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 칩스, 두 번이나 세계도전에 나서다(200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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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갑작스레 뉴질랜드 남섬에 내린 눈이 세계적 이상기온으로 인한 정말 ‘이상한 날씨’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진으로 본 뉴질랜드 설경은 그지 없이 멋졌다.

코리아리뷰 독자 여러분들께서 이달에 내가 뭘 했는지 물으신다면, 신나는 축제와 노래의 달이었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우선 대전대학 연간 행사 중 하나인 국제학생 음식축제로 내 한 달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소수민국(?)’ 출신인 나는 중국학생 팀에 끼어야 했지만 키위의 DIY 정신을 한껏 발휘해 열심히 음식준비를 도왔다. 아쉽게도 우리 팀이 이기진 못했지만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국가별 음식경연대회에서 우리 나라의 그 유명한 ‘피쉬 & 칩스’가 별 매력을 끌지 못했다는 것은 당연지사일 줄 알았으면서도 좀 소외된 느낌이 든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우리 팀은 모두 멋지게 중국복장으로 단장했다. 여학생 몇몇은 중국 치파오를 입고 나는 이소룡 스타일의 노란색 운동복을 입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옷감이 얇아 속이 다 비춰 보이는 게 아닌가! 당일 속에다 옷을 겹쳐 입었던 게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던지….

그 다음에는 대전지역 외국인들을 위한 SEM 음식축제가 열렸다. 나는 우리 뉴질랜드의 전설적 요리인 ‘피쉬 & 칩스’를 다시 한 번 만드는 데 도전했고, 물론 전설적인 신문지 포장도 절대 잊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파키스탄, 에콰도르, 몽골 등의 대표음식들과 당당히 경쟁에 나선 우리의 ‘피쉬 & 칩스’는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몰려드는 고객들로 분주히 요리하면서 뉴질랜드에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피쉬 & 칩스’ 가게에서 땀 흘려 일했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이날 참가자들 중 몇 명이 선발돼 한복을 상으로 받기도 했다.

10월 초 나는 친구들과 아시아축제를 보러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갔다. 동방신기, SS501, 소녀시대 등등 한국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동남아 지역의 대표 연예인 및 예술가들이 대거 참가한 행사였다.

자기나라의 대표 연예인이 공연할 때면 친구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흘러 넘쳤다.

타국 생활의 고단함 속에서 생기는 고국에 대한 진한 향수가 발산되고 있는 것이리라. 누구보다도 동남아 친구들이 향수를 진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음악과 감동을 한껏 즐길 수 있었던 밤이었다.

또 학교에서 우리는, 넘치는 우리들의 음악적 재능을 교우들의 공익을 위해 쓰고자(헤헤!), 우리 반의 남학생 세 명이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노래와 수화로 부르게 되었다. 솔직히 이실직고하자면 사실 이건 우리가 수업시간에 진행했던 학습게임에서 져서 받게 된 벌칙이었다.

일주일 동안 노래 가사와 수화를 배워 반 전체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벌칙이었는데, 우리는 기왕 하려면 멋지게 오페라 식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맹연습에 들어갔다. 그날, 양복과 나비넥타이를 차려 입은 우리는 생애 최고(?)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요 최근 몇 주 동안 나는 중간고사를 치르고, 12월에 있을 일본어 능력검정시험 준비를 하면서 무척 바쁘게 지낸 것 말고는 비슷한 일상이 계속되었다.

아름다운 대전의 일출을 보면서 피곤에 지쳐 걸어 돌아왔던 ‘음주가무의 밤’ 딱 한 번(!),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꼭 먹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리아를 몇 번 다녀 왔던 것 등도 내 지나간 일상의 한 부분이었음을 밝혀둔다.

며칠 전 시험일자로 인해 일찍 귀국하게 된 중국 여학생 친구와 우리 모두는 작별을 했다. 내게는 반 친구들, 교수님들, 코리아리뷰 독자 여러분에게도 작별을 고해야 하는 다음 달이 아마도 무척 힘든 달이 될 것 같다. 나의 마지막 칼럼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생각하며 이번 달은 여기서 마무리 한다. (번역 정리: 오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