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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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에 관한 은이의 한 슬픈 사연 들어 보시겠어요?

제게 있어 집중력은 2시간이 한계입니다. 정말 집중한 것 같았는데도 2시간을 넘기지 못합니다. 게다가 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 참견하려는 경향으로 후다닥~ 끝내고 말 일들을 하루 종~일 하게 됩니다. 아니, 정신을 분산 시키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되 버립니다. 집중이 좀 되는가 싶으면 전화가 걸려 오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앞에 떨어져 있는 눈썹을 줍거나, 벌레 물린 곳이 가려워 약을 발라야 하거나, 물을 마시거나 하며 어쨌든 굉장히 바쁩니다. 그런데도 가끔, 평소에는 산만하다가 한번에 파악!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미술 수업 중 조각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악어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벽돌을 깍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부터 미술 수업을 좋아했었지만 그 날은 평소와는 좀 달랐습니다. 한결 같이 벽돌을 깎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깎고, 다듬고 또 깎고, 다듬고 그리고 또 깎고. 몸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타올라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의식은 현실 세계에서 떨어져 나가 교실 안의 소음과 잡음들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묘한 정적 안에 저 혼자만 둘러싸여 그 곳에 있었던 것은 저와 벽돌 덩어리뿐이었습니다. 아니, 제 자신 조차도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벽돌에 축약되어 제 자신 조차도 벽돌 덩어리 안에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업이 끝나는 벨 소리와 함께 제 정신도 교실 안으로 돌아왔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정신은 마치 고열이 났던 것처럼 몽롱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이상야릇한 도취감에 휩싸였습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 때만큼 집중력을 발산한 때는 없었습니다. (시험 하루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납니다만……) 그 때의 이 이상한 체험은 아직도 머리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당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꽤 집중력을 발산한 때가 있었습니다. 기말 시험 전날이었을 것입니다. 친구(그다지 친하지 않아 조금은 서먹서먹한)와 저는 내일 시험을 위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평소에 좀 더 해둘걸~ 하면서 말입니다. 일절 잡념을 없애고 계속해서 단어를 써가며 외워갔습니다. 이미 스스로의 존재감마저 잊어버리고, 그 방에는 제 펜 끝과 눈 앞의 책만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방구를 껴 버렸습니다. 집중력 덕분에 방에 같이 있던 친구의 존재감마저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저는 그 친구의 존재를 잊고 그렇게 공부를 계속 해 나갔습니다. 약 2분이 지난 후, 퍼뜩! 친구의 존재감이 되살아 났습니다. ‘이런!’ 좀 전의 일을 말할까, 아님 지금에야 와서 말을 해야 되는 건가 라고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하지 말자니 꽤 신경이 쓰이고, 이제 와서 말하자니 뭐~하고 그런 것 있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레 친구의 옆 얼굴을 바라 보았습니다. 친구의 얼굴은 진지합니다. 이제 와서 방구 뀐 일 등으로 친구의 진지함을 무너뜨리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 시간이 지나면 더욱 더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맙니다. 전 최대한 동요치 않고 평상 심을 유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좀 전에 있자나~ 나, 방구 껴버렸어. 헤헤’

조금 당황해 하는 친구. 친구는 ‘아니,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라고 말합니다. 거짓말! 아까의 방구는 보통 정도의 소리였습니다. 제 귀에도 분명히 들렸단 말씀입니다. 이 조용한 방에서 들리지 않을 리 없습니다. 분명 친구가 민망해할 저를 위해 신경을 써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지나갔으면 될 일을 저는 친구에게 ‘거짓말, 진짜는 들었지? 뽕~ 이라고 들렸지? 3분 정도 전에 말야~’ 라고 기세 좋게 계속 지껄여 버린 것입니다. (으이구~)

더 곤란해 하는 친구의 표정. ‘정말 아무 것도 못 들었는데?’ 오히려 친구가 미안해하는 상황입니다. 맙소사. 저도 당황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웁니다. 차라리 처음에 ‘좀 전에…… 들었니?’ 라고 물었으면 좋았었을 걸, 그래서 친구가 아무것도 안 들었다고 했다면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될 일을…… 이라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 오릅니다.

‘긁어서 부스럼’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 아주 적절합니다. 이상한 정적이 방안을 휩쌉니다. 방구 꼈을 때, 웃고 지나갔으면 될 일을 이상하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만 일이 이 모든 것의 ‘화’ 입니다. 저는 이대로의 침묵은 안되겠다 싶어서 ‘근데 저기~’ 라고 무언가 화제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근데 저기~’ 의 이후, 떠오르는 마땅한 화제가 없어 ‘아까, 좀 집중해 버려서 너 있는지 있어 버린 거 있지~’ 라고 말해 버린 것이 또 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그 친구와는 아직도 서먹서먹 합니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