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압승으로 끝난 2020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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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토) 마감된 2020년 뉴질랜드 총선에서 집권당인 노동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노동당은 연초부터 터진 ‘코로나19’ 사태에 현명한 지도력을 보여준 재신다 아던 총리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이번 선거에서 단독정권 수립까지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초선의원이 40명이나 나오고 ACT당 돌풍 속에 녹색당 지역구 당선자가 배출된 반면 뉴질랜드 제일당이 몰락하는 등 갖가지 새로운 기록들이 양산된 이번 총선의 이모저모를 ‘코리 특집’으로 소개한다.


<역사적인 승리 거둔 노동당>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가 된 노동당은 과반수에 거의 근접한 49.1%(116만9397표)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120석의 국회 의석 중 절반을 거뜬하게 넘기는 64석(지역구 43, 비례 21석)을 차지했다.
이로서 노동당은 지난 1996년에 ‘혼합비례대표(Mixed Member Proportional, MMP)’ 선거제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의 직전 선거 당시 노동당 정당지지율은 36.9%였으며 의석은 총 46석이었는데 이번에 정당지지율은 12.2%포인트나 더 늘어나면서 지난 50년 동안 노동당이 얻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덩달아 의석도 18석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노동당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배경에는 아던 총리의 빼어난 지도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는 거의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19’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발빠르고 단호한 대처로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종식 선언까지 할 수 있었던 지도력에 유권자들은 후한 점수를 줬다.
또한 작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2곳에서 발생했던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국민 단합과 신속한 총기 회수 정책 등을 통해 보여준 지도력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던 총리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노동당은 이미 선거 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찍부터 다른 정당들을 크게 앞섰는데, 그러나 막상 개표함 뚜껑이 열린 뒤에는 높은 지지도가 그대로 확인되자 노동당 지지자들조차도 놀라는 눈치들이 역력했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정부를 이끌었던 아던 총리는 당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 가운데 향후 3년 동안에도 노동당의 각종 정책들을 다른 정당들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밀고 나갈 추진력을 갖게 됐다.
녹색당과의 연정 여부는 다음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녹색당은 장관직보다는 정책적인 면에서 연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당, 선거 패배에도 대표 그대로>
한편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직전 선거 때보다 17.6%포인트나 지지율을 상실하면서 26.8%(63만8393표)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로서 국민당은 지난 선거 직후 과반수에 가까웠던 56석에서 21석이나 자리를 내주면서 제1야당으로서는 다소 초라한 35석(지역구 26, 비례 9석)으로 의석이 급감했다.
국민당은 2002년 총선에서도 당시 빌 잉글리시 대표가 헬렌 클락 총리가 이끌던 노동당과 맞붙었다가 지지율이 20.9%까지 떨어지고 종전보다 12석을 더 잃으면서 27석이 된 바 있는데, 이후 이번에 얻은 35석이 가장 적은 의석 숫자이다.
국민당이 이처럼 지난 2017년까지 9년간 연속 집권했던 정당답지 않게 참패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3년 동안 여러 차례 대표가 바뀌는 등 내분을 겪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부진한 결과가 잇달아 나오자 국민당은 결국 당시 9월로 예정됐던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7월 중순에 주디스 콜린스 대표로 당 체제를 바꾸고 선거에 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국민당의 사정은 누가 대표가 됐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없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확인하듯 선거 참패후 곧이어 열린 전당대회에서 국민당은 현재의 콜린스 대표 체제를 그대로 갖고 가기로 결정했다.
<태풍 몰고온 ACT당, 지역구 의석 배출한 녹색당>
한편 선거 전부터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고했던 ACT당은 결국 모두의 예상대로 8.0%라는 상당한 지지도(19만139표)를 확보하면서 10석(지역구 1, 비례 9석)이나 되는 의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전까지 데이비드 세이모어 대표 단 한 명이었던 의석을 9석이나 더 늘렸고 세이모어 대표는 오클랜드 엡섬(Epsom) 지역구에서 다시 당선됐는데, 이번 ACT당 지지율에는 이전 국민당 지지자들의 이동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ACT 당은 1996년 창당 후 2002년 총선까지는 8~9명가량의 의원을 배출했지만 이후 2008년 총선에서 5명이 당선된 뒤부터는 2011년 총선부터 지금까지는 줄곧 단 한 명의 의원만이 당을 지키고 있었다.
