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버거에는 어떤 키위가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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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질랜드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햄버거 중 ‘키위버거’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 키위버거를 진짜 키위 달걀이나 키위 고기로 만들까요?

물론 다행스럽게도(한편으론 안타깝게도?) 당연히 키위버거에는 실제 키위(새)는 들어가지 않지요. 또 키위 과일도 안 들어가고요. 그런데 왜 이름은 키위버거인거지?

키위버거 만드는 맥도날드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KFC는 한 수 더 떠, 자기네 원래 회사이름이 ‘Kentucky Fried Chicken’이 아니고 ‘Kiwi For Chicken’이라고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뉴질랜드에서는 사람에도 새에도 과일에도 모두 ‘키위’, ‘키위’, ‘키위’라는 말을 습관처럼 붙이고 있습니다. 키위들은 참 무엇이건 간에 자신의 나라를 나타내는 상징을 많이 새겨 놓는 것 같습니다. 회사 이름에도 키위라는 말은 많이 들어가곤 하니까요.

사실 뉴질랜드에는 이 키위 말고도 꽤 많은 것들이 나라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오리 문양인 ‘코루’와 같은 다양한 문양들, 우리나라에서는 고사리라고 불리는 ‘펀’, 그리고 블랙 컬러, 키위들의 블랙 컬러에 대한 애착은 좀 지나치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여기 캔터베리 지역 럭비팀인 크루세이더스의 유니폼 컬러가 레드 앤드 블랙이기 때문에 이곳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는 블랙 컬러 사랑이 한결 더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중요한 럭비 시합이라도 있을라치면 시내를 달리는 전차 옆면에도 검은색 풍선이 매달리고 지붕에도 검은 색 크루레이더스 깃발이 휘날리더군요.

내친 김에 참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은 뉴질랜드 럭비팀 이름도 한 번 들어볼까요.

최고 럭비스타, 대니얼 카터가 있는 캔터베리 크루세이더스는 ‘십자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보니까 게임이 시작되기 전 마스코트인 가짜 말을 탄 채 긴 창을 들고 빨간색과 검정색 옷을 입은 기사들이 나와서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곤 합니다. 이번에 ‘슈퍼 14’ 우승을 한 후에는 주장인 리키 맥코가 칼을 운동장 바닥에다 꼽는 의식을 하는 게 TV에 나오기도 하더군요.

그 밖에도 바람의 도시 웰링턴은 허리케인스, 요트의 도시라는 오클랜드는 블루스, 지형이 높은 오타고는 팀 이름이 하이랜더스 인 등등 가지각색의 이름들로 그 지역 특징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 국가대표 팀들의 이름도 참 재미있습니다. 세계 정상으로 유명한 럭비팀은 잘 아시는 대로 올블랙스, 농구팀은 톨블랙스, 넷볼팀은 실버 펀이고 여자 럭비팀은 블랙 펀입니다.

스틱 갖고 뛰어 다니는 하키팀은 블랙 스틱, 축구팀 블랙 삭스, 크리켓팀 블랙 캡스 등등, 넷볼팀인 실버 펀 빼고 가만히 보면 몽땅 다 ‘블랙’ ‘블랙’ ‘블랙’입니다. 혹시 그래서 뉴질랜드에 유난히 검은 옷 입고 다니는 이모(emo)들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이처럼 블랙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색으로 최고 대접을 받는 반면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색깔은 그린입니다. 뉴질랜드 정부은행이라는 키위뱅크는 물론 여러 다른 뉴질랜드의 회사들은 깨끗한 환경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회사 로고 등에 앞다투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관광부에서 사용하는 표어에는 ‘Pure NZ’이란 게 있더군요. 순수한 자연의 나라를 보러 오라고 세계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겠지요.

이처럼 블랙과 그린으로 상징되는 뉴질랜드 제품들은 외국에서도 순수하고 깨끗한 청정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뉴질랜드 자연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 역시 이민 와서 처음에는 이런 자연환경이 너무나도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이 모두 잔디로 덮여있고 그 걸 마음대로 밟고 다닐 수 있다는 건 한국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 해본 거였으니까요.

하지만 차츰 살다 보니 그런 자연도 눈에 잘 안 들어오게 되고 소중함과 고마움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사랑과 보존에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뉴질랜드 사람들과 정부의 모습도 자주 보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그런 걸 강조해 가르치니까요.

뉴질랜드에 이민 와 사는 우리 역시 키위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잊지 말고 나아가 이 땅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샐리 역시 태어나고 자랐던 내 나라 한국을 당연히 사랑하고요, 또 이곳 뉴질랜드에서 조국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으려 나름대로 환경보존, 자연보존에 노력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