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존(St. John)의 응급상황을 111에 신고해야 할 판이다. 지난 수요일, 전 직원에게 발송된 이메일에서 세인트 존의 대표, 피터 브래들리(Peter Bradley)는 다음 회계연도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며 3천만 달러의 운영비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는데 세인트 존은 지난 회계연도에도 약 1,9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브래들리는 이러한 심각한 재정적자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Covd-19)가 촉발한 경제위기로 인해 기부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3,444명의 유급직원과 8,632명의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앰뷸런스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특히 일선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던 터라 특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 구급요원들도 고용안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앞일을 걱정하는 처지다.
세인트 존의 재정이 감당가능한 범위 이내로 응급서비스를 축소할 경우 충격이 클 것이어서 상황이 심각해지면 정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인트 존은 작년예산 3억1,400만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2,100만 달러의 일회성 예산을 지원받은 바 있다. 세인트 존 측의 표현에 따르면 역사적이며 장기효과가 예상된다던 정부의 예산지원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현재 보건부(Ministry of Health)와 ACC가 세인트 존 운영경비의 3/4을 지원하고 있고 부족분은 기부금, 응급처치 교육, 의료경보기 등 수익활동과 사고 이외 응급환자가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지난 회계연도에 모금활동으로 조달된 금액은 3,400만 달러에 이른다.
전 직원에게 발송된 이메일로 국민들에게 핵심서비스로 인식되어온 인명구조 기관인 세인트 존이 국민 기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소방서비스 (Fire service)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복권에서 나오는 기부금은 비 필수 서비스를 포함, 앰뷸런스, 구급함, 제심세동기 보급에도 쓰인다. 여러 해에 걸친 세인트 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결과가 나오면서 보건부가 해결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세인트 존의 활동과 역사는 국민들로부터 감사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만 이제 세인트 존은 헬스 셔틀(환자의 병원 진료를 위한 교통 서비스. 역자 주)이나 청소년 프로그램 같은 자원봉사 업무에 집중하고 비상 서비스는 다른 공공서비스처럼 정부 지원과 규제를 받는 기관이 운영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금의 재원조달 방식으로는 기관의 지속적 운영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앰뷸런스 운영이 절실하다.
웰링턴의 앰뷸런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선단체, 웰링턴 프리 앰뷸런스(Wellington Free Ambulance)는 세인트 존같은 재정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앰뷸런스는 자선활동이 아닌 필수서비스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앰뷸런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세인트 존은 예산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려 노력해왔는데 세인트 존은 연간 55만 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앰뷸런스 출동은 44만 회가 넘는다.
작년, 세인트 존에 대한 추가 예산지원을 발표하면서 보건부 장관 데이빗 클라크(David Clark)는 지속적인 재정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되었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인트 존은 여전히 기관 존립을 걱정하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예산지원에 나설 것이라 믿지만 차제에 앰뷸런스 운영을 자선기관의 손에 맡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13 June 2020, The Press)
번역: 김 유한, NZ 통번역사협회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