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에서 보물을 건지다(20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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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에 찾아 왔을 봄을 생각하며 이번 달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름 방학은 좋았지만 너무 길었다. 기나긴 방학 동안 뭐라도 해야겠기에 보령 머드 축제, 서울, 대구 등지로 여행을 다녔다.

보령 머드 축제는 정말 ‘진흙같이’ 재미있었다. 한국 학생들과 외국 교환학생들이 당일치기로 가서 진흙에 미끄러지고 뒹굴고 파묻혀 정말 신나는 하루를 함께 보냈다.

불행히 죄수로 체포돼 진흙 감옥에서 진흙 세례를 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들의 죄목은 ‘축제 규칙 1호: 전 참가자는 반드시 온 몸에 진흙을 묻혀야 한다’를 어기고 자기 몸을 너무 깨끗이 간수한 죄!

그 밖에도 진흙 미끄럼틀, 수영장, 디스코(진흙 물을 맞으며 추는 디스코) 등이 있어 흥미진진했다. 친구와 나는 수영장에서 진흙을 헤치며 놀다가 진흙 속에서 놀랍게도 여러 개의 핸드폰,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을 건져 냈다.

우리 몸에 묻은 진흙이 뜨거운 여름 날씨에 조개 껍질처럼 딱딱히 말라 붙어서 걸을 때 마다 ‘흙 터지는’ 소리를 냈다. 진흙을 살짝 곁들인 김밥과 떡볶이로 점심을 먹고 나머지 축제를 맘껏 즐겼다.

대만에서 불어온 폭풍으로 축제를 마치며 우리는 진흙이 잔뜩 묻은 수건, 튜브, 물놀이 기구 등을 해변에 버려둔 채 버스로 전력 질주를 했다. 보령 머드 축제는 피서지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내, 외국인을 막론하고 꼬~옥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보령 축제에 다녀온 지 1주일쯤 지나서 이웃나라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 행 비행기를 타려면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국제 공항으로 가야 했다. 새벽 6시 고속터미널에 가보니 버스 좌석이 없었다.

한 시간 반 동안 버스 세 대를 보내고 나서야 공항 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내 옆에 앉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분들은1990년대 대전대학에 다녔는데, 그때는 대학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고 한다. 그분들도 일본에 가시는데 나와는 다른 곳이었다.

인천 공항 도착! 잘 아시다시피 출국장이 엄청나게 크고 넓어서 정신을 차리고 항공사 안내 데스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나 역시 반쯤 넋이 나가 이리 저리 춤추듯 두리번거리는 여러 사람들 중 하나였다.

체크인을 하고 나자 모든 게 훨씬 수월해졌다. 인천공항에 한 동안 못 가 보신 분들이라면 이번에 가시면 본 터미널과 외국 항공사 전용 터미널 간에 운전사 없이 자동으로 운행되는 전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 비틀 네 대를 함께 붙여 놓은 듯한 모양으로 무척 귀엽다.

비행기에서 보니 경기도, 인천 주변의 작은 섬들을 제법 구분해 낼 수 있었다. 동해 쪽으로 나가면서 울릉도와 독도를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둘 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일본에서 24일 동안 오사카, 고베, 히로시마, 카나자와, 도쿄, 가마쿠라, 교토 등지를 다녔다. 오사카와 도쿄에서는 코리아타운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다. 맛있었다! 한국인이 담근 김치도 먹었다. 이건 매웠다! (일본식 김치는 KFC 양배추 샐러드 같다고나 할까!)

일본에서, A돔, 이쑤쿠시마 신사, 히로시마, 도쿄타워, 황궁, 신주쿠, 도쿄, 오사카 성 등 흥미로운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한편, 2005년 일본 갔을 때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우리가 점심 먹던 곳, 다녔던 고등학교 등을 둘러 보며 추억을 되짚어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8월 14일, 밤 비행기로 서울에 돌아오니 서울은 건국 60주년 기념 행사로 분주하고 활기가 흘러 넘쳤다. 도심으로 갈 수록 병목현상이 심해지며 여의도 부근에서는 몇 킬로미터 가는데 몇 시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다.

행사 관계로 도로가 통제돼 길이 그렇게 막혔음을 나중에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

시청 쪽으로 들어서자 광장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고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는 모습이 지난 달에 같은 자리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던 때와는 달리 무척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그날 저녁은 서울에서 자고 다음날 대전으로 갔다.

대전에 돌아오니 외국인용 새 기숙사가 나를 맞았다. 기숙사 각 방은2인용 아파트 같은 구조로 되어있다. 정말 환상의 기숙사라 아니할 수 없다. 멋진 방에 공간도 넉넉하고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나가서 공부하면 딱 좋을 베란다도 있다. 대전대학교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재미 있었고’ 할 일이 없을 때는 무지하게 ‘심심했지만’ 한국어 공부를 보충하며 실력을 다지기에 아주 좋은 기간이었다.

다음 주 부모님이 한국과 일본으로 여행을 오신다. (안 되는데…. 걱정, 또 걱정!) 다음 호에는 부모님 방문에 얽힌 이야기와 9월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여러분께 이야기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