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걸친 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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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나마스떼! ~

본지 독자이자 ARA와 Westburn Primary School에서 근무하고 ‘치치문학회’ 및 ‘코리안북 클럽’ 회원이기도 한 김미정 교사가 남편인 스튜어트 토마스(Stuart Thomas) Shirley Primary School 교사와 함께 간 네팔 트레킹 여행기를 보내왔습니다. 소중한 원고에 감사드리며 독자들에게 사진과 함께 여행기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KR]

산행 둘째 날 숙소 앞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남편이 온라인으로 예약한 우리의 트레킹 코스는 ‘랑탕(Langtang) 국립공원’의 ‘고사이쿤다-헬람부(Gosaikunda-Helambu)’이고 가장 높은 곳은 해발 4,610m에 달한다.
1,947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은 물론 3,724m인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보다 훨씬 높다.
출발 날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설레던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오른 뒤 싱가포르를 경유해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 공항까지 다섯시간 반에 걸친 비행 끝에 한밤중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시내 여행사에는 매니저, 가이드 B와 내 배낭을 들어줄 포터 P가 기다리고 있었다.
트레킹 일정을 듣고 보니 우리가 올해 몬순 시즌 전 마지막 고객이라고 했다. 가이드 B의 체구는 작지만 단단하고 얼굴을 보니 피부가 유난히 검고 ‘셰르파(Sherpa)’ 경력만 20년이라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산행 출발지까지 타고간 지프차(왼쪽부터 포터, 남편,필자, 가이드)

가이드가 고산증 약, 디아목스도 챙겨 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B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산을 서서히 오르므로 미리 복용하지 말고 높이 오르기 전날 먹는 것이 좋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고산 전문가가 하는 말과 그 눈빛을 신뢰하기로 했다.
6월 28일 금요일 새벽 5시 반부터 7박 8일간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우선 지프차로 5시간가량 언덕을 올라갔다.
오토바이, 세발 바퀴차인 ‘툭툭(Tuktuk)’, 자동차와 버스로 붐비는 시내를 가로질러 시 외곽으로 나오니 단정하고 한적했다.
곧이어 지그재그 오르막길과 비포장길이 줄곧 이어졌다.
험한 길을 운전사는 시내 도로를 달리듯이 가이드와 쉬지 않고 얘기하며 갔다.
뒷좌석이 흔들거리며 덜컹거려서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도 포터는 뒷좌석과 짐칸 사이에 난 좁은 공간에 구부리고 앉아 있으면서도 태연했다.
가는 도중 한두 번은 검문을 받고 산행허가증도 보여줘야 했다.
보통 대여섯 시간의 비포장도로를 올라야만 트래킹을 시작할 수 있단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대나무숲, 상록수인 푸른빛 소나무, 목련과인 ‘로도덴드론(Rhododendron)’이 주종을 이룬 빽빽한 수풀림이었다.
뉴질랜드와는 달리 키가 크고 울창하며 잎도 컸다. 4월에는 여러 색의 꽃이 어울려 핀다지만 없어도 볼만했다. 드문드문 도로변 가게와 집, 산비탈의 허름한 주거지와 옥수수밭, 작은 마을도 지나쳤다.

산행 첫날 주변 산악 풍경

꾀죄죄해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있다가 멀어져 가는 우릴 눈으로 뒤쫓아 오는데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우리가 그들이 대하는 유일한 바깥세상일 텐데 산속 천막집에서 사는 삶을 나그네인 내가 뭘 알겠나 싶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산길을 달려 ‘둔체(Dhunche)’라는 마을을 지나 도착한 이층집 식당에서 점심으로 치킨 카레 정식을 시켰다.
B와 P 앞에 수저가 있었지만 오른손으로 카레, 나물, 장아찌 반찬을 덜어 밥 위에 얹은 후 그 손으로 고루 비벼서 입에 넣어 먹는다.
우리보고도 다 같이 섞어 먹어야 맛있다며 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결국 정식이 비빔밥이 돼버렸다.
여자 주인이 밥과 반찬 그릇을 들고 와서 물어보더니 더 올려준다. 손이 큰 인정 많은 산골 아낙의 정겨운 모습이다. 산행 중에는 고기를 못 먹을 거니까 실컷 먹어두라고 B가 말해준다.

비빔밥(?)이 되기 전의 ‘달밧 치킨 카레’


본격 산행이 시작됐고 두 시간 반을 걸어 거의 700m를 올랐다. 해발 2,680m의 첫 번째 산장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주를 보며 일을 했는데 며느리는 안 보이고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부엌을 들락거렸다.
우리가 유일한 손님인데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 치다꺼리를 하느라 2시간이나 기다려서야 뒤늦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느긋한 건지 산속이라 시간개념이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안개 자욱한 수풀림이 운치가 있었다.
둘째 날 아침 천천히 산을 올라가는데 한 나이 들어 보이는 농부가 회색 전통의상에 ‘다카(Dhaka) 모자’를 쓴 채 큰 우유통을 짊어지고 우리를 뒤따라왔다.
짐이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데도 평지를 걷듯 금세 앞서 가버렸다. 해발고도 3,250m인 촐랑파티의 ‘호텔 랑탕(Hotel Langtang)’까지 별 어려움 없이 도착했다. 이곳에 한국의 산악회가 다녀갔는지 빛바랜 플래카드가 식당 한쪽에 걸려 있다.

첫 번째 산장의 모습


숙소의 식당 겸 기념품 가게에서 차를 마시며 통역사 겸 가이드 B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네팔의 많은 사람들이 일본과 독일로 나가기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어 시험만 통과하면 쉽게 체류가 가능해서라고 한다. B의 딸도 일본에 가려고 지금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KR]

야채 찐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