직전 2017년 총선 당시 정당지지율은 0.5%(1만3075표)에 불과해 정계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번에는 지지율 기준으로 3번째 정당으로 올라서는 변신을 했다.
또한 녹색당 역시 안정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직전 선거 때보다 1.3%포인트 지지율을 더 높인 7.6% 지지율(18만347표)로 역시 이전보다 2석을 늘린 10석(지역1, 비례9석)을 확보했다.
특히 녹색당은 오클랜드 센트럴에서 클로에 스와브릭(Chlöe Swarbrick) 후보가 노동당 헬렌 화이트(Helen White) 후보를 9060표 대 8568표로 꺾고 1999년 처음 원내에 진출했던 녹색당 후보로서는 지역구에서 두 번째로 당선되는 이변까지 일으켰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국민당의 엠마 멜로우(Emma Mellow) 후보도 7566표를 얻어 치열하게 3파전이 벌어진 끝에 26세의 젊은 녹색당 비례 대표 현역 의원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녹색당의 첫 지역구 당선자는 1999년 처음 원내 진출할 당시 공동대표였던 지넷 피츠시몬스(Jeanette Fitzsimons) 의원이 코로만델에서 당선되면서 탄생한 바 있다.
이번 당선으로 재선 의원이 된 스와브릭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탄소배출과 관련해 연설하던 중 다른 의원들이 야유하자 기성세대를 비꼬는 단어인 ‘OK boomer’라고 응수해 세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원내 다시 진입한 마오리당과 밀려난 NZ제일당>
한편 마오리당은 와이아리키(Waiariki) 마오리 선거구에서 라위리 와이티티(Rawiri Waititi) 후보가 현역 의원이었던 노동당 타마티 제랄드 코피(Tamati Gerald Coffey) 후보를 9473표 대 9058표, 400여표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 마오리당이 3년 만에 다시 원내에 진출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모두 7개인 전국의 마오리 선거구 중에서 와이아리키 선거구는 북섬 중부지역으로 여기에는 타우랑가와 파카타네, 그리고 로토루아와 타우포 등의 도시들이 속해 있다.
마오리당은 지난 2004년 창당해 2005년과 2008년 총선에서는 4명과 5명이 당선되는 등 2014년 총선까지 2~5명씩의 의원을 배출했지만 2017년 총선에서는 원내에 진출하지 못했다.
반면에 윈스턴 피터스 대표가 이끄는 뉴질랜드 제일당은 이전 선거 때 7.20%보다 4.5%포인트나 되는 커다란 지지율을 상실하면서 2.7%(6만3447표)에 불과한 지지율만 얻었다.
또한 부정한 정치자금 등 갖가지 구설수 속에 지역구로 나섰던 후보들 역시 모두 큰 표 차이로 떨어져 종전까지 9석으로 혼합비례대표제 장점을 최대한 누렸던 제일당은 결국 원외로 밀려나게 됐다.
이로서 지난 1993년에 피터스 대표가 국민당에서 나오면서 창당했던 제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4.07% 지지율로 한 차례 원외로 밀려났던 데 이어 2번째로 원외정당이 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군소 정당들 중에서는 신보수당(NCP)이 1.5% 그리고 기회당(TOP)이 1.4%의 지지율을 올리기는 했지만 원내 진출에는 모두 실패했다.

<5선 고지에 올라선 멜리사 리 국민당 의원>
한편 국민당 멜리사 리 의원은 오클랜드의 마운트 앨버트(Mt. Albert) 지역구에서는 재신다 아던 총리에게 2만3198표 대 6621표로 크게 밀렸지만 비례대표 16번으로 당선돼 2008년 처음 당선된 후 5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또한 크라이스트처치의 뱅크스 페닌슐라(Bank Peninsula) 선거구에 처음 도전했던 캐서린 주(Catherine Chu) 국민당 후보는 노동당의 트레이시 리 맥레란(Tracey Lee Mclellan) 후보에게 2만2383표 대 1만834표로 뒤져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주 후보는, 지난 1993년 리틀턴 지역구에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1999년부터는 금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노동당 루스 다이슨(Ruth Dyson) 전 의원이 27년간 9번이나 자리를 지켜냈던 텃밭에서 노동당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던 상황에서 중앙정치 무대를 향한 첫 도전치고는 상당한 저력을 보여줬다.


