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무서워요.

196

뉴질랜드에 유학 온 이후 처음으로 귀국했을 때 일입니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시면서 “지금 뭘 마시고 있는 거냐?”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이런! 여기는 뉴질랜드가 아니라 한국이군요. 뉴질랜드에서의 습관처럼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쩐지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니….

대학교에서 여러 나라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빠른 경제 성장이 어쩌고 저쩌고, 인력이 풍부하지만, 빈곤의 차가 심하다 어쩌다 등 등. 흔하디 흔한 수다(누구는 어제 뭘 먹었네, 걔는 여자친구랑 헤어졌네 어쩌네 하는 시시껄렁한….)가 아닌 세계,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왠지 쪼~금은 대학생 같더랍니다.

어쨌든 중국에 가 본적이 없는 은이, 중국에 여행 갔다 온 친구의 이야기에 근거를 두어 중국은 굉장히 넓었지만 건조하며 나라적인 색깔이 잿빛이라고(뉴질랜드의 나라 색이라면 역시 푸른색 아닐까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스위스, 본국에 돌아 갈 때, 한국을 경유했던 한 친구가 서울도 그랬었다고 합니다. 비록 넓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맞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넓고 푸르른 뉴질랜드에서 한국에 되돌아 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높은 건물들에 가려진 빌딩과 그 사이의 탁한 잿빛 하늘, 그리고 너무도 많은 사람들과, 뉴질랜드에서는 그 흔하게 볼 수 있던 잔디는 고사하고 (오히려 잔디가 조금이라도 있을라 치면 ‘잔디 보호’ 간판이 먼저 보입니다.) 뱉어진 껌들로 부끄럽기만 한 아스팔트 도로들뿐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물갈이를 하는 것인지 얼굴에 뾰루지도 나고, 목 감기나 코감기도 걸려주는 센스를 보입니다. (물론 겨울이란 계절적인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에덴 낙원’이라는 말이 뉴질랜드에 절대 과하지 않다고 보며, 이곳에서 생활 하고 있는 이런 인연에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염’에 관한 문제는 비단 한국이나 인구가 밀집된 또 다른 국가들에 한하지 않습니다. 지구는 돌고, 세계는 하나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웬 자연 재해들이 이리도 많은지, 태풍뿐만이 아니라 해일, 지진, 화재, 산사태 등등, 가벼이 보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속속 일어 나고 있습니다. 은이는 이것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라고 봅니다.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 날지 정말 무섭습니다. ‘빠르고 간편하게’를 추구하며 인간들이 행해온 일들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무모한지 가까운 주위를 둘러만 봐도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국 보다 오히려 뉴질랜드가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뉴질랜드 사람들은 피서를 가게 되더라도 쓰레기를 계곡이나 바다 곳곳에 몰래 숨겨 버리고 오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캠핑 장소를 깨끗이 치우고, 뒤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들은 경히 감탄할 만 합니다. (한국인들 반성합시다! 차라리 보이는 곳에 버리면 치우기라도 쉽답니다. 왜 양심도 없이 꼭꼭 숨겨 버리십니까? 심성 참 희한하세요!)

하지만 뉴질랜드는 인구가 적기에 환경 오염이 적다는 비례적인 사실도 있습니다. 분리수거 면에서나 일회용 용기의 사용은 한국인 보다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형 할인 매장에서는 물건을 다 담고도 남을 봉지를 몇 장이나 건네줍니다. 넘치는 플라스틱 용품들, 가까운 예로, Take away의 일회용 용기들…. 저희 기숙사에서도 병과 페트병 이외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종이도, 플라스틱도 잘 나눈다면 재활용이 가능할 텐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뉴질랜드도 이민자가 늘고, 인구 증가도 계속 된다면 깨끗하다고 내세우던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 같습니다. 분리 수거에 철저하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no! no! no! ‘나 하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환경 문제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은이의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