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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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전원주택의 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비누거품 가득한 차를 세차하고 있는 모녀. 곧 이어 그들을 방문한 젊고 핸섬한 보험설계사와 정원 테이블에 마주 앉아 환한 웃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젊고 예쁜 미망인. ’10억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미망인의 내레이션에, It’s a Beautiful Day가 조용한 피아노 반주로 흐르고, ‘그는 이제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 라는 말과 함께, 비누 방울을 하늘 높이 날리며 행복해 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클로즈 업….

한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모았던,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성들의 심기를 대단히 불편하게 했던, 모 생명보험회사의 광고 내용입니다.

“남편이든 아내든 가정 경제를 책임지던 사람이 사라졌을 때 대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 “남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보다는 행복한 게 좋지 않느냐”며 광고가 전달하는 보험 혜택을 옹호하는 네티즌들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생명보험이란 것이 죽음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만큼, 죽음을 터부시하는 우리 관습상, 내 죽음을 담보로 아무런 속내 없이 선뜻 가입하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는 뉴질랜드이긴 하지만, 살다 보면 혹시 찾아올지 모를 불행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 하나쯤은 들어놔야 마음이 놓이는 것은 비단 보험 마니아인 저 뿐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여긴 적은 금액의 소멸성 보험도 많아 큰 부담 없이도 사고나 질병, 장애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으니, 가족을 위한 생명보험 하나쯤 들어놓는 것에 막연히 거부감만을 느낄 필요는 없을 거 같기도 하구요.

일전에 뉴지의 티브이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 ‘money’ 라는 프로그램(경제적 문제가 있는 가정에 실제적인 조언을 해 주는 프로그램)에서도 ‘머니 닥터’가 집주인에게 묻는 첫마디가, ‘보험은 드셨어요?’ 이였습니다. 물론 그 말에는 목돈 여유가 없는 가정 경제에 혹시 모를 예기치 않은 일들에 대비한 보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함이었을 것입니다.

경제학자들도 말하길, 경제적으로 아직 안정되지 않은 젊은 가정일수록 보험은 반드시 들어야 할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언젠가, 자동차 보험 때문에 찾았던 보험회사에서 본 광고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외국 여행 중인 사람이 큰 사고를 당했지만 떠나기 전 가입해 둔 여행자보험 덕분에 모든 경비를 보험회사에서 처리해 준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보험 상품을 선전하기 위한 광고였지만 가끔 뉴질랜드를 떠날 때마다 저 역시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사고나 질병에 대비한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건망증 심한 제가 깜빡 깜빡 잊곤 했지요.

그런데, 항상 무사히 뉴지로 컴백하던 제가, 이번에 한국 가서는 그만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에고… 내가 왜 여행자보험을 안 들고 왔지?” 이었습니다. 경미한 사고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큰 사고로 이어졌더라면, 그 모든 경비 등등…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군요.

얼마 전 뉴지 신문에서, 외국에서 큰 사고를 당한 젊은 키위가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기사를 접하면서, 만약 그 사람도 미리 여행자보험이나 생명보험에 가입했더라면 사고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불행 중 다행으로 경제적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가 없지요.

운전 중 매는 안전띠를 생명띠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전띠를 매면 가슴을 답답게 하는 느낌 때문에 불편도 하고 가끔은 매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 안전띠가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교통사고에 대비한 더 없는 우리의 생명띠인 것처럼, 보험도 나름대로(돈이 들기는 합니다만.^^ ) 긴 삶의 여정에 안전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제 사고 경험을 계기로, 보험이란 것이 에이전트들의 부탁에 마지못해 들어주는 상품을 떠나 우리 같은 서민들에겐 꼭 필요한 필요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혹, 뉴지를 떠나 다른 나라로 방문이나 여행할 일이 있으시면 여행자 보험만은 꼭!! 가입하고 떠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