<노동당 완승 거둔 크라이스트처치>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이곳을 포함해 노동당 바람이 전국의 다른 곳들보다 더 강했는데, 아일람(Ilam) 지역구에서는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국민당 부대표마저 노동당의 사라 팰릿(Sarah Pallett) 후보에게 1만6381표 대 1만4161표로 뒤지면서 1996년부터 24년째 지켜온 지역구를 내주는 이변이 벌어졌다
그 결과 크라이스트처치는 5개 선거구 모두에서 노동당 후보들이 당선됐는데, 아일람을 제외한 4개 선거구 모두에서 후보 개인 투표와 정당투표에서 국민당이 2배 이상 밀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러나 셀윈(Selwyn) 지역구에서는 국민당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의원이 은퇴한 뒤를 이어 나섰던 같은 당 니콜라 그릭(Nicola Grigg) 후보가 노동당 루벤 데이빗슨(Reuben Davidson) 후보를 1만8578표 대 1만3635표로 비교적 여유가 있게 앞섰다.
크라이스트처치 북쪽인 와이마카리리(Waimakariri)에서는 노동당 열풍 속에서도 현역인 맷 두시(Matt Doocey) 의원이 노동당 댄 로즈완(Dan Rosewarne) 후보에게 1만9236표 대 1만7260 표로 어려운 승리를 거뒀다.

남섬 오타고 지방 중에서 더니든 지역구에서는 보건부 장관으로서 ‘코로나19’ 사태를 관장하던 중 봉쇄령을 어기는 일탈 행위로 해임됐던 데이비드 클락(David Clark) 노동당 현역 의원이 국민당의 마이클 우드하우스(Michael Woodhouse) 후보를 2만896표 대 7485표의 큰 차이로 누르면서 다시 당선됐다.
또한 인버카길에서는 국민당의 페니 시몬즈(Penny Simmonds) 후보가 노동당의 리즈 크렉(Liz Craig) 후보에게 단 685표를 앞서며 당선됐는데 이곳 역시 정당지지도에서는 노동당이 47.5%로 30.3%에 머문 국민당을 앞섰다.
또한 퀸스타운이 포함된 사우스랜드 선거구에서도 노동당이 정당지지도에서는 앞선 가운데 국민당의 조셉 무니(Joseph Mooney) 후보가 1만7817표를 얻어 1만2741표에 그친 노동당의 존 미쳴(John Mitchell) 후보를 이겼다.
직전 선거까지 클루타-사우스랜드 지역구였다가 이번에 이름이 바뀐 이곳은 빌 잉글리시 전 총리가 은퇴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의원직을 지켰던 전통적인 국민당 텃밭이었다.
서해안 웨스트코스트-타스만에서는 현역인 대미언 오코너(Damien O’connor) 노동당 의원이 1만8275표로 1만3208표에 머문 국민당의 모린 푸(Maureen Pugh) 후보를 이기고 다시 당선됐고 정당지지도 역시 노동당이 46.6%로 26%의 국민당을 앞섰다.
한편 넬슨에서도 큰 이변이 벌어졌는데, 국민당 최장수 의원인 닉 스미스(Nick Smith) 의원이 노동당 레이첼 보이액(Rachel Boyack) 후보에게 1만8625표 대 1만5048표라는 상당한 차이로 패했다.
이곳도 정당투표에서 53.2% 대 21.8%로 노동당이 2배 이상 크게 앞섰는데, 정치 경력 30년의 스미스 의원은 지역구에서는 탈락했지만 비례대표로 12번째 임기를 맞으면서 여전히 현역으로는 최장수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였던 사전선거 투표자>
이번 선거에서는200만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사전선거에 참여해 새로운 기록을 세웠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197만6996명이 사전선거에 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 선거 당시의 120만명 그리고 2014년 선거 때의 71만7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투표일이 ‘코로나 19’로 인해 한달가량 연기된 데다가 도중에 방학이 있었고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가운데 선관위에서도 TV 광고 등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거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총선과 함께 실시된 안락사와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국민투표는 오는 10월 30일(금)에 우선 예비 결과가 발표되며 공식적인 결과는 오는 11월 6일(금)에 공개된다.
[코리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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