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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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미쳤어~”

지난 토요일, 유학생부모회가 개최한 가족음악회를 마친 후, 유학생부모 임원들께 제가 했던 말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유학생부모회(KIPCC)에 관해 하고 싶었던 말들, 이번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어느 날, 유학생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 결성되고, 그리고 인터넷에 유학생 부모회의 카페도 만들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런가 보다, 그랬나 보다, 그냥 무심히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가족음악회’ 을 연다고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유학생 학부모회가 결성된 후 그 동안 작고 큰 행사들을 여러 번 치르고 이번 음악회도 그런 행사 중에 하나려니 가벼이 생각하고 참석하게 되었는데, 음악회를 마친 후, 그 동안 유학생 학부모들의 저력과 성과들이 결코 어쩌다 우연히 그리 된 것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미쳤어~ (이렇게 잘 해도 되는 거야?) 라는 말이 표현력 부족한 제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워낙 바쁘게 사는 교민사회다 보니, 이런 저런 행사 때마다 관심을 갖고 참석을 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번 유학생부모회의 가족음악회에 참석하면서도 속으로는, 1부 2부, 오 책정된 2시간 동안 혹여 지루하지나 않을까, 몸이 뒤틀리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능숙한 솜씨는 아니지만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역력한, 로망스를 연주하던 첫 기타리스트를 시작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 아름다운 하모니, 때로는 아마추어의 솜씨를 능가하는 회원들의 솜씨는 놀라움과 함께 따듯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첼로와 리코더의(피리) 연주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학부모회의 임원진들이 꾸민 춤과 노래 또한, 저러한 열정이 이렇게 훌륭한 유학생부모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또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그 바쁜 가운데서도 음악회가 끝난 후 늦은 시간을 맞을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푸짐한 음식들이었습니다. 유학생 부모회의 정성과 따듯함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스케줄 다 제쳐놓고 참석하셨다는 어느 교민 분의, “이제, 우리만 잘 하면 된다” 던 말씀은, 이렇게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교민사회와 키위사회와 화합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유학생부모회의 모든 학부모님과 유학생들에게 정말 흐믓하고 마음 뿌듯했다는 말씀이시겠지요.

비록 영어가 능통하지는 않지만, 이곳 현지 양로원에 계신 노인 분들을 위해 시간 날 때마다 방문하여 말이 안 통하면 율동으로 대신하며 한국민요를 부르며 위로해 드리고, 또한 미혼모 센터에도 정기적인 도움을 주고 민족의 비극인 6, 25 참전용사들을 방문해 위로하며 또한 뉴질랜드의 국조이며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키위 새를 보호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여 고사리 같은 손의 아이들이 모은 용돈으로 기금을 마련해 도네이션 하는 일, 매년 열리는 컬쳐럴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우리한국을 알리는 일에 적극적인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화합하려는 유학생부모회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출연한 모든 아이들이 무대로 올라와 함께 부른 노래 기억나시죠? “아빠! 힘내세요!” 라는 동요입니다. 이 동요는 이 시대의 아빠의 권위가 옛날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의 권위와 비교해 자꾸 위축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을 위해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만드신 노래이지요.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짜안 했던 것은, 가족을 뉴질랜드로 보내고 한국에서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아빠들, 그리고 또한, 이 먼 이국 땅에 와서 가족을 위해 직업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이곳의 모든 아빠들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한참 재미를 부친 조카 아이와 기타를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진 아들 아이가 듀엣으로 음악 연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영 못 들어 주겠더라구요. 아들 아이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 커서 자신의 기타 반주가 들리지 않는다고 볼 맨 소리를 하구요. 기타를 앰프에 연결을 시켜주니 이번에는 기타와 피아노의 화음이 영 어울리지를 않는다고 조카 아이가 투덜거리더라고요.

어제는 둘이 다시 모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피아노 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주하는데 두 악기 화음이 처음보다는 제법 듣기가 좋았습니다. 지금은 서로의 악기에 익숙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불협화음이 생기지만 아마 실력들이 더 늘면 맑은 피아노 음과 손끝에서 가늘게 떨려 나오는 기타 반주가 더없이 어울리는 화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피리와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 기타와 피아노의 멋진 화음이 결코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듯이, 뉴질랜드에서 멋진 화음을 만들어가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런 유학생들과 유학생부모회 학부모님들께 저는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I LOVE K I P C 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