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대한 발명, 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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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대학교 시절,  밤 늦게까지 작업하기를 밥 먹기 하듯 하던 시절에 미대 후배들과 나누던 대화가 있다. 날씨가 좋지만 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아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 “아~~ 오늘 같은 날에는 오클랜드 가서 도너츠도 사먹고, 레인보우 동산가서 놀이기구도 타고싶다.” 혹 날씨가 쌀쌀해서 춥고 으슬으슬할 때면 (게다가 비까지 주루룩 내린다면 더 더욱) “아~~ 이런 날은 찜찔방 가서 양머리하고, 찐계란과 식혜 먹으면서 푹 쉬면 딱인데…”

내가 한국을 떠나고 나서 생겼기에 찜질방을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나인데, 워낙 지지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날씨가 흐린 날에는 어김없이 그 멘트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사우나 같은 곳을 잘 가지 못했다. 쑥쓰럽기도 하고, 뜨거운 것을 견디기가 힘이 들었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처럼 사우나를 즐기지는 않았었다. 한번은 한국인 부인을 둔 키위 친구가 한국인인 장인과 사우나 가는 것은 가히 문화충격이라며 기겁을 했던적이 있었다. 나는 맞장구치며, 실은 나도 이런 저런 이유로 사우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느새 조금씩 더 어른이 되어가면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면 나도 모르게 사우나와 스파가 몹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집근처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찾아가면, 한국인 어른들 분 아니라 많은 키위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와 있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처음에는 한국의 문화에 더욱 가깝게만 보였던 사우나와 스파를 외국인들도 매우 잘 즐기고 있다는게 흥미로울 뿐이었다.

한국에 와서, 드디어 난 꿈에도 그리던 찜질방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과연 이곳은 드라마에서 보던 신세계였다. 이전에 우리가 알던 사우나와 스파 정도가 아니라, 옷을 입고도 친구들과 앉아서 이야기 하며 놀 수 있었고, 식당이나 매점은 말 할 것도 없고 마사지실, 미용실, 책방, 영화관, 헬스장, 노래방 등의 각종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도 부담없이 와서 휴식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찜질방에는 어린 꼬마 부터 나이 많은 노인 분까지 남녀노소가 다양하게 온다. 그저 단순히 목욕하고 땀을 빼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고, 피로를 풀고 편안함을 맛 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도심에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게 크고 럭셔러한 찜질방들도 많이 생겼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찜질방을 가장 체험해 보고 싶은 한류상품으로 뽑을만큼 인기를 끌고 있었다.

찌뿌둥한 상태로 눈을 뜨게 된 아침, 난  슬며시 가방을 챙겨 찜질방으로 향한다. 아주 익숙하게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소금방, 쑥방, 숯방등 여러가지 이름들의 방에 들어갔다 온다. 나와서는 식혜를 한모금 마시며 흡족해 하고 있는데, 뉴질랜드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찜질방이라고 하니 수화기 너머로 “좋겠다.” 하시는 음성이 마음에 여운으로 남는다. 한국인의 사랑을 넘어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을 받는 찜질방에서 쉼을 가지며 혼자 되뇌인다.

“이런 기특한 것을 누가 만들었을까? 찜질방은 아무래도 인류 최고의 발명인거 같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