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과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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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남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자 주연상을 받는 커다란 경사가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 등 이제 한국 영화도 본격적으로 세계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덜 사용하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흔히 ‘영화계’를 가리키는 말로 ‘은막’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즉 영화계에서 아주 활동이 뛰어난 여자 배우를 ‘은막의 여왕’이라고 칭하거나 ‘은막의 스타’라고 하는 게 그 예입니다.

그러면 과연 ‘은막’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원래 영화의 ‘영사막(screen)’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는 ‘실버 스크린(silver screen)’입니다.

지금과 달리 옛날 무성영화 시절에는 반사율을 높이고자 실제의 ‘은’이나 또는 알루미늄과 청동으로 된 분말을 섞은 유성도료를 천(마포)에 발라 만든 실버 스크린을 영화관에서 사용했습니다.

이 ‘실버 스크린’은 한자어로 바꾸면 말 그대로 ‘은막(銀幕)’이 되고 여기에서 영화계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습니다.

실버 스크린은 반사율은 좋지만 시야각이 좁았고 막 중앙으로는 빛이 모이지만 가장자리는 어두워지는 이른바 ‘hot-spotting’ 현상이 있어 지금은 쓰이지 않습니다.

한편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 경우 이를 ‘각광을 받는다’고 표현합니다.

각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 번째는 ‘어떤 대상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나 흥미, 인기’로 주로 ‘받다’와 함께 쓰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무대의 앞쪽 아래에 장치하여 배우를 비추는 광선’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각광’은 한자로는 ‘다리 각(脚)’과 ‘빛 광(光)’을 쓰는데 말 그대로 ‘다리를 비추는 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 역시 영어의 ‘footlight’를 그대로 한자로 바꿔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연극이나 발레, 오페라와 같은 무대 예술에서 사용되던 말입니다.

공연 중 각광을 받는 인물은 다른 출연자에 비해 훨씬 돋보이게 되는데, 여기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나 사물, 일을 표현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된 것입니다.

이처럼 영어를 한자어로 그대로 옮긴 뒤 사용하다가 의미가 더 확대돼 우리말로 굳어진 경우가 꽤 많습니다.

어쨌든 한류가 지구촌을 휩쓰는 지금 앞으로도 한국 출신의 ‘은막의 주인공’이 더욱 더 많이 탄생해 세계인의 ‘각광’을 받았으면 합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