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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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위로 딸 둘, 그리고 아들), 이구동성, 으레 하시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아들 낳으려고 애가 셋이 되었구먼.” 입니다.

이민 오기 전, 아들만 셋 둔 이웃 아줌마가, 딸 둘을 낳고 임신 중이던 저를 보며 하시던 말씀, “아들은 왜 낳으려고 그래?” 그러면서 아들 셋 때문에 속 터지는 이야기로 아들 필요 없음을 역설하시는데, “아~ 네~ 또 딸이어도 할 수 없지요…. 저는 그냥.. 애들 많은 게 좋아서리…. 하하….”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얼버무리지만, 그러나 속으로는, (흥! 아줌마는 아들이 셋이나 되시니 그런 말씀하시지요. 두고 보세요. 저도 이번엔 꼭 아들이라구요. 태몽도 아들 꿈을 꾸었다구요. 동네 아줌마들이 꾼 아들 태몽 꿈도 제가 다 샀다니까요?)

어느 날, 이웃 키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멀리 살던 두 아들이 달려와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 키위 할머니가 저를 보며 하시는 말씀, “역시 아들이 있어야 해, 너도 아들이 하나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어머나…. 키위들도 그런 생각을?’

아마도 딸이 없는 할머니가 스스로 위로하고자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딸만 셋을 둔 이웃 키위 아줌마가 아들을 낳으려고 넷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놀랍게도(?) 키위 아저씨들도 자기와 동성인 아들을 좋아한다고 귀띔을 해 줍니다. 단지, 한국 아저씨들은 목욕탕 가서 같이 때 밀어 줄 아들이 필요해서, 키위 아저씨들은 함께 럭비 경기를 한다거나 럭비 경기 같이 구경 갈 아들이 필요해서, 이유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들 좋아하기는 동, 서양이 매 마찬가지인 것도 같고….

그러나 이제 겨우 12 살 된 아들을 낳을 때만 해도 아들에 목메던 여인네들로부터, 딸만 내리 둘 낳고 어찌 그리 어렵사리 아들을 낳았느냐고, 그 비결(?)을 알려달라 해 점심도 꽤 얻어 먹었는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집 값도 변하고, 그러니 생각이라고 변하지 않을 수가 있나? 하나 낳아 기를 거면 기왕이면 아들이어야지 하던 생각들도 이제, 하나일거면 아들보다는 딸이 더 좋다 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뿐입니다.

그러니 가끔, 아들만 둔 아줌마들이 딸 없어 서운타 하면,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지, 딸 보다 아들 이 더 나아~ ” 위로 아닌 위로(?)를 하다가도, 그러나 또 딸만 둔 아줌마들을 보면, “요즘은 아들보다 딸이 더 좋아, 요즘 세상에 무신노무 아들타령이냐. 요즘은 부러 딸 낳으려 한다는데, 이제 비행기 타고 달나라 갈 일만 남았네.” (아! 간사한 아줌마)

그러면 이 아줌마들이 입을 삐죽거리며 한 마디씩 합니다.
“물파스 아줌마는 아들, 딸 다 있으니 그런 말하지~ 그래도 난 아들, 딸 다 있는 파스 아줌마가 정말 부럽당.”

그러면 그 말에 질세라, 또 열변을 토합니다.
“다 키울 때뿐이지~ 우리들은 딸이라고 부모님께 무어 얼마나 효도하면서 살어?”
“아들? 아들은 결혼하는 날 남 되는 날이라잖아, 마음을 비워야지…. 요즘 누가 간 크게 아들, 딸 타령이냐.”

에구구, 그러게, 그 너무 아들이 뭐 길래, 어느 날, 남 다 낳는 아들 나라고 못 낳느냐는 오기가 발동하여, 그 날로 장장 5년의 아들 낳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으니, 체질 개선 한답시고 생선 한쪽, 고기 한쪽 못 챙겨 먹어가며, 아들 낳은 아줌마의 속 고쟁이까지 잘 챙겨 옷장 깊숙이 묻어두며.(별 요상한 짓도 다 했어요.)

그러나 이제 머리 큰 아들 녀석이랑 곧잘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니, 어느 날,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었는데, 때 마침 ‘때르릉~’ 걸려온 전화에 잠시 목소리의 평정심을 찾으려 애쓰며, “여보세요~ 어머어~ 안녕하세요? 호호호…. (갑자기 너무나 사근사근해지는 엄마의 목소리..)

그런 엄마의 통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들녀석이 전화가 끝나자, “엄마, 전화 받으실 때처럼 제게도 좀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안돼요?” 그러면서 엄마의 전화 받는 목소리를 간드러지게 흉내를 냅니다. “여보세용~ 호호호…”

“아휴~ 이 노무 짜식이 매를 벌어요~” 퍽! (이젠 때리면 내 손이 아픕니다)

딸애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 같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아들만 둘을 둔 교양 있는 한 아줌마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집에 가게 되었는데, 이 아줌마, 아이들 때문에 점점 목소리 톤이 높아지더니 나중엔 아이들한테 할 수 있을만한 갖가지 욕설이 다 튀어나와 평소 느끼던 아줌마의 우아한 교양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잠시 무참해진 아줌마, 멋 적게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 하하… 아들 둘 키우면 나처럼 돼요.” 그러나 머쓱해 하는 내 모습에, ‘얌전한 딸 만 둘 키우는 아줌마가 어디 내 심정 알기나 하겠어.’ 하는 표정입니다. (그때 교양 없다고 흉 봤던 그 교양 있으셨던 아줌마에게 정말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아들 녀석 때문에 제 우아한 교양도 여지없이 무너지더이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이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때는 집에 불 났을 때 외엔 없다.’ 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어느 교육학자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러나 그런 말을 쉽게 한 그에겐 아마도 아들이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들만 둘을 둔 한 후배가 “미운 일곱 살이 아니라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고 열변을 토하더니만,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들만 두신 분들이 혹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도 아니여~ 좀 더 키워봐, 이가 득득(?) 갈린다?”

에혀, 이렇게 아들 키우느라 욕만 늘어가고 주름살만 늘어가는데, 그러나 이 시대에 아들이고 딸이고 자식한테 무어 덕 볼 것도 아니고, 요즘은 아이 하나 낳아 기르는데, 이 억이 든다니, 그러면 우리는 몇 억이냐? 헉! 6억이다. 에구 그 돈이면 노후가 안락할 텐데 말입니다. (에구 팔 다리 어깨 허리야, 제 이름이 왜 파스겠어요, 아그들 셋 키우다 보니 파스 붙일 일이 많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해, 딸이고 아들이고, 힘든 아이 양육에서 오는 부담이 싫다고 아예 아이 없이 둘이서만 잘 먹고 잘 살자는 딩크(Double Incomes, No Kids)족들도 늘어간다고 하니, 그러면, 어른들 말씀마따나 ‘무자식이 상팔자’이련가요?