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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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의 ‘사’ 가 들어가는 직업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은이는 이제껏 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심지어 초등학교 때 많은 여자 친구들이 동경하던 ‘간호사’ 조차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피’라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주사나 약이 싫다며 울거나 떼를 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병원’ 이라는 곳은 아주 싫어 했습니다. 코를 찌르는 그 약물 냄새부터, 기다리는 환자들의 우울한 표정들, 하얀 벽, 암울한 분위기…. 더욱이 동생이 큰 병으로 수술을 한 뒤 부터는 끔찍히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반나절이 넘는 대수술로 제 동생의 배에는 지금도 ‘ㄴ’ 자 형태의 큰 흉터가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완치가 되지 않았답니다.

동생의 수술로(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것은 물론 동생이였겠지만), 집안 사람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병간호라는 것이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더랍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 두달,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완치가 되지 않았다면 이제 어떻게 합니까?’ 라고 물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듯이 한번 더 수술하면 된다고 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배를 가르고, 꼬매는 것은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 좀 더 감정을 담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시는 그 분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예 ‘ㅁ’ 모양의 흉터를 만들 생각이시군요’, ‘다음 번 수술에도 완치가 안 될지 모르니 아주 ‘지퍼’를 다는 것은 어떨까요?’ 라는 빈정거림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왔지만 참았습니다. 결국 손해보는 것은 의사님들(?)이 아니라 아프고 힘 없는 환자들일 뿐이지요. 의사들이 답답하고, 불편할 일이 무엇 있겠습니까?

한국의 병원들은 늘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특히나 종합병원) 많이 기다려야 하고 서비스가 나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곳 뉴질랜드도 만만치 않습니다.

뉴질랜드에선 ‘Panadol’ 이 한국의 ‘빨간약’과 맞먹는 ‘만병 통치약’ 입니다. 웬만한 병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Panadol’을 찾아 드십시오. 병원에 가도 거의 ‘Panadol’을 받아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은이는 소녀 시절 왈가닥 왈패 였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입원 한 번, 기브스 한 번 한 적 없습니다. 비록 제 양쪽 무릎은 상처들로 성치 않지만 말입니다. 그러던 은이에게도 사고가!

사건의 그 날, 슈퍼를 가려고 좋아라 자전거를 힘차게 밟고 가다가 방지턱에 걸린 것인지 어찌된 영문인지, 앞으로 휙~ 날아서 바닥에 내리 꽂혔습니다. 안전헬멧도 썼는데 왜 하필이면 턱을 아스팔트에 확~ 긁어 버린 걸까요? 바닥에 긁히고 있는 순간, ‘ 아! 끝장이군’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아프지도 않습니다. 자전거에 깔려 있던 왼쪽 다리를 빼려는 순간, 턱에서 뜨끈한 무언가 후두두둑~ 떨어집니다. ‘어~ 설마~’ 라면서도 하얘지는 머리 속은 손에 묻은 빠알간 피를 보니 멍~ 해집니다.

지나가던 미국 친구들이 피를 보더니 자기들이 더 놀라서 응급차를 부른다, 얼음 수건을 가져와라, 너 괜찮냐? 하면서 소란입니다. 떨어지는 피를 휴지로 대충 막고 시내 병원으로 갔습니다. 턱을 잡고 있는 휴지가 피로 흥건히 젖은 것을 보고도 줄을 서 기다리고, 순서가 되서 이름, 주소 등등을 일일이 대답하며 ‘등록’ 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 거기까지도 좋다 이겁니다. 근데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빠직! 은이의 인내심도 끊겼습니다. 3분도 아니고 30분도 아니고 3시간입니다. 기가 막히더랍니다. 결국 다른 병원의 응급실로 옮겨서 30분 후에 찢어진 턱을 5바늘 꼬매는 결과로 사건은 종료… .

저를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비록, 찢어진 턱을 무자비하게 잡고 꼬맸긴 하지만, 저더러 여기 왔던 환자들 중에 제일 얌전하다면서 잘 참았다고 칭찬합니다. -_-;; 당연하겠지요, 이런 사고로 오는 환자들은 나이가 5살부터 10살까지의 맹랑하고 겁없는 꼬마들이니까요.

이런 뉴질랜드 병원의 불친절은 은이만 겪은 것이 아닙니다. 위궤양이 있는 아는 오빠도 위경련이 시작된 배를 움켜 쥐고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는데 한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고 합니다. 병원의 하얀 벽을 잡고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닐까라며, 끔찍했던 시간이라고 생각도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사고’라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인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나이 스물에 턱을 꼬매게 될 지 정말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언제고 어디서고 정말 최대한의 방법은 조심, 또 조심! 건강이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프거나 상처가 나서 그 신체 부위에 제한이 생기면 참말로 불편하니까요. 아프면 결국 자신의 몸이 아픕니다. ‘감기’, ‘안전사고’ 그 외 모든 질병들과 스스로의 건강은 스스로가 지킵시다.

정말, 환자가 하나도 없어서 의사들, 병원들이 밥줄을 걱정하는 그 날까지 모두들 조심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