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들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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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60주년 및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정자 준공식 열려

뉴질랜드와 한국이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송파-크라이스트처치 자매도시위원회와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가 주축이돼 진행해온 ‘수교 60주년 및 캔터베리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한국식 정자가 6월 4일(토) 준공됐다.
기념 정자는 홀스웰 쿼리 공원의 송파구와 CHCH 자매도시공원(1995년 협정 체결)에 설치됐는데, 이곳에는 이미 대형 장승과 석등, 돌하르방과 돌담 및 참전용사 기념 다리 등이 들어서 있다.
이날 며칠간 이어지던 궂은 날씨가 참전용사들과 내빈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활짝 개인 가운데 공원 진입로는 물론 장내에도 수백 개 청사초롱이 내걸려 공원을 찾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리안 댈지엘 CHCH 시장과 이상진 NZ 주재 한국대사와 함께 프리얀카 라다크리시난 다민족부 장관, 새라 팰릿 국회의원 등 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또한 고령의 참전용사들이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행사 주인공 자격으로 자리했으며 이미 고인이 된 용사의 가족들도 초청됐다.
이번 정자 사업을 추진한 CHCH 한인회 메리 윤 회장과 임원진, 그리고 NZ 한인회 총연합회 박병남 회장과 이장흠 웰링턴 한인회장 등도 참석했으며 NZ 보훈부 관계자와 시청 및 공원 관리직원 등 200여 명이 준공식을 함께 했다.
마오리 전통 의식으로 시작된 준공식은 양국 국가 제창에 이어 자매도시위원회 아담 커틴 위원장의 인사가 있은 뒤 댈지엘 시장의 축사와 이상진 대사, 라다크리시난 장관의 기념사가 뒤따랐다.
이후 참전용사들이 노구를 이끌고 내빈과 함께 리본 커팅에 직접 나서 정자를 준공하고 일반에 개방했으며, 윤교진 전 한인회장이 부채춤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 가운데 기념 촬영 등이 이어졌다.

“한국정부와 교민, 현지 대학생들이 함께 이룬 뜻깊은 사업”

<추모패 증정으로 숙연해진 청중들>
1부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공원의 대형 천막 안에 마련된 점심을 들기 전에 대사관 측에서는 최근 유명을 달리한 6명의 참전용사 가족들에게 한국의 보훈처에서 고인을 기념해 마련한 추모 패를 증정했다.
생각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을 전달받은 한 참전용사 노부인은 남편을 잊지 않은 한국 정부에 대해 눈물로 감사를 표시해 행사장에 모인 이들의 마음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뉴 수교 60주년’이라는 현판이 붙은 한국식 정자는 송파-크라이스트처치 자매도시위원회와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가 주축이 돼 먼저 교민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작년 7월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인회와 자매도시위원회는 현지 공공기관 및 비영리 기관에 건립 취지를 알리고 자금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교민들도 정성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대사관에서 현지 행정 당국이나 단체 그리고 한국 보훈처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팬데믹으로 물류 이동이 제한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예산이 초과하는 등 갖가지 어려운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7월 27일 정전 기념일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년 반 만에 정자를 완공시켰다.


정자는 경북 영천의 삼성조경에서 제작한 것으로 4월 22일에 선박 편으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으며,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거친 후 4주 이상에 걸쳐 진일화 대표가 이끄는 공사팀이 완공 전날 밤까지 애를 쓴 끝에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었다.

<링컨대 조경학과 학생들도 동참>
특히 이번 사업에는 정자가 들어설 용지 정리와 기초 작업을 비롯해 새 평상 설치 및 주변 개울 정리와 조경 작업 등을 현지의 링컨대학 조경학과 3학년 재학생들이 나서서 진행해 더욱 뜻이 깊은 사업이 됐다.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 및 자매도시위원회와 협력한 조경학과 학생들은 작년 8월부터 이번 사업을 자체 실습과목 중 하나로 정하고 그동안 돈 로이즈 교수의 지도 아래 공원 재단장 디자인 및 실제 공사에 나서 이번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링컨대와의 협업에는 조경학과를 나온 자매도시위원회의 어중수(사이먼 어) 부위원장의 노력과 함께 부산에서 영어 교사로 1년간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로이즈 교수의 도움이 컸다.
정자는 한국대사관과 송파구청, 그리고 한국 보훈처는 물론 크라이스트처치 시청의 지원금과 함께 2만 달러를 기부한 현지의 라타(Rata) 재단 등으로부터의 기부금과 더불어 이연수 UB Bio 대표가 1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여러 교민들이 성금을 기부해 빠른 시간에 건축될 수 있었다.

<300명 넘는 참전용사 명패도 부착>
기념 정자 안 지붕 밑에는 300명이 넘는 캔터베리 지역 참전용사의 이름이 각각 새겨진 명판이 걸렸으며 주요 기부자들의 명판도 함께 부착됐다.
한편 이번 정자 건립 소식은 시청의 뉴스 레터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도 널리 보도되면서 그동안 이 사실을 모르던 참전용사 후손들이 한인회로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따라 이른바 K-Force로 알려진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명단이 새롭게 확인되는 계기도 됐으며 한인회와 자매도시위원회에서는 새롭게 파악되는 이들 참전용사들의 명단을 매년 명판에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한동안 소홀했던 공원 관리를 작년에 결성된 코리안가든 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원 당국과 협조해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관리해나갈 예정인데, 이에 따라 새 정자를 비롯해 한결 말끔해진 자매도시공원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겨 찾는 크라이스트처치의 새 명소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됐다.

<한국전 연인원 6000명 파병, 45명 희생돼>
뉴질랜드는 한국전이 발발하자마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개전 나흘 만인 6월 29일에 곧바로 참전을 결정하고 7월 말에 먼저 2척의 프리깃함이 부산에 도착했다.
또한 전국을 대상으로 새로이 모병에 들어가 자발적으로 모인 인원 중 일부를 선발, 제16 포병연대(규모는 1000여명의 대대급)를 구성해 훈련을 마친 뒤 그해 12월 중순에 웰링턴 항구를 출발해 12월 31일에 부산항에 도착했었다.
이후 연인원 6000명이 넘는 군인이 영연방군의 일원으로 가평 전투와 마량산 전투, 코만도 전투 등에 출전하면서 전쟁 기간 전후를 포함해 모두 45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전사한 곳에 시신을 묻는 영연방군의 전통에 따라 부산의 유엔군 묘지에 안장됐으며, 현재 오클랜드 전쟁 박물관에는 이들을 기념하는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또한 경기도 가평에도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매년 참전 기념행사가 양국에서 거행되는데, 현재 참전 노병들의 연령이 90대가 되면서 최근에만도 캔터베리에서만 3명이 별세하는 등 얼마 남지 않은 용사들마저 유명을 달리하고 있어 교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라이스트처치 교민들은, 이곳 출신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정자가 세워져 이민 1세대는 물론 2, 3세대를 포함한 우리 교민들이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고 감사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가 마련돼 다행스럽다는 말들을 전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한국 교민들이 정자가 있는 공원을 자주 찾고 후손들에게도 용사들의 헌신과 양국의 오래 되고 깊은 관계를 잊지 않도록 가르치는 한편 정자가 잘 유지되고 관리되도록 정성과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자 설립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 일부 한인회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해당 지역에 정자를 짓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정자 건립이 한국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참전용사들의 헌신에 보답하는 모범적인 방법 중 하나의 사례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