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이날 지나면 밤이 더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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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0일(수)은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인데,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로 보자면 이날은 ‘추분(秋分秋分)’에 해당합니다. 각각 ‘봄 춘(春春)’과 ‘가을 추(秋)’자를 쓰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을 대표하는 24절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추분’은 24절기 중 16번째 날로 지난 3월 5일이었던 ‘백로(白露)’와 10월 4일인 ‘한로(寒露)’ 사이에 낀 절기입니다.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 ecliptic)’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는 24절기 중에서 ‘추분’은 태양의 황경이 180°가 되는 날이며, 또한 ‘춘분’으로부터는 꼭 반년이 지난 날이기도 합니다. ‘춘분’처럼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이날을 지나면 ‘춘분’과는 정반대로 점차 밤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온도도 더욱 낮아져 날씨와 우리 주변 분위기를 통해 가을이 왔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영어에는 1년을 24절기로 나눠 기념하는 우리와는 풍속이 달라서 모든 24절기를 각각 구분해 지칭하는 단어는 없고 몇 개만 있습니다. 그중 ‘춘분’과 ‘추분’을 흔히 ‘이쿼녹스(Equinox)’라고 칭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주야평분시(晝夜平分時)’, 즉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의미이며, 이 단어는 ‘같다’는 의미를 가진 ‘equi-’에 밤을 의미하는 ‘nox’가 결합한 것입니다. ‘동지(冬至)’ 이후에는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다가 낮과 봄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되며, 또한 ‘하지(夏至)’ 이후에는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진 끝에 역시 낮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 됩니다. 남반구에서 달력상으로는 보통 3월부터 5월까지가 가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추분’을 전후해 가을이 깊어지는데, 한국에서는 이날이 되면 벼락이 사라지고 곤충은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하며 태풍이 부는 때라고 합니다. 또 고추를 따서 말리고 잡다한 가을걷이 일을 끝냈으며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 무렵에 거둬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만들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한편 ‘추분’은 겨울이 지나가고 새봄을 맞이하는 ‘춘분’만큼은 아니었지만 예로부터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중요한 날로 보아 여러 가지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별다른 전통행사가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춘분’과 ‘추분’은 당일을 전후한 앞뒤 3일 등 모두 7일을 ‘오히간(お彼岸)’이라고 하면서 조상을 기리며 지금도 이 두 날은 정식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