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예쁜 건 죄가 아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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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이던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인가가 날아와 앞 유리창에 떨어지며 폭탄 터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를 내 무척이나 놀란 적이 있습니다.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계란 두 개가 앞쪽 유리창에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반대쪽으로 달리던 차에서 던진 모양인데,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 내지는, 타민족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어떤 인종차별주의자의 소행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잘 지워지지도 않는 눌러 붙은 계란 자국들을 닦으면서,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몇 달 전, 한국을 다녀오면서 오클랜드에서 국내선을 갈아타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 홍콩 아줌마가 5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딸아이에게 통역을 시키며, 웰링턴으로 간다는데, 보낼 짐들을 엉뚱한 곳에 와서 보내려고 실랑이를 하다가 그만 간발의 차이로 웰링턴 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답니다.

어쩔 줄 모르는 아줌마가 안 되 보이기도 했고 마침 시간도 충분했기에, 그 아줌마를 도와 비행기 티켓을 다음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재 발행 받고 짐까지 무사히 보낸 후 웰링턴으로 가는 국내선 앞에서 기다리게 했는데, 아줌마는 자기들을 기다릴 남편에게 전화를 좀 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전화를 걸려니, 그 아줌마,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답니다. 마침 필자가 가지고 있던 돈도 1달러짜리 동전이 하나밖에 없었던 지라, 1달러를 넣고 전화기를 돌리니 도무지 통화가 되지를 않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아야 할 상황에, 마침 근처에 제복을 입은, 가슴에 명찰을 단 중년의 키위 아저씨, 아줌마가 서서 한가로이 잡담을 나누고 있기에, 아마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인가 싶어, 다가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개중 아줌마가 필자를 흘깃 쳐다보더니 전화 부스로 와서 도와준다는 게, 1달러짜리 동전을 다시 전화기 입구에 넣어주며 전화 번호를 돌리면 된다며, 그리해도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기 전에, 휙 가버립니다. 좀 더 친절하게 일러주어도 되겠구먼. 여간 불친절한 사람이 아니구나….

옆에서 홍콩 아줌마는 제 얼굴만 쳐다보고 있고, 난감한 마음으로 둘러보아도 마땅히 다시 물어볼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를 않는 겁니다. 불친절이 느껴졌지만, 잡담을 나누며 서 있는 그 사람들에게 다시 가서 한번 더 물어볼까,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로 걸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는데, 다름 아닌, 반 아시아적인 정치 색으로 이름 높은 윈스턴 피터스였습니다.

공항 직원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걸로 보아, 아마도 윈스턴 피터스의 보좌관 내지는 같은 당의 직원쯤 되어 보였습니다. 어쩐지 불친절함이 ‘화악’ 느껴지더라니, 그 보스에 그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했었지요. 그러면 저 윈스턴 피터스에게 가서 부탁을 해봐? “Excuse me~ would you please help me?” 그러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줄까? 아니면, 공중전화도 사용 할 줄 모르는 너 같은 이민자들 때문에 내가 속 터진다 할까? 그렇게,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물어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택시기사와도 입씨름하면서 싸운 사람이라는데, 제 질문에야 뻔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겠어요.
어쩌면, “파든?” 하면서 이 아시안의 영어는 도대체 알아 들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지도 모르지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사람 중에 하나가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을…. 멀쩡하게 생겨 갖고서리 그리 헛소리를 해대는 그 윈스턴 피터스 아저씨는 언제쯤이나 철이 드시려나….

결국은 지나가던 마오리 청소부 아줌마한테 물어보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1달러 이상을 사용해야만 통화가 가능한 거라고 일러주더군요.

이야기 하나 더,
얼마 전에 고속도로에서, 아주 조금(?) 과속으로 달리다 벌금을 물게 된 일이 있습니다. 경찰차가 아닌, 일반승용차가 사이렌도 없이 번쩍 번쩍 신호를 보내며 따라오니 그 거이, 저를 추격하는 경찰차인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결국 그날, 경찰 차가 뒤따라오는 데도, 빨리 차를 세우지 않았다는 괘씸죄까지 덤으로 추가되어, -WOF 받은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차의 바퀴가 낡았다나 어쩐다나… – 새 바퀴 값 못지 않은 거금의 벌금티켓을 끊게 된 겁니다.

그래 또 잠시 생각을 했었지요. 만약 내가 키위였다면 WOF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 바퀴로 시비를 걸었겠느냐고…. 분명한 인종차별이라는 게 느껴졌지만, 거기서 항의를 해 봤자, “경찰업무 방해 죄’ 내지는 ‘경찰의 말에 불 복종’ 등등…. 그 어떤 죄를 또 추가할지 모르니 일단 참기로 하고….

그러나 이 나라 키위들은 어떠한 이유이건 절대로 고분, 고분 그런 벌금을 내는 일이 없다고 하니, 영어사전 열심히 찾아 그 경찰의 불합리함을 레터로 써서 보내야 하니 알량한 영어실력으로 머리 좀 아팠지요.

그런데 이 나라 와서 그렇게 인종차별만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분 나쁘게도,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도 딸아이가 사면, 스쿠프(scoop)를 몇 번씩 돌려 아이스크림 과자 컵이 무너지도록 꼭꼭 눌러가기까지 하면서 많이도 담아주는데, 가끔은 미소까지 덤으로 지으며, “Where do you come from….” 친절하게 말까지 걸어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스크림을 사면 미소는 고사하고 아이스크림도 얼마나 알량하게 퍼 주는지.

인종차별도 억울한데 인간차별(?) 까지?

투덜대는 저에게 딸아이가 이렇게 약을 올리지 뭡니까.

“엄마~ 예쁜 건 죄가 아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