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터 버스에서 나이트 클럽 댄스가 벌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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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크라이스트처치 외곽을 빙빙 도는, 일명 ‘오비터’라는 시내버스를 자주 탑니다. 여러분들도 이 버스 잘 아시죠?

그런데 이 버스 운전사 중 아주 악명 높은 기사가 한 명 있습니다. 오죽하면, 추운 날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멀리서 그녀가 운전하는 버스가 다가오는 걸 보면, “으윽!” 추워서 와들와들 떨지언정 다음 버스를 기다릴 정도입니다.

대다수 버스 기사들과 다른 그녀는, 다소 말랐지만 목소리만큼은 쩌렁쩌렁 합니다.

“네 이 녀석들~, 그걸 어떻게 내 버스에 숨겨 들어온 거야? 당장 내려!”

버스에서 뭐라도 꺼내 먹다가 걸리면 버스에서 내던져버릴 기세로 야단을 칩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은 그 기사가 아주 새 버스를 몰고 있었는데 올라탄 내 친구들한테, “내가 여기서 조그만 낙서 하나라도 찾아낸다면 목덜미를 잡아 바로 경찰서로 끌고 갈 줄 알아!” 했답니다.

어떤 애는 진짜로 목덜미까지 잡혔다고 합니다. 이어폰을 껴 버스카드에 돈이 없다는 소리를 못 듣고 그냥 자리로 가려다가 걸려 도둑으로까지 몰렸답니다.

운전실력은? 글쎄요, 아직 다행히 제가 타고 있을 땐 사고가 없었지만 있었거나 아마도 조만간 있을 듯 합니다. 왜냐면 언제 한 번 보니 옆에 가던 한 자전거가 버스정류장에서 자꾸 거치적거리니까 정류장에 멈추기 전 경적을 마구 울려대더군요.

자전거에 탔던 여자는 가운데 손가락을 쑥 내밀고 속력을 내 버스와 멀리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악명 높은 그녀는 경적을 울려대며 아주 가까이까지 쫓아가서 앞문을 연 채, “야 너도 마찬가지야!” 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더군요.

특히 저희 집 근처에서는 자전거 부대가 많이 돌아다니는데 좁은 길에서 버스가 자주 멈추면서 자전거가 거치적거리니까 이 아줌마 기사는 경적을 마구 울려대면서 아주 미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노약자들도 그녀에게만큼은 절대 예외가 아닙니다. 노인들은 경노카드를 보여주면 공짜로 태워주는데 보통 다른 기사들은, 그 나이 같으면 안 보여줘도 괜찮다고 하면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되도록 빨리 자리에 앉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악명 높은 그녀는 카드가 있나 없나 꼭 보고, 카드가 있다면서 안 보여주려는 노인들이 만약 실제로 카드가 없으면(가끔 다른 운전사들은 까먹고 집에 놓고 와 없다고 말해도 그냥 태워줍니다.) 혼자 열 받아서 몇 마디 던지고는 바로 내쫓아 버립니다.

언젠가는 한 노인이, “다른 기사들은 보통 다 태워주는데…” 하고 반박하자 직접 일어나서 노인네를 밖으로 내쫓으며, “그럼 다른 버스를 기다리면 되잖아? 너 색맹이니? 난 옐로우버스(시내의 프리버스)가 아니란 말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또 어떤 때는 휠체어 타고 있는 노인들을 보면 버스를 세우지도 않고 문만 달랑 연 다음 “다음부턴 손 들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지나갑니다.

근데 이 아줌마 한가지 좋은 점은 버스를 아주 빨리 몬다는 겁니다. 얼마나 빠른지 언젠가는 30분 거리를 15분도 안 돼 도착했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오비터’ 버스도 두 대씩이나 신나게 경적을 울리며 추월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아르바이트 하러 갈 때 보면 자주 정류장에서 버스가 선 후 꾸물꾸물 재잘대며 타는 여자애들이 꽤 많은데, 악명 높은 그녀는 이 애들이 그러자 그냥 문 닫고 고속 전진해 버렸습니다. 전 그날 중간쯤 타고 있었는데 밖에 있는 그 여자 애들 표정이란….

한편으로 그 때는 전 잘 됐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왜냐면 매번 그 똑같은 그룹의 여자애들 때문에 버스가 몇 분씩이나 느려졌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남들 다 바쁜데 다른 사람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는 사람은 당해도 싸지요.

또 내리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 ‘Thank You’나 ‘Cheers’를 안 하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지요. 그 사람들이 버스 앞쪽으로 지나가면 이 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연 채 “야! 뉴질랜드에서는 버스에서 내릴 땐 고맙다고 하는 거야! 알았어?” 하고 소리를 쳐댑니다. 그 아줌마는 그렇게 하루 종일 소리쳐도 목소리가 안 변하나 봅니다. 내 귀는 아픈데.

그런데 다행히도 버스 운전사 중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지요. 어느 날 저녁 집으로 가려고 버스에 타니 처음 보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한 오십 정도 돼 보이는 아줌마였는데 약간 요상하고 요란스럽게 치장하고 버스를 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요. ‘혹시 이 아줌마 운전 첫날 아냐?’ 아니나 다를까 조금 가다 보니 한 정류장에서 그 아줌마 또래와 좀 연상으로 보이는 아줌마 부대 한 무리가 환호성을 지르며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모두 운전기사 아줌마랑 옷을 비슷하게 입고 있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아줌마가 근무 첫날이어서 운행 끝나고 파티를 한답니다. 그 중 특히 아줌마들의 엄마뻘 돼 보이는 할머니는 다른 아줌마들 성화에 버스 한가운데 서서 노래까지 부릅니다.

가사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나이 들어가는 걸 재미있게 표현한 노래였고 ‘틀니’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아줌마들은 손뼉까지 쳐대며 박자를 맞췄고 한 아줌마는 버스 안 기둥을 붙잡고 나이트 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폴 댄스까지 춰대고…, 아무튼 그 야밤의 버스 속은 아주 난리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줌만 요즘 저녁에도 자주 보는데 항상 웃으며 약간 트롯 같은 노래를 틀고 운전합니다. 언제는 한 운전사랑 신호등에 같이 멈췄는데 문을 열고는 “껌 먹자!”하면서 자기 껌까지 주더군요.

하지만 신호등에 걸렸을 때 다른 버스가 없고 옆에 얘기할 승객, 사실 그 아줌마 옆엔 얘기할 승객이 항상 한둘은 있지만, 도 없을 땐 휠체어를 태울 때 쓰는 버스 앞부분을 올리고 내리는 기능을 마치 보이 레이서들이 하듯 가지고 놀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가지각색 버스 운전사가 있지만 여러분이 버스에 내리면서 꼭 해줄 말이 있습니다. 바로 고맙다는 인사, 그 한마디입니다. 꼭 한국인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한마디가 뭐가 어렵다고 안 하고 내리는 아시안들이 참 많습니다. 뉴질랜드에 와서는 이곳 예의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거겠지요? 물론 이곳에서 어른들에게 고개까지 숙여 인사하지는 않지만 버스기사에게 ‘Thank You’ 하고 내리는 건 이곳에서 기본 예의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