를 꽉 쥐어잡은(squeezed the victim’s left buttock)’ 것이 첫 번째 사건이었다.
이 직후에도 김씨는 엘리베이터에서 이번에는 피해자의 ‘사타구니 부위(groin area)’와 벨트 주위를 손으로 움켜잡는 두 번째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는 이런 사실들을 ‘상급자들(superiors)’에게 모두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가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건의 사건이 벌어진 몇 달 뒤인 2018년 초에 김씨가, 피해자의 ‘젖꼭지와 가슴(nipple and chest)’을 손으로 잡는 3번째 추행이 이어졌는데, 그로부터 한 달 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김씨는 본국으로 귀국했다.


<성추행 의도 없이 장난이었다고 주장>


뉴스허브 측에서 입수한 한국대사관 내부 문서에 따르면 김씨는 내부 조사에서, 당시 ‘성희롱 의도는 없었으며 사타구니를 움켜쥐지 않고 장난(joke)으로 ‘배를 두 번 두드린 걸(giving his belly a couple of taps)’로 기억하며, 또한 더듬지 않고 양손으로 ‘가슴을 두드린 것(knocking his chest with both hands)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국에서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처분이 당시 사건과 연관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현재는 필리핀에서 ‘총영사(Consul General)’로 근무 중이다.
뉴질랜드 현지 경찰은 작년 2월부터 수사를 진행하면서 김씨의 입국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으며, 작년 9월에는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뉴스허브 측은 밝혔다.
또한 금년 2월에 웰링턴 지방법원은 김씨에게 3개 성추행 혐의로 ‘구속영장(warrant for his arrest)’을 발부했는데, 각 혐의 별로 최대 7년까지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serious crimes)’라고 뉴스허브는 덧붙였다.
나아가 법원 서류에 의하면 대사관 측은 경찰의 현장 조사와 직원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CCTV 영상 등의 접근 조사를 ‘외교관 면책 특권(diplomatic immunity)’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서 이상진 현 뉴질랜드 한국 대사에게 뉴스허브 측이 인터뷰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 대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수사를 받기 위한 입국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성명서를 통해 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은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뉴질랜드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함께 싸운 동맹국이지만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김씨 수사에는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뉴질랜드 외교부는 이 문제 해결을 한국대사관과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교착 상태이며, 2차례 양국간 주요 회담에서도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고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이나 재신다 아던 총리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뉴질랜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함께 지적했다.

<결국 정상간 전화 회담에까지 이슈로 등장>

이번 뉴스허브 보도에서는 또한, 지난 2014년 성폭행 미수와 절도 혐의를 받았던 말레이시아 외교관(무관)이었던 무하메드 리잘만(Muhammed Rizalman)의 사례도 언급됐다. 당시 본국으로 돌아갔던 리잘만은 ‘범죄인 인도(extradition)’를 존 키 총리가 이끌던 뉴질랜드 정부가 요구하자 2016년에야 재판에 출석해 9개월의 가택구류형을 선고받았다. 뉴스허브의 보도를 시작으로 이번 사건은 양국의 다른 언론 매체들에도 오르내리기 시작했으며 결국 7월 28일(화)에는 재신다 아던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30분간 전화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청와대는 정상 간 대화는 관례에 따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으나 후속 보도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통화 말미에 총리가 자국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가 사실관계 확인 후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국 언론들은, 지금까지 개인적인 문제라고 도외시하던 한국 외교부가 정상 간 회담에서 거론되는 등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자 부랴부랴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는 최근에 한국의 국가 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제기해 조만간 인권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 내 여론들은, 진작부터 원칙대로 처리했어야 할 문제를 외교부가 솜방방이 처벌로 끝내는 등 지금까지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결국 국제적인 사건으로 비화시켰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뉴질랜드 언론에서도 후속 보도들이 잇달아 나왔는데, 뉴질랜드 정부 역시 그동안 이 문제 해결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내용과 함께 한 언론사에서는 김씨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언론은 김씨가 현재 한국 언론의 접촉도 거부하고 있다면서, “자신은 동성애자나 변태 성욕자가 아니라면서 어떻게 자신보다 건장한 백인 남성을 성추행할 수 있냐?”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신병 인도는 결국 뉴질랜드 경찰이 결정할 듯>


한편 사건이 양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당사자인 김씨에 대한 비난 여론도 크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양 당사자들의 주장이 크게 어긋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김씨를 뉴질랜드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 측에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는 했지만 김씨의 신병 인도를 정식으로 요구하거나 인터폴에 수배를 내린 상태는 아니며 일단 경찰이 한국대사관과 정부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단계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외교관 면책 특권을 내세워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뉴질랜드 언론들의 주장도 실제와는 조금 다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외교관들은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주재국에서 신체 불가침 및 체포와 구금, 형사 소추로부터 면제받는 특권이 있지만 본국으로 귀국하면 해당 면책 특권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면책 특권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외교 사절에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현재 김씨는 뉴질랜드 주재 외교관이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으며 이 결과 언론에서 신병 인도 주장이 제기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즉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김씨에게 적용되는 면책 특권은 없는 셈인데,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7월 29일(수) 현지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김씨에 대한 신병 인도 문제는 경찰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면책 특권은 해당 국가들 간의 협의로 포기할 수도 있으며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상대방 국가로 신병이 인도된 경우도 많은데, 그러나 범죄의 종류나 국가간 입장에 따라 그 처리 방법은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향후 김씨의 신병처리 문제가 공식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국이 어떤 형식으로 이번 사건을 종결할 것인가에 대해 한국 교민들은 물론 양국 국민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코리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