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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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앞 카페에 커피를 한 잔 사먹으러 갔었다. 동료와 장난치면서 이야기하다가, 동료가 카페 주인에게 말했다.

“얘는 한국 사람이 아니어서요.” 카페 주인이 한국말을 잘 한다며 눈이 휘둥그래지고, 나는 또 다시 키득키득 웃는다.

사람들이(특히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 “얘는 뉴질랜드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면, 혹은 내가 나를 뉴질랜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바로 두 가지 반응이 온다. 오늘도 역시 뉴질랜드 사람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그 말들이 이어져 나왔다.

“뉴질랜드가 그렇게 예쁘다면서요?”

그리고 나서 따라오는 말도 늘 똑같은 말…

“근데 그 좋은 데서 왜 여기로 왔어요?”

흔히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천국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막상 이민오거나 유학을 간 사람들은 한국의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그리워한다. 농담 삼아 우리가 ‘뉴질랜드는 심심한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생각난다.

고교시절, 처음 뉴질랜드에 이민 갔을 때, 다섯 시면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깜깜하면 갈 데가 없어지는 뉴질랜드는 한마디로 쇼킹 그 자체였다. 한국은 밤까지도 북적북적해서 나가 놀기도 하고, 문 연 데가 많아서 음식을 사먹기도 좋았다. 심지어 집에 가만히 앉아 야식을 배달해 먹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적막함이 가득했던 뉴질랜드의 거리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을 방황하게 만들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나는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다시 한국으로 대학을 올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뉴질랜드가 당시의 내게는 어색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뉴질랜드의 마력에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한국을 놀러 갔다가 돌아와 공항을 밟을 때면, 집에 온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다. 편안함, 따사로운 햇빛, 여유로운 드라이빙, 친절한 사람들…… 모든 것이 그냥 집에 온 것 같았다. 어느덧 뉴질랜드는 나에게 익숙한 환경이고, 고향이었다.

사람들이 그 좋은 천국에서 왜 이 곳에 왔냐고 물을 때, 난 항상 웃으며 “그러게요.”라고 말한다. 내 옆에 있던 직장 동료는 내가 지옥을 경험해 보기 위해 왔다고 말하며 깔깔대고 웃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생활, 내가 오랫동안 있던 곳과는 다른 이 곳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쌓기 원해서, 내 삶이 어떻게 인도되는지 보기 위해서, 나는 이 땅 한국으로 왔다. 그런 분명한 이유가 있기에, 힘들다고 느끼거나 돌아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6개월도 넘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여행객인 마냥 즐기는 편이다. 그래도 간간이 뉴질랜드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천국(?)같은 곳이고, 나의 좌충우돌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 같은 곳이니 말이다.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다. 천국은 없다. 뉴질랜드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 있을 적 생각을 하며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뉴질랜드에 있던 생각을 하며 그리움에 사무친다. 뉴질랜드로 처음 이민가던 시절, 내 의지가 아니고 내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듯,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짜 천국에 갈 때까지는, 내게 주어진 곳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누리고 감사하며 살자. 이 것이 오늘도 내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