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에 살던 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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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의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엄마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저녁에 챙겨 놓았던 가방을 메고, 도시락도 들고, 신발 주머니도 들고 룰루랄라~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착실히 듣고,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가져 온 도시락을 친구들과 둘러 앉아 먹은 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 놉니다. (주로 남자 아이들이 축구를 한답시며 운동장을 다 차지하던 때라 여자들은 화단 앞에서 고무줄을 하거나 공기 놀이, 좀 과격한 경우에는 말뚝박기 등등을 합니다.)

방과 후 하교길이 제일 신납니다. 학교 앞에는 소위 말하는 ‘불량식품’을 파는 노점상들로 북적거리니다. 트럭에선 ‘오징어 다리 튀김’이나 ‘쥐포튀김’, ‘핫도그’ 등 등을 팔고(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목소리 크면 다~ 됩니다. 북적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아저씨, 쥐포 하나요.’ 라고 외치며 100원 동전을 쥔 손을 아저씨가 향한 허공에 쭈욱~ 내어 밀면 어느 새 내 손엔 100원짜리 동전 대신 쥐포가 쥐어져 있습니다.)

학교 담벼락 근처에는 설탕에 소다를 넣어서 부풀린 ‘뽑기’ 장수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찍어 준 모양을 잘 완성시키면 덤으로 하나 더~. 바늘에 침을 열심히 발라가며 온 신경을 집중해보지만 저희 보다 한 수 위이신 할아버지가 모양을 찍어 주실 때 살짝 찍어 주시는 것인지 통~ 완성 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또 다시 잽싸게 동네 놀이터로 뛰어 나갑니다. 놀이터에 가면 이미 친구들이 모여서 ‘탈출’이며 ‘허수아비’며 ‘얼음땡’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아니 오히려 너무 짧기만 한 시간입니다. 해는 서쪽 산으로 넘어가며 모든 것에 길다란 그림자를 만듭니다. 바알갛게 물들어지는 하늘과, 이미 어두워진 남자주빛이 섞인 하늘 모습은 형용할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 옵니다.

집집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풍겨 오고, 엄마들이 이름을 부르면, 하나 둘씩 집으로 사라집니다. 새까맣게 더러워진 손을 닦는 둥 마는 둥, 텔레비전을 틀고 만화 영화를 봅니다. 곧 이어, 아버지가 오고 가족끼리 둘러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드디어 가방을 열어 봅니다. 책상에 앉아 (주로 엎드려 하다가 엄마한테 많이 혼났죠) ‘가정 연락부’에 적힌 숙제를 합니다. 얼마 있지 않아 엄마가 과일도 깎아 주지요.

그 시절, 핸드폰, 커피숍, 심지어는 컴퓨터에 대해서조차 잘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아무 걱정 없이(학교에서 준비물, 숙제를 잊어버리고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떨어질 호랑이 선생님의 호령 이외에는~) 평온하고 재미났던 아득한 시절입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너무 샜는데요, 제 나이 스물에 ‘요즘 아이들이 어떠네’ 하는 것도 나이 드신 분들이 보시기엔 우습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만 같고, 고등학생들과의 세대 차이도 느끼고, 정말이지 요즘 나이가 드는가 봅니다.

하루는 모르는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잘 지내냐’ 하면서 집에 놀러 오라나요? 도대체 누군가 했더니, 맙소사! 옛날에 지냈던 홈스테이의 첫째 아들 Ben 으로부터 입니다. 몇 살이냐고요? 9살이요!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문자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도 큰 문제 거리랍니다.

또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3,4 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엄마에게 친구와 ‘맥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일찍 돌아 올 테니 가도 되냐고 엄마의 허락을 받고 있었습니다. 커피숍이라…. 쪼그만 아이들이 커피숍에 가서 무엇을 마시며 무슨 얘기를 한답니까? 놀이터에서 만나서 뛰어 노는 것이 오히려 아이답고 귀엽지 않습니까?

또 영악하기는 얼마나 영악합니까? 돈에 대한 이해력이 얼마나 빠른지, 심부름 시키면 잊어버리고 거스름 돈을 받아 오지 않던 어수룩하고 순진한 어린 아이들 이야기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언론 매체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5-6 살 정도의 꼬마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문자나 사진을 주고 받습니다. 만화 영화의 내용들도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과연 적합하나 싶을 적도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세계적인 시대 흐름이라 그것을 제 힘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착잡했던 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