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화재의 교훈 (The lessons of floods and f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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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기후변화 장관(Climate Change Minister)이던 녹색당 공동 대표 제임스 쇼(James Shaw)는 의회 연설에서1936년 처칠(Churchill)이 전쟁 전, 영국 하원 연설에서 나치 독일의 야망을 경고했던 발언을 인용했는데 당시 처칠은 “머뭇거림, 임시방편, 결정을 미루는 안일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이제 그 결과를 직면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쇼는 사이클론 가브리엘 피해와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 앞에서 정치인들이 차이를 극복하고 단결해야 한다며 처칠의 열정적이고 예언 같은 발언을 거듭 인용했다. 한 마디로 방관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처칠의 연설과 기후 변화와의 전쟁에 대비한 도덕적 당위성 사이의 관련성을 지적한 게 쇼가 처음은 아니다.
2014년, 한 잡지는 “만약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윈스턴 처칠이 지휘한다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지만 우리는 적과 해변에서 싸우지 않고 불타버린 언덕, 침수된 농장, 무너진 다리에서 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기후 관련 재난이 발생한 시점은 안타까운 아이러니다.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노스랜드(Northland), 오클랜드(Auckland), 코로만델(Coromandel)을 강타하고 북섬 동해안에 최악의 피해를 입힌 지 1년을 기념하여 추모식과 기념식이 개최되던 수요일, 크라이스트처치 남쪽 포트 힐스(Port Hills)에서는 정확히 7년 전과 닮은 꼴로 산불이 시작되었다.
한 해는 홍수, 다음 해는 화재. 이런 묵시록 같은 장면은 말할 필요도 없이 기후변화의 재앙적이고 위협적인 영향을 드러낸 것이다. 처칠이나 쇼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면 현재 상황은 우리 행동에 따른 결과(Consequences)다. 사소한 생각의 차이를 극복해야 더 큰 위협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귀에 익숙한데 바로 ‘돈 룩 업(Don’t Look Up)”이란 영화의 메시지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었고 인류는 근시안적 사고와 사소한 성취에 대한 집착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쇼를 포함, 이번 주에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혹스 베이(Hawke’s Bay)와 크라이스트처치의 재난을 정치에 이용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대피 주민들이 복구에 힘쓰고 있고 화재가 아직 진행중인데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타인을 비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거나 홍수와 화재가 우리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비판은 일리가 있지만 동시에 재난의 즉각적 영향은 우리가 처한 문제와 딜레마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까닭에 재난을 겪으며 우리가 학습한 것을 돌이켜 보게 한다.
2024년 포트 힐스 화재의 대응이 2017년보다 크게 나아졌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2020년 오하우 호수(Lake Ohau) 화재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이후 많은 훈련도 하면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포트 힐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뉴질랜드 산불의 원인은 사람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덥고 건조한 기후는 그 자체로 산불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재 발생 위험을 높이고 화재의 진행양상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문제와 함께 나무심기 같은 다른 위험 요소도 있다. 최근 칠레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한 연구 결과, 소나무와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를 심은 사실과 숲속으로 도시가 팽창한 것이 원인 중 일부로 드러났다.
그러나 칠레는 물론 캐나다, 캘리포니아, 호주, 그리스, 하와이, 뉴질랜드 모두 덥고 건조한 여름과 해수 온도 상승때문에 산불의 발생과 확산을 조장하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대책이 나올 것이고 홍수와 화재를 통해 개인이나 가족의 적절한 대처방안을 학습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정말로 회복력 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처칠의 표현대로 “임시방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홍수로 초래된 재난을 돌아보고 화재가 막 시작하던 바로 그때에 정부는 논란 많았던 쓰리 워터스(Three Waters) 계획을 폐기했다.
지역에 꼭 맞는 계획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시와 납세자의 비용부담을 의미한다.
어쩌면 쓰리 워터스 계획에 포함된 원래 목표 가운데 하나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자연의 위험에 대비한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란 사실을 우리가 잊은 것이 아닐까.
대중교통보다 도로 건설을 선호하고 해양 석유 및 가스 탐사 금지조치를 해제하는 새 정부의 기조는 바꿔 표현하면 이제는 불가피해 보이는 최악의 결과를 완화시키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The Press, 17 February 2024)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