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유학관련 업무가 포함될 수 있지만 유학원과는 아주 다른, 그냥 교육관련 회사라고 하는 것이 제일 맞는 표현 같다. 아무래도 영어권에 살다보니 그것이 내에게 플러스가 되었을 것이고, 그 덕에 영어권 사람들과의 접촉 등이 나의 주업무이다.
미국대학과 협정을 맺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서, 나는 생전 관심에도 없던 미국에 있는 대학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하는 중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학교들이 있는가, 학교 순위,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생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는가, 어떤 학교끼리 자매결연을 맺었고 어떤 편입 프로그램들이 있는가… 조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 대학 둘어갈 때도 이렇게 대학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지는 않았는데…
가끔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순수미술 공부하는 것에 대해, 대학 입학 준비에 대해 여쭤 보셨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굉장히 기본적인 수준이었다. 딱 내가 경험했던 만큼, 나의 입학절차를 토대로 나의 준비과정들과 견해를 말해 주었을 뿐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 외의 것들을 알기에는 머리가 너무 복잡했었던 것 같다. 종종 다른 과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을 만나면, 답해 줄 수 있는 것 역시 대학과 학과에 대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정보 정도였다. 그래도 작은 도움을 드리고 날 때면 다들 고마워 하셨고, 나는 뿌듯했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왜 그렇게 학교가 어떤 학교와 어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학교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런 것에 그다지 관심을 두어보지 않았었을까? 그저 내 공부하기에도 할 것이 참 많아 보였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나의 젊음은 내 자신을 위한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었다.
그리고 졸업하고 한참을 넘은 지금 교육관련 일을 시작하면서, ‘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해본다.
나름 학교에 다닐 때는, 이 곳 저 곳 정보를 찾아 여러 가지 코스도 참석했었는데…… 학교에서 댄스, 마사지, 태극권, 기공 등을 찾아다닐 때면, 사람들은 어디서 그런 정보를 보았냐며 신기해하기도 했었다. 교수님이나 학생들하고도 어울려 지내며, 세미나다 뭐다 여러 가지 활동도 꽤 참여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찌 보면 최소한의 것들,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외국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정말로 내가 학교에서 나에게 제공해 주는 것을 확실히 알고, 학교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관심을 가지고 보고, 또 미래를 설계하며 도전하였는가 하고 자신에게 묻게 된다. 누가 나에게 물어보면, 난 우리 학교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게 몇이나 있는가도 반문해 본다. 내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대해 그저 받아들이는데 급급해서, 조금만 더 관심을 보이면 알 수 있었던 것들, 누릴 수 있던 것들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외국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돈을 들이고, 정보를 얻기 위해 설명회로, 유학원으로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정작 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잘 알고 활용하고 있는가?? 미국 대학교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면서, ‘아. 이걸 내가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재학 시 아니 고등학교 때 왜 난 이런 것을 몰랐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신청하지 않아서 두 번이나 장학금의 기회를 놓쳤던 안일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다.’
이것이 책에서만 나올법한 명언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적용되는 문구이다. 흔히 사람들은 뉴질랜드에 있으면 정보도 부족하고, 기회도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기회를 만들었었는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랬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찌 생각해보면 뭘 모르던 시절의 나에게는 그 것이 최선에 가까웠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 시절을 똑같이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른 기회를 따로 만들 것 없이, 뉴질랜드에 있는 자체가 우리에게는 이미 하나의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대한 누려야 한다.
부모님이 혹 다른 누군가가 말해서가 아니라, 남이 만들어 준 길을 그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습득한 것들이 진짜 내 것이 되고, 부족한 부분조차도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때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 때같이 지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지만 내 자신 역시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나의 현재를 더욱 잘 살아야겠다. 나중에 또 다시 똑같은 멘트를 반복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