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기는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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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된 8강

저번 호에 예상했던 그대로 럭비월드컵의 8강 구도가 확정되었다. 


세계랭킹 1-3위가 몰려 있는 남반구 4팀이 한 쪽으로, 그리고 훨씬 쉬워 보이는 북반구 4팀이 한쪽으로 몰리게 됨에 따라 결승은 무조건 남반구 팀 대 북반구 팀의 대결로 된다.


올 블랙은 조별 경기 4경기 모두를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보이며 4전 전승으로 조 1위가 되었다.

충격적인 소식

그런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24년 만에 럭비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올 블랙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바로 올 블랙의 핵심 선수인 등 번호 10번의 댄 카터가 연습 도중 입은 부상으로 남은 경기를 뛸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다 중요하지만, 카터가 맡은 포지션은 경기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일 뿐 아니라 카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0번 선수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손실은 엄청나다.


마치 마이클 조단이 빠진 시카고 불스나 메시가 빠진 아르헨티나 축구팀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럭비에서 10번은 First Five-Eighths 이라고 하는데, 패스를 해서 발 빠른 공격수들이 공격하게 할지, 킥을 해서 유리한 지역에서 플레이 할지 아니면 스스로 공을 들고 돌파할지를 순간 순간 결정하게 된다.


등 번호 1-8까지의 전위선수들(Forward)과 11번부터 15번까지의 후위공격수들 (Back)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은 물론, 경기를 다시 시작할 때의 킥오프와 페널티 킥(3점)이나 트라이 후의 컨버젼(2점)도 대부분 이 선수의 몫이라 흔히 장군(General)이라고도 부른다.


아마도 굳이 한 명의 부상자가 있어야 하는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가장 피하고 싶은 바로 그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전국의 신문, TV 그리고 라디오에서는 온통 이로 인한 영향과 대비책을 소개하고 있고 누가 카터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인 지를 놓고 열띤 토론 중이다.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콜린 슬레이드 (Colin Slade, Canterbury소속)선수의 부정확한 킥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불안감을 주고 있어서, 그 대신 평소 9번인 피리 위푸 (Piri Weepu, Wellington소속)가 더 낳지 않느냐며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코치 그래함 헨리는 여전히 슬레이드 선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고, 카터 선수도 본인이 더 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첫 텍스트를 슬레이드에게 보내며 응원을 보냈다 하니, 우리도 함께 격려와 성원을 보내야겠다.


9일(일)에 있을 아르헨티나와의 준준결승 경기 다음날이 슬레이드 선수의 24세 생일인데, 스스로 멋진 생일 축하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댄 카터

그러고 보니, 8년여 전 당시 세계 최고로 꼽히던 올 블랙의 10번 엔드류 머튼(Andrew Mehrtens, Canterbury 소속)을 제치고 앳된 21세의 댄 카터가 올 블랙으로 데뷔할 때의 일이 떠오른다.


나도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당대 최고의 머튼을 다른 선수가 대신할 수 있을지 쉽게 납득하지 못하였지만, 카터는 당시 감독의 혜안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불과 2년 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로 (Player of the Year) 선정된다.


이름의 약자로 흔히 DC로 불리며, 잘 생긴 얼굴로 많은 여성 팬들의 우상인 데다가 모 속옷 회사의 모델로도 활약 중인데 이미 뉴질랜드 하키 대표선수 출신의 여자와 살고 있다. 


그 누구보다 4년을 기다려 온 본인의 실망이 가장 클 텐데, 모쪼록 완쾌는 물론 본인이 간절히 바라는 올 블랙의 월드컵 우승으로 그 아픔이 치료되길 바란다.   


올 블랙에게는 연습 경기 수준에 불과했을 조별 경기와 달리, 지금부터는 한번 지면 끝인 녹아웃(Knock-out) 경기인데다가 상대팀들도 만만치 않아서 올 블랙의 진짜 월드컵 경기는 지금부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9일 (일) 저녁 8시 30분에 상대할 아르헨티나는 아직 올 블랙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부쩍 실력이 좋아져서 긴장을 놓을 수 없고, 그 다음 16일 (일) 저녁 9시에 있을 호주와 남아공간 승자와의 준결승 경기가 어찌 보면 사실상의 결승과 같은 빅 매치이다.  나머지 선수들이 댄 카터의 몫까지 대신 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