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슬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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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4일은 한국의 달력상으로는 ‘청명(淸明)’입니다.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에서는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날은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인 ‘한로(寒露)’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기 이름이 ‘찰 한(寒)’과 ‘이슬 로(露)’자로 구성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무렵이 되면 가을이 한결 깊어지면서 ‘차가운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가 됐음을 말해줍니다.
이때가 되면 한국에서는 기러기와 같은 겨울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는 반면에 여름 철새들은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등장하는 제비가 중국의 장강(양쯔강) 이남의 강남으로 떠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를 나타내듯 옛말에도 ‘제비도 한로가 지나면 남쪽으로 간다’라거나 “제비는 청명부터 한로까지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날을 기점으로 낮과 밤 사이의 일교차가 커지며 지난 3월까지는 비가 온 다음날은 습한 기운과 함께 더운 날씨를 불러오곤 하는데, 하지만 한로가 지나면 반대로 비가 온 뒤에는 날씨가 추워지는 게 우리 몸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옛사람들은 이날에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열매가 붉은색인 수유(茱萸)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옛글에는 이날 동산에 올라가 고향 쪽을 바라보았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참새가 적어지는 시기’이자 가을을 상징하는 꽃인 ‘국화가 노랗게 피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렇게 한로 때는 오곡백과를 추수하게 되고, 또 제철을 맞은 국화로 담근 국화주와 함께 국화전도 즐겼다고 합니다.
한편 우리가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 ‘추어탕(鰍魚湯)’은 바로 한로 때 먹는 음식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가을이 되면 미꾸라지가 살이 찌면서 영양도 많아지고 맛 또한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추어탕을 때로는 ‘미꾸라지 추’자 대신 ‘가을 추’자를 써 ‘추어탕(秋魚湯)’이라고 불렀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또 다른 절기 음식으로는 고구마와 대추, 새우, 게장, 홍합, 호박 등이 있으며, 한로에는 특별한 절기 행사는 없지만 이 무렵에 사람들이 여러 모임을 열어 즐겼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한편 농가의 속담 중에는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파종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와 그다음 절기인 ‘상강(霜降)’ 사이가 보리를 이모작하기 좋은 때라는 의미입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