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가장 일찍 지는 대설(大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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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수요일)은 한국에서는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이었습니다. 계절이 정반대인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절기는 ‘대설(大雪)’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1월 말에는 ‘소설(小雪)’이 지나갔는데, ‘소설’과 ‘대설’은 글자 그대로 각각 ‘눈이 시작’되거나(소설) 또는 ‘많은 눈이 내리는(대설)’ 계절이 됐음을 의미합니다. 눈이 어쩌다 내리기는 하지만 많이 쏟아지지도 않고 또 한 차례도 안 내리고 지나가는 겨울도 많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설’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소설’과’ 동지(冬至)’ 사이에 위치합니다. 양력으로 대부분 12월 7일쯤으로 올해도 역시 한국에서는 12월 7일이 ‘대설’입니다. 그리고 지난 1991년까지는 윤년 전해마다 12월 8일이 대설이었으며 오는 2028년부터는 윤년마다 12월 6일이 ‘대설’이 된다고 합니다.
‘소설’에 이어 오는 ‘대설’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으로 태양의 황경이 255도가 되는 때를 말합니다.
하지만 원래 24절기가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자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서 한국에서도 실제와는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 겨울이면 우리 귀에 익숙했던 ‘대설경보’나 ‘대설주의보’도 실제로는 ‘대설’ 무렵보다는 조금 뒤인 12월부터 자주 발령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기후변화 현상으로 인해 지금은 이상 기후가 빈발하면서 언제 갑자기 눈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5일에 초여름 날씨를 보이던 한국에서는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내리면서, 강원 산간 지방에는 대설 특보까지 발령된 가운데 설악산 소청봉에는 무려 40cm의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사진).
5월에 대설 특보가 발령된 것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는데, 마침 같은 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 ‘화이트 석가탄신일’이라는 진기한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폭설이 내린 ‘Sign of Takahe’ 인근 모습

<대설은 하루 해가 가장 일찍 저무는 날>
어쨌든 ‘대설’ 무렵이면 한국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이며 또한 24절기 중에서는 해가 가장 일찍 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동지’가 해가 가장 늦게 뜨고 또 가장 일찍 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며, 해가 가장 일찍 지거나 늦게 뜨는 날이 아닙니다. 반대로 24절기 중에서 해가 가장 늦게 뜨는 날은 ‘소한’입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설 이후 동지까지의 기간을 5일씩 ‘3후(三候)’로 나눴는데, ① 제1후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② 호랑이가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③ 여지(荔枝; 여주, 박과의 식물)가 돋아난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보통 ‘입동(立冬)’ 이후 ‘소설’과 ‘대설’ 그리고 이어지는 ‘동지’와 ‘소한(小寒)’ 및 ‘대한(大寒)’까지를 겨울이라 봤습니다.

올해 5월 대설 특보가 발령된 설악산

하지만 24절기를 따지지 않은 서양에서는 ‘추분(秋分)’ 이후 ‘대설’까지는 보통 가을이라고 보는데 이곳 뉴질랜드, 그중에서도 특히 크라이스트처치를 포함한 남섬의 기후로 본다면 가을이 ‘대설’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24절기 중 ‘대설’과 ‘동지’가 들어 있는 음력 11월은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있어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때는 눈이 잘 와야 보리농사가 풍년이 되는 등 다음 해 농사가 잘된다는 말이 있었으며 또 ‘대설’에 실제로 눈이 내리면 겨울이 푸근하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한편 제철 음식으로는 호박죽, 굴, 고구마 등이 있지만 특별한 절기 음식은 없습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