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믿음(A lesson in trusting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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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뉴질랜드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가 찔끔찔끔 공개되면서 음모론이나 가짜 여론조사로 촉발된 혼란을 사흘간이나 지켜본 시점에 나온 뉴질랜드 총선의 최종 개표결과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불만을 토로하거나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없고 선거가 사기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으며 심지어 선거에서 패배한 쪽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특별투표는 진보적 성향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수혜자는 노동당(Labour), 녹색당(Green Party), 마오리 당(Maori Party)이었다. 녹색당의 득표율은 7.6%에서 7.9%로 증가하여 ACT당을 누르고 원내 제 3당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특별투표 개표결과가 드러나면서 오클랜드 센트럴(Auckland Central) 선거구에서 클로에 스워브릭(Chloe Swabrick, 녹색당 대표. 역자 주)과 노동당 헬렌 화이트(Helen White) 후보간 득표 차이가 선거 당일보다 두 배 이상 벌어지면서 녹색당의 선전이 더욱 빛났다.
노동당은 지난 10월17일의 개표결과에서 패한 것으로 보였던 세 지역구에서 승리를 다시 거머쥐었는데 프리양카 라다크리쉬난 (Priyanca Radhakrishnan)은 몽아키에키에(Maungakiekie) 선거구에서 국민당의 데니스 리(Denise Lee)를 밀어냈고 윌로우-진 프라임은 노스랜드 Northland) 선거구에서 국민당 매트 킹(Matt King)을 눌렀으며 에밀리 헨더슨(Emily Henderson)은 왕가레이(Whangarei) 선거구에서 국민당 셰인 레티(Shane Reti)에 승리했다.
레티 의원은 비례대표(list MP)의원으로 의원직을 여전히 유지하지만 킹 의원과 리 의원은 의회를 떠난다.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인 쥬디스 콜린스(Judith Collins)와 충돌하면서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의 부진을 두고 공격받았던 리 의원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이던 라다크리쉬난 의원과 프라임 의원은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되었고 헨더슨은 초선의원이 되었다. 다만 매트 킹 전 의원이 노스랜드 선거구의 재검표를 요구함에 따라 아직 절차는 남아있다.
마오리당의 귀환은 매우 고무적인데 정당득표가 늘어나면서 공동 당대표인 데비 나레와-패커(Debbie Ngarewa- Packer)가 마오리당의 두 번째 의원이 되었다. 외교부장관으로 새로 임명된 나나이야 마후타(Nanaia Mahuta) 처럼 나레와-패커 의원도 모코 코애(moko kauae, 마오리 여성이 하는 턱 부위 전통문신. 역자 주)를 하고 있는데 이번 주, 한 명 이상의 보수 측 인사가 마후타의 얼굴문신을 두고 소동을 피운 것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매우 시기 적절하다. 2주 전에도 다양한 의회구성으로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바 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다양성이 더 강화되었다.
노동당 득표율이 49.1%에서 50%로 늘어난 것은 상징적으로도 의미 있다. 최종 개표결과에서 확인된 충격적인 사실은 선거 당일 개표에서 국민당이 정당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지역구가 겨우 4개에 지나지 않았는데 특별투표 개표결과를 반영하고 보니 엡섬(Epsom) 한 곳만 남게 되어 그렇지 않아도 절망적이었던 2주 전의 국민당 상황은 더 나빠지고 말았다.
최종 개표결과는 노동당에게 분명히 좋은 소식이지만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찬반 격차가 더 줄어들어 노동당 2기 정부가 약물관련 법률에서 의미 있는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도 나올 만 하다. 초기 개표결과에서 대마합법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53.5%, 찬성이 46.5%로 나타나 특별투표가 합산되더라도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최종 개표결과 찬반투표의 격차가 좁혀져 반대 50.7%, 찬성 48.4%로 나타났다.
찬반투표의 차이가 68,000 에도 못 미치는 뉴질랜드 정치에 유례없는 팽팽한 접전이었는데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 수상의 영향력으로 대마합법화 캠페인을 밀어 붙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찬성” 투표자들로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더 커질 듯 하다(The Press, 7 November 2020).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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