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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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뉴스를 통해 예고되었던 태풍 볼라벤이 드디어 한반도에 북상했다.

이번 태풍이 이전의 강력했던 태풍보다도 더 셀것이라는 것이 방송을 탄 후, 나는 태풍 대비 행동요령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생각보다도 심각해 보이는 이 태풍은 어떤 모양으로 올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낮설지는 않았다. 아마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진이라는 큰 재난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진을 우리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번 태풍은 이미 그 강도에 대해 수차례 뉴스에서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기껏해봐야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 외출을 삼가하는 정도이지만, 농어촌 지역이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비상 중에 비상이 아닌가 싶다.

오늘 태풍으로 바깥에 나가지 못할 것을 생각해, 어제는 외출을 했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식사하는 동안도, 태풍은 계속 이야기의 화두가 되었다.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농담같이 우리는 태풍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의 핸드폰은 계속해서 지인들로부터 경고 문자들로 가득찼다. 이쯤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 집은 특별히 따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작년 태풍에도 괜찮았다며 그냥 있다가 나중에서야 창문을 보호하기 위해 신문지를 붙였다. 그러나 결국 다 떨어져서 정작 태풍이 오는 당일인 오늘은 아무 방비도 하지 않은 셈이었다.

태풍이 온다고 한 오늘 아침부터 뉴스에서는 태풍상황과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다. 어선이 좌초되고,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고, 컨테이너가 날아가고 사망자와 사상자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니,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창문을 신문지나 테잎으로 고정시킨 집도 많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태풍을 준비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안타까운 소식들로 가슴이 아픈 와중에도, 내 마음 속에는 재난을 대처하는 나의 마음과 이 곳의 한국인들의 마음이, 뉴질랜드 지진 때와는 약간 다른 것 같이 느껴졌다.

태풍이 온다는 것을 듣고 준비할 때도, 태풍이 몰아치는 지금도,  이 국가적 재난이 뉴질랜드 때와는 다르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건 왜일까? 늘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한국이기에 무뎌진 것일까? 사건 사고가 끊임없고, 그로인한 사망자가 많은 한국이기 때문일까? 내가 직접 그 상황을 겪지 않고, 비교적 피해가 덜한 곳에 있어서일까?

실제 지진을 몸소 겪으면서, 함께 이 재난을 겪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사람들과 도시에 대해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어떤 특정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걱정하고 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었다. 특별히 나와 같은, 나보다 어린 젊은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며 같이 두 팔을 걷었었다. 그래서 더 용감하게 자연재해를 극복해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비상사태가 되면서, 다른 이들보다 두 세배 열심히 어디선가 사람들을 구하고 있을 구조원들을 생각해 본다. 전국 각지의 현재 상황을 빠르게 전해주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송인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들, 그 외에 전력 등의 피해상황을 복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내가 다 알 수 없지만 현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을 이름없는 이웃들을 그려본다. 그들에게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내며, 집 안에 있지만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이 재난을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