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입고 펼치는 포멀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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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멀 파티’,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단 한번 기회일수도 있겠지요.

긴 드레스에다가 비록 가짜이지만 티아라를 쓰고 춤을 출수 있는 날, 게다가 어쩌면 리무진도 타볼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그 기회가 저에게도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여는 포멀 파티가 이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기회를 잡을 건지 놓칠 건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봐도 저는 정말 대책 없는 아이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여자애들 중 대부분은 드레스와 신발, 액세서리 등등을 벌써 한참 전에 구했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제가 알기로는 몇몇은 거의 일년 전부터 포멀 갈 준비를 했다고 하더군요. (에이~ 설마?)

하지만 제 성격은 ‘무엇이든 미리미리’가 아니라 나중으로 미루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요번 방학 때 친구들이 드레스 산다 신발 산다 해 따라가 본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무지무지X 또 무지’하게 비싸더군요.

게다가 이곳 뉴질랜드, 특히 크라이스트처치는 발품 팔아봐야 별 볼일 없고 다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은 여러분도 솔직히 잘 알고 계시겠죠?

역시나 저랑 친구랑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별로 나아 보이는 것도 없더군요.

다른 애들은 대부분 커스텀 메이드(주문제작)했다고 했는데 그러기엔 이젠 너무 늦었고 게다가 그러려면 더욱 더 어마어마한 돈이 깨지겠지요.

드레스를 빌리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그마저 만만치가 않더군요. 적어도 30~40달러는 예상했지만 막상 확인해보니 아무리 적어도 80달러는 들어 새 드레스 한 벌 사는 가격과 맞먹지요.

흠, 그래서 요즘 제가 생각하기에 어차피 파트너도 없을 바에는 차라리 턱시도나 입고 파트너 못 구한 친구랑 같이 갈까 생각 중입니다.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제 타이 친구도 파트너가 없어서 다른 타이 친구(여자)를 데리고 갔는데 친구가 턱시도 입고 같이 춤을 춰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안 갈 거라는 제 친구는 제가 만약 진짜 그런다면 자신은 당연히 갈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턱시도 입고 춤추는 건 정말 90달러 이상 되는 가치의 ‘엔터테인먼트’가 된대나 어쩐대나 하면서 넉살을 부리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런 사실들은 저를 정말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고 있습니다. 포멀 티켓만 해도 90달러인데 거기다 드레스 빌리거나 사는데 적어도 100달러, 또 신발에 적어도 100달러, 머리와 화장하는 데 적어도 60달러, 그리고 어쩌면 친구들과 돈 모아서 리무진 빌리는 데도 돈이 왕창 깨질 테니까….

정말 제 짠돌이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갈수가 없네요. 겨우 하루, 아니 하루 종일도 아닌 하루 밤을 잘 놀겠다고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다니….

게다가 저희 부모님은 그런 거에 돈 보태줄 분들도 결코 아니거든요.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주에도 친구랑 도서관 가서 포멀 파티에 관한 기사 잡지를 잔뜩 읽어 보기도 했고, 또 13 학년 선배들한테서 조언도 들어 보았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신통치 못합니다.

그 중에서 그럭저럭 나았던 건 사진부터 먼저 찍고 놀라는 조언이었는데 솔직히 저는 가기도 귀찮습니다. 전 아직 12학년이거든요. 내년에도 파티는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 내년에도 가기 정말 귀찮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에 어느 학교나 대부분 포멀 파티가 3학기 시험기간 시작 바로 직전, 또는 시험기간 중에 있거든요. (도대체 왜?)

게다가 제 생각엔 그 돈이 정말 더 유익하게 쓰일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고요, 저는 여러분들이 예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꼭 가시기를 바랍니다. 아 참! 그리고 저에게도 포멀에 가게 되든 안 가게 되든 행운을 빌어주시길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