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시위, 전국 곳곳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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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뉴질랜드에서도 이어졌다.
6월 1일(월) 오클랜드와 웰링턴,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와 더니든 등 전국에서는 이른바 미국의 ‘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에 동조하는 시위들이 잇달았다.
미국 현지 시위는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에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에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라는 흑인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에게 무릎으로 목이 눌려 질식사하면서 비롯됐다.
이날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직됐으며 오클랜드에서는 도심의 아오테아 광장에 처음에는 1500여명이 모여 시작됐고 나중에는 규모가 최소3000여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웰링턴에서도 백여명이 모여 프랭크 키츠 파크(Frank Kitts Park)에서 국회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이고 저녁에는 촛불 시위도 이어졌으며,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성당광장에 역시 500여명이 모였고 더니든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오클랜드의 시위 주도자들은, 이번 시위는 숨진 조지 플로이드만이 아닌 차별받는 미국의 흑인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강력한 연대감을 표시했다.
시위대는 아오테아 광장에서 커스텀즈(Customs) 스트리트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Consulate General) 앞까지 퀸(Queen) 스트리트를 따라 행진했으며 시위에 참여하는 인원도 갈수록 늘어났다.
오후 4시 30분경 총영사관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Are we next?”와 “Black Lives Matter”를 외쳤으며 일부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아프리카 출신들을 비롯한 많은 흑인들과 함께 아시안과 마오리, 키위 등 인종을 초월했으며 시위에 참여하고자 다른 지역에서 왔던 이들도 많았다.
또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현재 UFC 미들급 챔피언인 이스라엘 아데산야(Israel Adesanya) 선수는 이날 확성기를 들고 시위에 앞장을 섰으며,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패리스 고블(Parris Goebel)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위를 지지했다.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에 록다운 지침 위반 놓고 갈등도…”


한편 이날 시위 조직자들은 아직 록다운 2단계임을 감안해 참가자들은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지키며 만약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참가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집회장 안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의 이격 거리를 표시하기도 했는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 인원이 대폭 늘어나고 시가지 행진까지 이어지면서 레벨 2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 규정에는 100명 이상이 모이지 못하는데, 이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위가 끝난 뒤에 정치권과 보건 전문가들로부터 우려와 비난이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데이비드 세이모어(David Seymour) ACT당 대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경찰권 남용에도 반대하지만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업체들 앞에서 이런 행동은 모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만약 이런 행동을 허용한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1단계로 경보를 낮추고 사업체들에게는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뉴질랜드 제일당 대표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이모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규정을 어긴 사람들이 기소되지 않는다면 당장 경보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한 주로 사업주들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이번 시위가 록다운 규정을 어겼으며 이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불공정했다면서, 조기에 경보 수준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2개월이 넘도록 록다운이 지속되면서 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받은 이들이 정부 조치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그동안 이 문제로 내재됐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한편 이웃 호주에서도 6월 2일(화)에 시드니 시청 앞에서 3000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졌는데, 특히 호주에서는 흑인뿐이 아닌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 차별에 대한 항의 구호도 대거 등장했다. [코리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