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극복 (How are we coping with corona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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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사람들은 칭찬의 의미로 (크라이스트처치) 사람들은 강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런 말이 거슬릴 때가 있다. 지진, 화재, 테러, 심지어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생명과 집, 직장을 잃어도 캔터베리 사람들은 그간 많이 단련되었을 테니 어렵지 않게 견뎌낼 것이란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에 무뎌진게 아니라 많은 시련을 헤치며 사느라 지친 것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배우자와 부모, 자녀, 친구, 동료를 잃었으며 마을이 사라지고 직장을 잃고 가정이 없어지기도 했으니 지난 10년간 크라이스트처치에 살면서 아무 상처도 입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고난을 헤쳐온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잘 극복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더 프레스(The Press) 신문은 질문의 답을 찾아 써바이버 시티(Survivor City)라는 제목의 칼럼을 오늘부터 일주일간 게재하면서 크라이스트처치 시민과 기업이 지난 10년간 거듭된 시련을 어떻게 헤쳐왔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제는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인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오늘 신문의 메인랜더(Mainlander, 뉴질랜드 남섬 주민을 뜻하는 더 프레스 신문의 한 섹션 제목. 역자 주) 섹션은 실직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자리를 위한 투쟁은 구직자 수당(Jobseekers’ benefit, 일종의 실업수당. 역자 주)에 의존해야 하는 그들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말았다. 현재 수당을 받는 노동자는 17,800명으로 노동자 20명 가운데 한 명이며 9월, 정부의 임금 보조금(Wage subsidy) 지원이 끝나고 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수당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 상황으로 과거 지진발생시 문을 닫거나 시장의 붕괴를 경험한 것이 생존을 위해 회사의 규모를 축소하고 운영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어 지금의 어려움이 곧 지나갈 것이라는 인식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산업은 훨씬 큰 충격이 예상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 여행업계에 끼친 파장은 치명적이고 기간도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중심부는 관광객의 방문을 전제로 개발된 까닭에 지역 주민들만 이용할 경우 술집이나 식당, 그리고 가게의 숫자가 과도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전, 시내 중심부의 비즈니스는 아직 지진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시내 대성당의 잔해나 비포장 주차장, 여전히 진행중인 주요 공사, 그리고 한 때 5만 가구 주택이 있던 곳이 지금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것을 두고 쏟아지는 비판을 크라이스트처치 시민은 담담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새로 건설된 도서관, 스포츠 시설, 커뮤니티 홀을 보며 우리가 느끼는 기쁨을 그런 비평가들이 함께 누리기를 기대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일 것이다.
다만 이번 주, 크라이스트처치 공항(Christchurch Airport) 회사가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표이사, 말콤 죤스(Malcolm Johns)는 지진으로 인해 지난 7년간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성공적으로 극복해왔으며 바이러스의 영향도 3년 이내에 이겨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써바이버 시티(Survivor City)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봉쇄조치(lockdown)로 인한 물리적 제한은 지진 때 겪은 혼란에 비하면 오히려 견디기 쉬운 것이었다. 땅이 그대로였고 전기공급이나 화장실 사용도 문제가 없었으며 인터넷을 통한 화상통화나 넷플릭스(Netflix)와 온라인 쇼핑도 가능했다. 초기 보도자료에 따르면 캔터베리 지역의 정신건강 진료수요는 타지역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크라이스트처치와 인접지역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유일 텐데 서바이버 시티는 역사를 공유해가며 이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의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되어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온 사람들은 크루즈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우리가 고도기술 산업과 과학 혁신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데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25 July 2020, The Press)

번역: 김 유한, NZ 통번역사협회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