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들이여!(200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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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한국 생활이었지만 운 좋게도 참 많은 곳을 가 보았고 많은 사람들도 만났다. 서울에도 여러 번 올라가 보았고 대구, 광주에 한 번씩, 부여에 두 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수 많은 소도시들은 물론 제주도까지 가 볼 수 있었으니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축복 받은 유학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봄 대구에 갔을 때 수 많은 외국인을 보고 무척 놀랐다. 대구에 사는 친구 설명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외국인 대부분은 미군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난생 처음 ‘황사’를 겪었고 한국어 자막이 나오는 독일 영화를 이해할 수 없어 하면서 보았다!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린 환경 스카우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전역을 돌며 한국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대전에서 출발, 고창 갯벌에서는 뻘 속 갯벌 생물을 조사했고, 5시간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는 3일을 지냈다.

첫날 일정은 총9시간에 걸친 한라산 등반이었다. 등산로에 화장실이 적어 화장실이 나오면 5분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출발하는 식이었다. 휴식 후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배가 아파지기 시작한 나는 화장실로 뒤돌아 뛰어 가 난생 처음 쪼그리고 앉는 재래식 화장실도 이용해 보았다!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 날에는 천연염색법을 배웠고 우리 팀은 패션쇼에서 전통 복식을 선보였다. 같은 날 ‘성산 일출봉’에 올라갔는데 전날 등산으로 아픈 다리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셋째 날에는 하루 종일 ‘물영아리오름’을 등반해야 했는데 3일 만에 세 번째로 산을 타는 지라 다리가 천근 만근 무거웠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서양 사람을 처음 보는 꼬마가 겁에 질려 우는 바람에 달래느라고 혼이 났고 점심으로 나온 생선의 가시가 목에 걸려 또 무척 고생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날 저녁에는 삼겹살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다음 날 기상 후10분 걷기를 한 뒤 각 팀에서 1명씩 선발해 캠프까지 달리기를 했다. 우리 팀 대표로 뽑힌 나는 맨발로 드넓은 뉴질랜드 잔디 위를 달리던 실력을 발휘,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그날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온 우리는 4번째 산을 정복해야 했다. 마지막 등반을 마치고 나자 산에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일정 마지막 이틀 째 날에는 산사에서 하루를 묵었다. 모두 똑 같은 절 옷을 입고 바닥에 앉아 스님의 환경 강의를 한 시간 동안 들었다.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나름대로 지루하지 않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스님보다 더 오래 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스님이 나보다 먼저 다리를 움직이시는 게 아닌가! 다음날 아침은 사찰식으로 먹었다. 100% 채식인 사찰 음식은 다른 한국 음식과 많이 달랐다. 사찰식에 밀수(!) 참치 캔으로 풍미를 더해 아침을 먹은 한 친구는 그릇에 남은 육식의 증거로 인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 우리는 ‘행복도시’에 갔다.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나는 “행복도시, 축하합니다. 화이팅!”하고 카메라에 인사까지 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이기지 못한 여학생들과 몇몇 남학생들까지도 눈시울을 적시며 작별을 고했다.

나는 이 캠프를 통해 한국 특유의 환경적인 당면 과제들을 알게 되었음은 물론 한국인들도 가보지 못한 한국 구석 구석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이런 훌륭한 답사기회를 무료로 제공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환경캠프가 끝난 며칠 후 나는 다시 산이 그리워졌고 운 좋게도 친구들과 지리산에 갈 수 있었다. KT 리조트에 묵었는데 산도 사람도 정말 멋있다고 느낀 여행이었다.

한달 쯤 전 나는 친구 랍(Rab), 타냐(Tyna)와 부여에 갔다. 거기서 타냐와 나는 백제 왕족 복식을 입어 볼 수 있었다.

두어 주 전에는 광주 김치축제에 갔다. 축제장에서 맛 본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 기숙사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또 지난 주말에는 광주 농업축제를 보러 갔다가 학생들의 민주주의 투쟁 역사를 볼 수 있는 ‘4.19민주혁명 기념관’에도 가보았다.

여름 방학에 친구들과 부산에 가보고 싶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크리스마스 즈음에나 갈 수 있을 것 같다. 방학 때 친구와 차를 얻어 타고 여행을 가보려 했는데 친구의 산업연수생 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여행일자를 줄여야 만 했다. 그래서 대전에서 아무데나 한 도시까지 갈 만한 고속버스 편도요금만 갖고 여행을 떠나서 어떻게든 대전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행을 계획 중이다. 색다른 또 하나의 한국 체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귀국 전에 그 동안 도움을 준 친구들을 보러 서울에 몇 번 더 다녀 오는 것 말고는 이제 대전 생활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뉴질랜드에서의 내년 계획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