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학기 친구들이 다 돌아 가고 새로 온 미국 친구들은 Rock climbing, (‘암벽타기’라고 많이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하느라 같은 Flat에 살면서도 얼굴 볼 날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실내 암벽타기 연습장이나 Castle Hill 이라는 곳에서 내내 시간을 보냅니다. 주말에는 남섬 곳곳을 누비며 Tramping이다 뭐다 쏘다니니 참말로 여유로운 미국인들이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저번 주 ‘자취방 식구 연합회’라는 명목 하에 두 미국인을 따라 Climbing을 하러 갔습니다. 장소는 Colombo St.을 Cashmere를 향해 쭉~ 달리시다 보면 Dyers pass Rd. 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언덕을 다 넘어 가시기 전에 왼쪽으로 Summit Rd. 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또 쭈~ 욱 달리시면 멋진 경치와 함께 암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Rock Climbing 이라곤 4년 전, 제 동생도 NZ에 있었던 그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동생 친구들과 같이 시내의 Y.M.C.A의 실내 암벽 센터에서 하는 둥 마는 둥 놀아 봤던 경험이 다 인 은이는 자연의 웅장한 암벽의 기세에 압박 당해 버렸습니다.
미국 친구 둘은 책을 뒤적뒤적 거리더니 어느 새 암벽을 타고 올라가서 장치들을 설치 합니다. 실내 연습장 안의 인공적인 것만 보아 온 저라 자연에서의 현장 체험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장치 설치는 안정성을 정말 중요시 해야 하며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언덕 위에서 내려 온 밧줄이 들쭉날쭉한 바위를 타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이젠 정말 말 그대로 바위를 타야 합니다.
레벨 18정도라는 첫 관문은 초보자 4명 모두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밧줄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기고 바위에 들러 붙어서 올라 가야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뒤로 고꾸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손으로 잡을, 발로 디딜 곳 하나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까요? 정말 바위의 조그마하게 갈라진 틈새를 이용해서 손으로 잡고 발 받침을 만들고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역시 두 미국인은 바위와 하나가 되어 거미처럼 잘도 올라 갑니다. 미국인 중 한 명은 여자인데 어찌나 재빠르고 날렵한지, 남자가 힘을 이용한다면 여자는 균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칫! 멋있더랍니다. 그런데요 둘 다 손은 정말 못 생겼어요. 손가락도 짧고, 굵고, 손톱도 온갖 풍파를 다 만난 것처럼 그렇게 생겼어요. 하긴 그 딱딱하고 긁히면 생채기 나는 바위를 상대하다 보니 그렇게 될 만도 하죠.
장소를 바꾸어 레벨을 조금 더 낮추기로 해 보았습니다. 이번엔 레벨 14. 제가 일 번 타자로 올라 갔습니다. 첫 번 째 것보다 확실히 쉽기도 쉬웠고, 내 몸을 지탱하는 단 하나의 밧줄에 좀 더 신뢰를 하게 되자 굳어 있던 몸도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정상에 있는 밧줄을 묶어 둔 조그만 쇳덩어리(영어 이름을 잊어버렸어요.)를 칠 때, 그 쾌감이란 아~. 또 다음 레벨에도 도전 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왜 미국 친구들이 매일 매일 반나절 이상을 암벽에 매달려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를 선두로 나머지 남자 초보자들도 무사 통과! 친구 하나가 저에게 오더니 제가 가뿐히 해냈기에 남자 체면상 이를 악물고 했다면서 조용히 고백했습니다. 호호호, 이래 봬도 제가 누굽니까, Qualified Diver 아니겠습니다. (^-^* 전혀 상관 없다고요? 헤헤, 그냥 자랑한 번 한 것뿐 인데요? )
세 번 째는 Level 16, 요령도 생겨서 속도도 조금 빨라지는 것 같았어요. 한 번 올라 갈 때, 그 다음과 또 그 다음에 디딜 곳을 먼저 예상하고 올라가는 눈썰미라고나 할까? 네 번도 다섯 번도 하고 싶었지만 이미 날은 저물어 버렸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 너무 아쉬웠답니다. 은근 슬쩍 중독성이 강한 운동인 것 같았습니다. 비록 그 다음 날 양 쪽 어깨며 다리며 아파서 고통스러웠지만 말입니다.
한국 사람은 tramping, Tracking, rock climbing 등등의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 생활과는 거리가 많이 먼 것 같습니다. (주로 노래방, 피씨방, 영화관 등등). 수풀이 우거진 길도 걷고, 그 길을 자전거로도 달려 보시고 또 바위에도 좀 매달려 보시고 하면서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웅장한지, 그래서 그 자연 앞에 숙연해지게 되는! 그런 문화가 좀 더 저희에게 깊숙이 들어 올 수 있었으면 하는, 이번 경험을 통한 은이의 조그마한 바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