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에 인종혐오가 낄 자리는 없다 (No place for racism in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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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다른 인종이나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모두 사라진 지 오래다.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인종 혐오사례는 20세기 초, 뉴질랜드에서 한센병(나병을 뜻함. 역자 주)이 발병하자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과 언론이 소규모의 중국인 커뮤니티가 원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발생했었다.
“The Truth”신문은 “사악한 한센병” 발병이 확인된 캘리포니아(California)의 차이나타운을 허물어버린 것을 기념한다면서 한센병 환자가 웰링턴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중국적 표현으로 유명했던 리차드 세돈 (Richard Seddon) 수상은 중국인은 암적 존재이며 향후 뉴질랜드에서 100명 이상의 중국인 한센병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역사학자, 벤자민 킹스버리(Benjamin Kingsbury)의 저서 “The Dark Island”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뉴스에 보도된 국민당 의원 헤이미쉬 워커(Hamish Walker)의 발언은 그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전염병 감염이나 외국인 침공 같은 인종혐오를 바탕으로 한 공포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클루타-사우스랜드(Clutha-Southland) 지역 초선의원인 워커는 최대 11,000명이나 되는 해외 유입인구가 이 지역에 수용되는데 “더니든 (Dunedin), 인버카길 (Invercargill), 퀸스타운 (Queenstown)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인도, 파키스탄,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는 자리에서 워커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동료, 마이클 우드하우스(Michael Woodhouse) 의원과 마찬가지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 사우스랜드 지역 담당 공무원이 해외에서 입국하는 11,000명의 사람들이 시차를 두고 이 지역에 격리 조치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먼저, 워커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주택부 장관(Housing Minister), 메간 우즈(Megan Woods)는 워커 의원 지역구에 격리시설을 운영할 것인지를 두고 결정된 바가 없으며 11,000명이란 숫자도 현재 뉴질랜드에서 격리 수용중인 6,000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워커 의원의 주장은 인종혐오적인 것일까? 우즈 장관을 비롯한 다른 노동당(Labour) 의원들은 그렇다고 보는데 신임 보건부장관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는 워커의원의 발언이 기껏해야 세간의 이목을 끌어 보려는 인종혐오적 발언이라고 평했다.
(그의 발언이 인종혐오적인 것인지를) 간단히 확인하자면 만약 그 11,000명의 사람들이 영국, 미국, 호주에서 들어와 지방의 호텔에 격리된다고 생각했을 때, 워커 의원이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오는 사람인지에 대한 언급을 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뉴스에서 “사람(people)”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이 외국에 머물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국민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해외에서 귀국한 그들은) 사회의 안전을 위해 격리 중인 뉴질랜드 국민 또는 영주권자로 우리 나라로 돌아올 권리가 있고 일반 국민들도 그들의 귀국을 환영하고 있다.


워커 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한 나라에서 입국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지적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할 듯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코로나 감염사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두 나라의 감염자 수가 매우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점도 전체 인구를 고려해야 맞다. 인도의 백만명 당 감염건수는 454건, 파키스탄의 백만명 당 감염건수는 986건인데 비해 미국과 영국은 백만명 당 각각 8,562건과 4,180건이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신규 확진자가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해도 한국의 경우, 감염자 수자도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매우 적다.
더니든(Dunedin) 시장, 아론 호킨스(Aaron Hawkins)는 워커 의원이 아시아의 세 나라를 특별히 지적한 것에 대해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 보기 마련”이라며 워커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뉴질랜드 국민의 격리조치가 의료체계나 숙박시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인종혐오까지 끼워 넣는 행동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의 워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당 의원들이 적극 옹호하고 나서지 않자 평소 많은 발언을 쏟아내던 워커 의원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는데 국민당의 새 리더인 토드 뮬러(Todd Muller)가 워커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4 July 2020, The Press).

번역: 김 유한, NZ 통번역사협회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