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끝났다(The day our luck ran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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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겪은 두려움과 익숙함, 불가항력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 무력감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는 없을 듯한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놀랄 일이 더 남아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의5백만 국민은 같은 처지면서도 둘로 나뉘게 됐다. 네 명의 지역사회 감염자가 확인되자 (어제, 추가
관련감염 추정사례 4건 확인) 거리두기 3단계로 강화되면서 봉쇄조치에 들어간 오클랜드(Auckland)
지역의150만명이 하나라면 수퍼시티(Super city, Auckland, Manukau, Waitakere, North Shore,
Papakura, Rodney District, Franklin District등 7개 도시의 통합체. 역자 주)외 지역에서 오클랜드를
지켜보는 350만명이 다른 하나인데 오클랜드 외 지역은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오클랜드는 자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의 불행한 사태를 두고서는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끔 오클랜드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무려 102일 동안 지역사회 전파가 없다가 봉쇄조치가 다시 내려지면서 몇 가지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할 일을 잘 알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지난 화요일 밤,
오클랜드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과거에 배운 것을 이미 잊어버렸음을 드러낸다.
좋은 소식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중보건이 위협받게 되었을 때 명확하고 일관된 규칙을 기꺼이 따른다는
것, 과거에 비해 늘어난 진단역량, 그리고 유능한 보건부 장관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2일 동안 국민들 사이에는 자만심이 뿌리내린 것도 사실이다. (바이러스 퇴치를) 자축하면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후로 접촉추적 앰(contact tracing app)을 이용하거나 마스크를 준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가 지역사회 무감염상태로 100일이 경과한 뉴질랜드에 대해 보도하면서
“국민들이 진단검사를 거부하거나 정부의 접촉추적 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기본적인 위생규칙조차
무시하는 상황에 대해 관련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며 경고했는데 이 보도가 나온 게 불과 나흘 전이었다. 전
세계로부터 쏟아지는 칭찬에 취해 우리 귀를 막은 채 그러한 경고를 외면했던 듯하다.
많은 사람이 검진을 거부하고 기본 위생규칙조차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 사이에 퍼진 무신경과 직장내
무관심이 주원인이겠지만 때로는 정치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검진참여를 촉구하자 마이크
호스킹(Mike Hosking)같은 유명 방송인은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한다며 반발했는데 지역사회
전염병 대응에 있어 정치적이거나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오클랜드 외곽에 경찰 검문소를 세우고 양로원 방문을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진 것은 한 가정에서 네 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것을 포함한 감염사례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멜번(Melbourne)에서의 최악의 상황을 보면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빅토리아 주(멜번을 주도로 하는 호주 동남부의 주. 역자 주)는 6월 초, 하루 평균 감염자가 한자리 수에
지나지 않다가 2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주 정부의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감염건수가 급증했는데 8월 초
빅토리아 주의 감염건수는 하루 725건이며 8월 11일 하루동안 사망자수는 19명에 이르렀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 동안 뉴질랜드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주가 되면서 그 운이 끝나버렸다.
제한적 봉쇄조치가 금요일 종료될지 아니면 감염자 숫자가 증가하여 보다 엄격한 봉쇄조치가 이뤄질 것인지
그리고 총선이 연기될 것인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이전 봉쇄조치보다 훨씬 클 것이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전염병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검진이나 공중보건 지침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만큼은
누구나 알고 있다(13 August 2020, The Press).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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