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류의 1% 밖에 되지 않는 몇 천재들 덕분에 우리가 이런 문화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중국 인구를 한 줄로 세워서 내 옆을 걸어가게 하면, 출생률 때문에 평생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들 모두 하나하나 가지각색 입니다.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이 있고, 저 사람들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따지고 보면 역시나 개성들이 있습니다.
자~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서론이 기냐고요? 뭐~ 다름이 아니 오라 오늘은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또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이색적인 그룹에 대해서 적어 보려 합니다. 바로 저의 ‘게이’ 친구 이야기 입니다. ‘게이 결혼 법적 허가’ 라던지, 주로 세계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야기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더랍니다.
한국에서는 동성연애자들이 흔하지 않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여자중학교에서 좀 터프 하거나 남성적인 여자 선배들을 우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단짝 친구를 분신처럼 여겨서 항상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웬만한 연인들 사이 보다 더 끈덕지기도 하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중국어 교실에 호리호리하지만 남자답게 생긴 마오리 친구 (가명 ‘I’)가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 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은이의 김치’ 편에 나왔던 친구 입니다. 읽어 기억이 나신 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은이의 유학일기’ 독자 분이라고 할 수 있습죠. 헤헤헤, 이거 원~ ‘코리아 리뷰’ 주최로 추첨 사은 행사회 같은 거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 )
반 년이란 시간 동안 그 친구(I)가 ‘게이’인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같이 점심을 먹는 도중 우연히 자기가 게이란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데 “WHAT???!!” 이라고 저도 모르게 고함으로 되 받아 치고 말았죠. 그리고 말해 줬지요, ‘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생길 진 모르겠지만 네가 나의 첫 게이 친구이다’라고요. 그 친구가 게이라는 것을 듣고 보니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여자들 이야기도 잘 들어 주기도, 심정을 잘 이해해주기도 하는 것도 같고 그러더랍니다. 친구가 게이라는 것을 알기 전이건 후이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I’ 덕분에 동성연애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된 것에 고맙습니다.
그 뒤 ‘I’덕분에 게이 생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싶지 않았으나 알아버리게 되었습니다. 게이 채팅 방, 인터넷 사이트는 평생 알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게이 구별법. 이제 저도 대충~ 저 사람은 동성 연애자 일 것 같다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NZ에 은근히 많습니다.)
1년 동안 수많은 애인을 바꿔오던 제 친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찾아오는 듯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NZ로 반년 유학을 온(가명 ‘C’) 친구입니다. 옷도 잘 입고, 착하고, 돈도 많고 스타일도 좋고…… 여자처럼 곱상합니다. 기가 막힐 광경이라 하시겠지만 둘이서 다정히 손을 잡고 대학교를 돌아 다니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적응되어 간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더랍니다.
사랑 싸움도 합니다. 하루는 ‘C’가 ‘I’ 는 남자친구가 너무 많다며 투덜대는데 나 참 이거 공감해 주어야 하는데 우스워서 혼났습니다. ‘C’ 가 스위스로 돌아가고 장거리 연애도 열렬하게 하더니 올 해 4월에는 ‘I’가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C’를 보러 놀러 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더니 9월에 ‘C’가 1년 계획으로 뉴질랜드에 다시 유학을 오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나중에 스위스에서나 다시 만나게 될 친구일 줄 알았기에 저도 내심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 역시나 바람둥이 ‘I’ 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버리게 된 것 입니다. 이유는 ‘C’가 너무 구속해서 답답했답니다. 어쨌거나 ‘I’는 차고, ‘C’는 채이고……
스위스 친구가 예정을 변경 않고 도착했습니다. 아마 다시 시작해보리라는 희망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온 것일 테지요. 한 동안 두 남자 사이에서 이리 저리 혼났습니다. 저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 모두와 친했거든요.) 이러쿵 저러쿵~ 커피숍에서 거의 일년 만에 만난 ‘C’를 보니 기뻤습니다. 따끈한 커피가 식을 때까지 수다는 계속되었습니다.
‘I’에 대해서, 그가 자신을 배반한 이야기며, 앞으로 그를 다신 보고 싶지 않다는 ‘C’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느껴졌지만 전 왜 이리도 또 웃음이 나오는지요. 이루어 질 수 없었던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다닐 그 두 남자를 위해 (진지해지지 못할 은이) 이렇게 이 글을 바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