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의 대마합법화 국민투표(Cannabis vote too close to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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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지만 투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마 합법화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다. 여론은 조금씩 찬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히 근소하다.
호라이즌의 여론조사(Horizon Research poll)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52%는 대마통제 및 합법화 법안에 찬성하고 4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찬성과 반대가 49.5%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대마 합법화를 찬성하는 쪽도 아직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투표율,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참여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유력인사의 지지의사 표명이 균형을 깨뜨린 것일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은 세계 마약정책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Drug Policy) 의장인 전 뉴질랜드 수상, 헬렌 클락(Helen Clark)은 국민투표가 가까워지면서 각종 토론과 인터뷰를 통해 대마합법화에 대해 명료하고 합리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자신은 대마를 사용하지 않지만 (대마단속을 위해) 뉴질랜드의 숲 위를 헬리콥터가 날아 다니고 와인대신 대마담배를 소지한 시민을 추적하거나 통증을 줄여줄 방안을 애타게 찾는 국민을 체포하는 지금의 대마정책 이야말로 뉴질랜드 최악의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클라크 전 수상은 대마가 이 땅에 존재하고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대마를 제대로 규제하고 통제하는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뉴질랜드 국민들,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클라크 전 수상은 흥미로운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다. 뉴질랜드 국민 중 약 80%가 한 번 이상 대마를 흡연했는데 그 시기는 대학생이거나 어쩌면 그보다 이를 수도 있다. 만약 이들이 대마를 피우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다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몇 달이나 미뤄진 끝에 비로소 최근 몇 주 동안 대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통과가능성이 유력해 보이는 안락사 국민투표(euthanasia referendum)에 대한 토론은 대마합법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1980년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 역자 주), 인종차별 그리고 핵실험에 반대하면서 사회개혁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톱 트윈스(Topp Twins, 포크송과 코메디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쌍둥이 자매. 역자 주)는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면서 클라크 전 수상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인구학자인 마이클 베이커(Michael Baker)와 세 명의 의료 전문가들은 전체회원을 대표하여 전통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뉴질랜드 의사협회(New Zealand Medical Association, NZMA)와 엇갈리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베이커는 “뉴질랜드의 대마금지 규정은 구식이며 효과도 없다”면서 대마로 초래되는 해악을 최소화할 새롭고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대마를 건강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어떤 입장을 정할 때는 모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라디오 뉴질랜드(RNZ)는 대마합법화에 반대하는 그레이 파워(Grey Power, 뉴질랜드 노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압력단체. 역자 주)의 공식 입장에 회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는데 대마의 통증완화 효과와 합법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이런 의견은 이상할 것도 없다. 압력단체인 패밀리 퍼스트(Family First)도 그레이 파워와 동일한 입장이고 국민당(National Party) 간부회의나 의사협회(NZMA) 또한 대마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구세군(Salvation Army)의 정책분석가인 론지 타니에루(Ronji Tanielu)는 토론에서 대마합법화는 주류업계, 포키머신(pokie machine,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한 도박기계. 역자 주) 그리고 대부업체로 인해 이미 취약해진 지역사회의 동력을 빼앗는데 일조할 중산층식 해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대마사용을 범죄행위 라기보다 건강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의 장점을 언급했던 과거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개인적으로 대마합법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짐작되는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의 목소리가 아예 빠져버린 것도 흥미롭다.


대마합법화 법안의 통과는 뉴질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 때는 격렬한 논쟁거리였다. 사회운동가인 로드 도날드(Rod Donald, MMP 선거제도의 도입을 주장한 녹색당 의원. 역자 주)가 1993년, MMP(Mixed Member Proportional, 뉴질랜드의 총선방식인 혼합비례대표제. 역자 주)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끝난 뒤, 투표가 일주일만 빨랐더라도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The Press, 10 October 2020)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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