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그럽니다. ‘자취=폐인’. 자취를 하게 되면 귀찮아지고 게을러져서 폐인 같은 생활을 한다고 말입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 ‘모 군’은 작년에, 집에서 1시간이 걸리는 통학 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들려 오는 소문에 의하면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자취방이 친구들의 아지트가 됨은 물론이고, 밤 낮이 바뀌게 되고, ‘엉망진창’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부모님의 감시를 벗어나며 맛 본 자유는 바로 방종인 것이었죠.
자, 그럼 은이는 어떠하냐고요? 아~ 물론 이 글을, 먼 한국에서, ‘덜렁이’, ‘주책바가지’ 딸을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도 읽으시기에 쓰는 거짓말이 아니라, 솔직히 지난 6개월 동안 참말로 규칙적인 생활을 나름대로 해 온 것 같습니다. (히히히~ 믿거나 말거나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 생활은 물론이며, 혼자 있으면 잘 먹지도 않을 삼시 세끼도 꼭꼭 잘도 챙겨 먹습니다.(오히려 너무 잘 챙겨 먹어서 부담스럽습니다.)
지금 사는 곳이 바로 학교 앞이라 통학 시간이 걸어서 15분 이내란 점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시간 절약되죠, 버스 비 절약되죠, 피곤한 날 아침에 조금 더 늦잠 잘 여유도 있지요 일석 삼조! 다른 곳 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추운 겨울에 난로, 샤워 전기요금 걱정 없이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 지어진 새 건물이기도 하고요.
작년에 기숙사에서 같이 살던 친구들 대부분은 집을 빌려서(4-6명 정도) 같이 자취를 합니다. 주당 $65-100 가까이 내며 전기, 수도, 전화요금, 식비를 공동으로 같이 냅니다. 하루씩 돌아 가며 요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월요일은 알렉스, 화요일은 제시카, 수요일은 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이제껏 사이 좋게 잘 지내온 친구들도 많지만, 몇몇은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들로 서로 갈라서게 됩니다. 18년 이상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공동 생활을 하다가 보면 부딪히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정부에서 돈을 빌려 생활비를 보태는 친구들인지라 돈 문제에서도 상당히 민감합니다. “쟤는 상당히 구두쇠야.”, “쟤는 맨날 여자 친구를 데려와.”, “쟤는 너무 많이 먹어.” 등등 단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은 일년에 정해진 돈을 각자가 내면, 그 안에 모든 요금이 포함 되어 있으므로 그런 걱정들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2개의 화장실과 2개의 샤워실 그리고 거실과 부엌을 공동으로 이용하게 되는데, 모두 대학생이다 보니 개인 생활이 되어서 그다지 부딪힐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할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5명의 친구들과 같이 자취를 합니다. 3명은 미국인이고(여자 2, 남자 1), 1명은 웰링턴에서 온 키위(여자), 1명은 중국 유학생(남자) 그리고 저 이렇게 6명입니다.
비꼬는 유머가 대단한 Ashley는 스쿠버 다이빙부터 스카이 다이빙까지 뉴질랜드에 있는 모든 activity들을 마스터 했습니다. 정말 rafting, jet boating, sludge 등 등 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엘프처럼 귀엽게 생긴 Katharine은 조금 심각한 다이어트 중독이긴 하지만 걸어 다니는 백과 사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똑똑합니다. Wellington에서 온 Mary는 flat mumma라고 불릴 정도로 flat 모두에게 세세히 신경 써줍니다. 하지만 그녀의 끄윽~ 끄윽~ 트림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못했습니다.
Seth는 음식 투정을 해대는 도끼병 환자입니다. 저와 그다~지 친하지 않습니다.(흥!) Vincent는 낮에는 잘 볼 수 없는 컴퓨터 게임광이고요.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머로 모두를 웃깁니다. 저와 같이 사는 친구들은(물론 저를 포함해서) 개성들이 차암~ 강합니다.
같이 시내도 돌아 다니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스시도 만들어 먹고, 케葯?만들고, 짧았지만 길었던 5개월이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서 5개월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미국 친구들은 모두 돌아갑니다. 미국은 9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죠. 남을 것 같던 키위 친구도 웰링턴의 Victoria 대학교로 옮긴다고 하고, 중국 친구도 더 싼 자취방을 찾아 나가 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훌훌 다들 떠나 버립니다. 언제나 만남이 있으면 ‘안녕’ 이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곳 저곳으로 훌훌 잘도 떠나는데 그 때 마다 제가 가장 싫어 하는 것은 ‘이별’입니다. 언제건 누구던 정을 주었던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이(다시 만남을 기약한다 어쩐다는 것은 단지 수많은 좋은 구실거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너무 슬픕니다. 그저께 키위 친구가 돌아가고, 내일은 미국 친구 둘이 떠납니다. 이번 주는 정~말 정말 우울한 한 주 입니다. 물론 다음 주면 다시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 오긴 할 테지만 말 이죠… 그나저나 이번엔 또 어떤 친구들일까요? 궁금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