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편안함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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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화장실에 휴지 걸이가 떨어졌다.

얼마 후 전화 연락을 한 번 하니, 인테리어 시공 업체에서 와서 휴지걸이와 떨어진 선반, 빡빡해진 문 등을 고쳐 놓고 갔다.  갑자기 Mitre10이나 Bunnings에서 보았던 많은 물품들이 생각이 난다. 처음 warehouse에 갔을 때는 참 신기했었다. ‘여기는 별게 다 파는 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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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대부분 스스로 했던 것들이, 한국에서는 전화 한통으로 해결을 한다. 그래서 ‘한국’ 하면,  ‘편리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제야 새록새록 기억나는 일들이지만, 처음 뉴질랜드 갔을 때는 불편한게 하나 둘이 아니었었다. 무언가 서비스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속시원하게 일이 해결되지 않아서 “한국이었으면…”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아파트 밖을 나가면 슈퍼마켓, 은행, 카페, 세탁소, 미용실 등 시설이 없는 게 없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가끔 길을 가다보면 한 빌딩에 수도 없이 많은 가게들이 있어서 놀라웠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좋지만,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괜한 우려도 생겼었다.

바로 옆에 비슷한 업종들이 있어서 경쟁도 심하고, 따라서 고객을 더욱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집 앞 슈퍼마켓에서 스스로 무겁게 장본 것을 가져오지 않아도, 배달해서 물건을 가져올 수가 있다. 식당에 가면 얼른 식사할 수 있도록, 차도 대신해서 주차 해준다. 어디서든 직원들은 세세한 것도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친절하게 달려와 거들어 주려고 한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편리하다. 그렇지만  재밌는 것은, 그 편리함이 꼭 편안함으로 연결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도와 주려고 하는 것이 되려 부담이 되거나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아서이다. 한 번은 옷 매장에 들어갔는데,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하며 굉장히 열심히 환영의 멘트를 날려서 웃음이 났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냥 상업장소가 아닌 학교, 병원이나 은행 등을 가도, 이와같은 서비스는 많이 다르지 않다.

유치원에 가서 직접 애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도 유치원 차가 친절하게 자신이 사는 곳에 한 사람씩 내려준다.  병원마다 기본으로 방문하신 분들이 마실 수 있는 차와 과자, 캔디 등은 이제 기본이다. 치료 과정에서도 간호사들의 친절하지만 훈련된 말들이, 다시 한 번 뉴질랜드에서 병원 갔을 때를 떠올리며 비교하게 한다. 어렸을 때 은행가서 앉아서 쉬다 올 만큼,  은행은 늘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이다. 게다가 친절한 안내는 기본이고, 기다리는 분들께 음료를 제공하는 등 특별한 서비스가 있기도 하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한국 곳곳의 이러한 서비스들은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나 스스로도 내가 무슨 왕인듯,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바로 불평하기도 했었다. 편리함에 젖어 서비스 받기를 당연시 여기던 시절, 뉴질랜드는 불편하고 때로 무례하게 느껴지고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떤 면에서는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이 더 옭고,  건강하게  여겨지는 건 왜일까? 오히려 화려한 서비스가 부담으로 느껴지고, 무심한 듯 내버려두는 뉴질랜드의 서비스가 더 편안하다고 느껴진다.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지만,  내 삶을 스스로 꾸며나가는 자연스러움과 배움이 더욱 더 맞다는 생각도 든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설령 단순한 일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해줄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일일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일들이 척척 된다는 것은 정말로 속시원한 일일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고, 모든 것이 편리하다는 것도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편리함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는 지는 잘 모르겠다. 편리함이 익숙함이 되어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짜증이 될 때 보다, 기다림을 배우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배운 순간들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모자라고 빈 듯한 그 순간들이 내게는 더욱 편안한 순간들로 기억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