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정당의 해(The year of the minor par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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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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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클랜드에서 있었던 양대 정당의 선거 출정식은 의도한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것까지 모두 드러냈다. 두 출정식은 같은 시간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렸는데 노동당(Labour)이 비교적 작은 장소를 선택하여 청중이 행사장 밖까지 늘어서면서 TV 화면으로 보기에 좋았던 반면 국민당(National)은 큰 장소에서 행사를 치러 빈 좌석이 드러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양당의 출정식에 참석한 인원은 별 차이가 없었다. 행사장 분위기도 비슷하게 연출되면서 청 코너에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홍 코너에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가 자리 잡은 셈이다.
다음 날, 1News의 여론조사에서 양당은 각각 28%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양대 정당의 합산 지지율로는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최저였다. 이번 선거가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것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텐데 2023년에 맞붙었던 럭슨과 힙킨스의 재대결 구도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저조하다. 카리스마 면에서 두 사람은 모두 전직 수상의 그늘에 가려 있는데 럭슨의 경우 존 키(John Key), 힙킨스의 경우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수상이 바로 그들이다.
국민당 출정식에 카리스마 넘치는 존 키 전 수상이 무대에 등장한 것은 관점에 따라 어리석을 수도, 영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지도자가 선거를 이끌만큼 인기가 높지 않으면 정당의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데, 현재 대다수 유권자가 깊은 관심을 가진 단 한 가지는 생계비 문제다. 사기가 저하된 국민들은 진정성 있고 감동있는 해결책을 원한다. 국민들의 이러한 불만은 다른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뉴질랜드 양대 정당의 이상할 정도로 수동적인 태도는 운석을 맞이하게 될 공룡을 떠올리게 한다.
양당 간 교착 상태와 별개로 2026년이 되어서야 뉴질랜드 국민이 MMP 선거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는데, MMP제도는 도입된 지 30년이 되었다. 노동당은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국민당은 세금 공포를 이용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유권자들은 현 상황의 변화를 기대하며 5개 소수 정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목요일 밤에 열린 프레스 킹메이커 토론회(Press Kingmakers’ Debate)’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시아 금융 위기와 말 안장 발명 등 과거 역사를 소환한 노련한 뉴질랜드 제일당(NZ First) 대표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의 발언이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강조하면서 럭슨과 힙킨스 모두 자신이 함께 일했던 지도자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으며, 대중도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이는 곧 유권자들이 정책만큼이나 지도자의 카리스마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론 초반은 주로 기름값과 슈퍼마켓 가격 단속 등 보편적인 생계비 문제에 집중되었다.
피터스 대표는 자녀 지원금액(Working for Families) 인상을 공약으로 제시하여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녹색당(Green) 공동대표인 클로이 스와브릭(Chloe Swarbrick)도 일종의 역사 강의를 선보이면서 교사와 국회의원의 급여가 불평등할 정도로 격차가 커져버린
“구조적 불공정”을 언급했고 1991년, 역대급 긴축예산(mother of all budgets)을 언급함으로써 지금의 불평등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켰다.
보건의료 상황도 생계비 못지않게 뜨거운 주제였는데 피터스 대표와 라위리 와이티티(Rawiri Waititi) 마오리당 공동대표는 개인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와이티티 대표는 친척이 응급실에서 무려 16시간이나 대기했던 충격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기회당(Opportunities Party) 퀴라이 웡(Quilae Wong) 대표와 액트당 (ACT)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대표 역시 진지하고 복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전체적으로 주요 정당 대표 간 토론에서 나타나는 격렬한 공방이 빠진 존중과 절제된 분위기의 행사였다.
토론회는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사실을 드러냈는데, 바로 남섬(South Island) 지역이 정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당 대표 가운데 남섬을 지역구로 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그나마 럭슨이 남섬과 아주 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남섬 지역에는 주목할 만한 접전 지역이 몇 곳 존재한다.
던컨 웹(Duncan Webb)의 은퇴로 크라이스트처치 센트럴(Christchurch Central) 지역구가 무주공산이 되었다.
마오리당 내홍 이후 테 타이 통아(Te Tai Tonga) 지역구가 다시 노동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으며 2023년 국민당의 바네사 위닝크(Vanessa Weenink)가 400표 미만의 차이로 승리했던 뱅크 페닌슐라(Banks Peninsula)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넬슨(Nelson)에서는 지난 선거 때 노동당의 레이첼 보약(Rachel Boyack) 후보가 26표 차로 승리한 바 있고, 선거구 조정에 따라 위그램(Wigram) 지역구도 노동당에게 쉽지 않게 됐다.
다만 모린 푸(Maureen Pugh)의 은퇴로 웨스트코스트-태즈먼(West Coast-Tasman) 지역구는 다시 노동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것은 정당투표(party votes)다. 이번 선거가 MMP 선거란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우파 진영이 투표 분산과 전략적 투표를 강조한 것으로 이것이 국민당을 초조하게 만드는가 하면 노동당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마오리당도 좌파 진영에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 초과 의석 (overhang. 정당 득표 비율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어 기준의석(120석)을 초과하는 의석. 역자 주.)과 유권자들이 MMP 제도의 특성과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많은 설교를 듣게 될 것이다.
이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거대 양당 간의 선거전이 소수정당으로 인해 흥미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닐까 (The Press, 3 October 2026).

(번역: 김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