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다 ‘오버’, 잘 들린다 ‘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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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몇몇 아줌마들이 둘러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로 의견들이 분분한데, 옆에서 한 아줌마가 가만 들어보니 자기네 집 이야기를 하고 있더랍니다. 본인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 아줌마 댁을 너무나도 잘 아는 냥 이야기들을 해대니 참말로 기가 막히더라는 이야기이지요.

이민 와서 잘 지내던 사람들이, 말 한번 잘못해서 사이가 소원해 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남의 말하기가 재미나기도(?) 하겠지만, 말이란 것이 하면 할수록 꼭 좋은 말보다는 안 좋은 말이 더 보태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너와 내가 한 말이지만, 나중엔 너만 한 말이 되고, 아니면 나만했던 말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잘못 전해진 말들은 급기야, 삼자대면 하자며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지요.

언젠가, 리카톤 몰의 한 중국가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서빙을 하는 중국 아줌마를 보며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이 아줌마 정말 못생긴 거 같아요.”

딸 아이 말을 듣고 보니 (객관적인 미인의 기준을 오목조목 따져 보건 데) 아줌마가 좀 못난이이긴 했습니다.

“그러게. 아줌마가 사람이 좋아 보이기는 한데 좀 못생기긴 했네”

그런데 또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엄마보다 훨씬 더 못생긴 거 같아요.”
(아니, 방금 이 말은 뭐지? 엄마보다 훨씬 더 못생긴 아줌마도 있으니 위안을 삼으라는 말인가?)

그런데 그 후, 다시 그 중국 아줌마를 만나게 되었는데, 어머나… 우짜면 좋으냐… 그 아줌마가 글쎄요, 한국 말을 너무 잘 하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뭐 먹을래요?”,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어찌 그리 한국 말을 잘 하느냐 물었더니, 전에 한국 식당에서 약 3년간 일을 했기 때문에 쉬운 한국 말은 좀 할 줄 안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 때 딸아이와 제가 한 말도 다 알아들었겠지요?

아마 아줌마가 속으로 이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야~ 너나, 나나 도토리 키 재기지, 누구보고 못 생겼다는 거야?’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도 내색을 하지 않는 그 중국 아줌마가 고맙기도 하고….

며칠 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에서 무전기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전화로 듣고 있다가 말이 끝나면 답을 해 달랍니다. 그리고 말이 끝나면 꼭, ‘오버’ 라는 말을 하랍니다.

영화를 보면 그러잖아요.

지지.. 직… “여기는 말미잘, 오징어 나와라, 오버.”
“여기는 오징어, 말해라, 오버.”

그런데 왜 무전기는 말끝마다 ‘오버’를 넣어주어야 하나?

(남편과의 무전기 대화)

“잘 들리냐? 오버”
“잘 들린다. 오버”
“잘 들리지? 오버”
“잘 들린다, 오버”

그런데 이렇게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 가며 말끝마다 ‘오버’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오버’만 해야 하나? ‘잠바’로 하면 안되나?
그래서 말을 좀 바꾸어봤지요. 알았다 ‘잠바’, 알았다 ‘쉐타’, 알았다 ‘넌링구’, (그 외 각종 속옷의 이름들도 다 나왔더랍니다.)

그런데 그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제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야~ 오버만 해야지, 잠바, 넌링구, 속옷은 왜 다 나오냐?” “창피해서 혼났다.”

“어머? 왜요? 한국말 알아듣는 키위가 있었단 말여요?”

하필이면 그날, 그 시간에, 한국의 거래처 회사에서 오신 손님 두 분이서 남편의 옆에 앉아, 무전기 테스트 대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다지 뭡니까.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누가 알았느냐고요, 한국 아저씨 두 분이 거기 계실 줄.

그러게, 말이란, 항상 조심해서 해야 한다니까요.

에고… 다음엔 꼭 ‘오버’만 해야지. 왜 ‘잠바’랑 ‘쉐타’는 해갔고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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